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활동 /
  •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고려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징계 결과 발표에 앞선 우리의 입장
 
 

고려대 의대생 성폭력 사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징계 결과 발표에 앞선

우리의 입장

 

 

지난 5월 21일 발생한 고려대학교 의대생 성폭력 사건의 가해 학생 징계 절차가 거의 마무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고려대학교양성평등센터에서 실시한 사건 조사 결과가 의과대학 징계위원회에 전달되었고, 8월 첫 주 본격적인 징계절차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지난 8월 10일에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입장을 발표하며 학칙과 정의에 의한 징계를 내려줄 것을 학교측에 당부하였다. 가해 학생들이 기소되어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기에 이번 학교측의 징계 결과에도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그동안 일정한 거리에서 피해자에 대한 지지의 의견을 보냄과 동시에 올바른 사안의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왔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상담하고 지원했던 수많은 학내 성폭력사건 피해자들의 고통을 대변하며, 사건이 불거졌던 지난봄과 초여름의 시간들 보다, 학교의 징계 결과 발표를 앞둔 지금 이 시점이 피해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때임을 알리기 위해 이 성명을 발표한다.

 

지금 이 사건은 무수히 발생하고 있는 대학 내 성폭력의 극히 일부 사례일 뿐이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시민들이 지지의 목소리를 보내며 피해자의 처우를 염려하는 사건은 없었다. 이번 사건에서 학교 측의 책임 있는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면, 학내 성폭력 사건을 해결하고 예방할 의무를 갖는 대학의 윤리의식을 의심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의과대학’의 의료윤리교육의 신뢰도는 더욱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의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징계안은 다시 재고되어야함을 본 성명을 통해 전달하는 바이다.

 

 

 

하나, 피해자의 학습권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징계를 결정하였는가?

 

현재 사건의 가해 학생들에 대한 징계 절차를 담당하고 있는 고려대 의과대학 학생상벌위원장은 5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교육을 통한 교화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보겠다’고 밝힌바 있다. 다른 학교측 관계자는 지난 2006년 ‘출교’ 징계하였던 학생들이 학교 측을 고소하여 패소하였던 전례와 같은 사안을 비껴가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도 밝혔다. 우리는 이러한 학교 측의 입장이 피해자를 위한 해결방법을 검토하기에 앞서, 가해 학생들의 학습권과 학교 측이 입을 타격을 우선함을 암시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학교 측이 밝히고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징계 방안에 피해자의 학습권이 얼마나 고려된 것인지 의문이다. 가해자 징계와 법적 처벌은 성폭력 사건 해결과정의 당연한 절차일 뿐, 피해자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교육환경 마련 방안으로 볼 수 없다.

 

 

 

둘. 본 사건의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를 마련하고, 의료윤리교육 과정에 반성폭력 의식 교육을 보강하였는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측에 묻는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은 피해 당사자가 안심하고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성폭력 예방 안을 마련하였는가?

의료윤리교육과정에 실효성 있는 반성폭력 교육과 인권교육안을 마련하였는가?

 

지금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가해 학생들의 징계 수위에만 쏠려 있다. 그러나 본 사건에서 무엇보다 주목되어야 할 것은 피해 당사자의 앞으로의 삶의 문제이다. 만약 학교측이 내린 ‘합리적 징계’를 받은 가해자들이 징계 이후 학교에 돌아와 피해 학생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면, 학교는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 묻고 싶다. 공동체 내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성폭력 사건 뿐만 아니라 조직 내 소문, 비난, 따돌림, 열외 등 2차 가해로 그 조직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의 피해 당사자가 2차 피해로 이와 같은 선택을 내리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번 사건은 예비 의료인의 윤리의식에 대한 불안, 학내 성폭력 실태의 충격을 낳으며 시민사회 전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주목은 성폭력 피해자의 삶을 염려하는 목소리이며, 성폭력을 가한 가해 학생, 학내 반성폭력 문화 조성 노력에 소홀히 했던 대학사회의 성찰이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바람을 담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의 책임 있는 발표를 기대하겠다.

 

 

2011.08.12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