[후기] “차별금지법이 생기면 목사님이 ‘동성애’ 이야기만 꺼내도 처벌되나요?” 라는 질문에 기독교인들과 함께 맞서다 - 2025 그리스도인 평등의 날
최근 거세지는 혐중(중국 혐오) 정서가 걱정입니다. 극우 단체와 유튜버가 서울 명동과 대림동 등 중국인 관광객이 많거나 차이나타운이 자리한 지역에 가서 혐오 발언을 쏟아내기도 합니다. 이런 혐오는 단순히 누군가를 싫어하는 개인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여성혐오 폭력 사건을 통해 익히 알고 있듯, “혐오는 구조적 차별이 만연한 현실 속에서 드러나는 현상”(차별금지법제정연대, 2025.11.11. [논평] 차별과 혐오를 묵과하지 않기 위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시급하다, 중)입니다. 그래서 한국성폭력상담소도 오랫동안 차별금지법제정운동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는 이미 이뤄졌지만, 여전히 차별금지법 제정의 걸림돌이 많습니다. 그 중 하나가 보수개신교 세력입니다. 보수개신교가 맹렬하게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통에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개신교인들도 고민이 많으셨을 거예요. 때문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평등세상’)이 만났습니다.

작년에는 교회 안에서 들은 차별금지법 설문조사도 진행했고요, 차별금지법 “진짜” 바로알기 아카데미도 열었는데요. 올해는 기독교인을 위한 차별금지법 안내서 <차별금지법이 궁금한 당신에게>를 발간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대망의 11월 1일, 그리스도인 평등의 날을 맞아 성공회 대학로교회 대성전에서 안내서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종교가 있으신가요? 글을 쓰는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안내서 프로젝트에도, 평등의 날에도 함께 했는데요. 보수기독교의 차별과 혐오로 고민하는 기독교인 친구들을 둔 사람으로서, 그리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평등에 가까운 세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종교 지식이 없는 것은 마이너스이기도 했지만, 그 덕분에 자꾸 엉뚱한 질문을 해서 평등세상의 그리스도인 활동가 분들을 웃겨드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 세 질문을 가지고 팩트를 전달하고, 참여자 분들과 혐오에 대항하는 저항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나누었어요. 세 질문은 혐오세력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기도 하고, 차별금지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대답해야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행사장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를 후기에도 짤막하게 옮겨봅니다. 차별금지법에 던져지는 이 빈번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생각하실 수 있는 기회가 되셨으면 합니다.
나는 글은 읽기 싫다! 그치만 행사가 궁금해! 라는 마음인 분들은… 평등세상 유튜브에서 이 날 진행된 행사를 영상으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영상 보러 가기👉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lOT75lqkqSb5dPKs6QWMDxT1Q5wOdyW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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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조장하고 확산하는 법 아닌가요?
김민석 총리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면 동성애가 조장되고, 출생률이 저하되어 사회가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요. 하지만 차별금지법은 차별을 금지할 뿐이지, 특정한 성적지향이나 정체성을 강요하는 법이 아닙니다. 물론 차별이 금지되면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커밍아웃할 수는 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채용 거부, 괴롭힘이 줄어들기 때문이지요. 차별금지법은 동성애를 조장하고 확산하는 법이 아니라, 나답게 살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게 하는 법에 가깝습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내 주변에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동료가 많아졌다면, 그것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역으로 증명하는 일일 것입니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가 많아지면 출생률이 저하될 것이라는 논리도 괴담에 가깝습니다. 이미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동성혼 법제화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요. 출생률은 장시간 노동,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 여성의 경력단절과 성별임금격차, 돌봄 제도의 부재와 관련된 문제라고 여성운동은 오랫동안 지적해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실 알고 있습니다. 차별은 차별 받는 사람의 삶을 지속불가능하게 만듭니다. 개인의 삶이 지속 불가능할 때, 사회도 지속 불가능해집니다. 그러니 사회 지속을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은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