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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 반성폭력 공부방 -약물을 둘러싼 여성들의 경험, 젠더 관점으로 보기
  • 202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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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6일 저녁 7시 30분, 온라인 줌으로 진행된 <반성폭력 공부방>


[후기]📚 반성폭력 공부방 -약물을 둘러싼 여성들의 경험, 젠더 관점으로 보기


약물을 둘러싼 여성들의 경험, 왜 젠더관점으로 봐야할까?


지난 12월 16일 저녁 7시 30분, 온라인 줌을 통해서 약물-여성-폭력의 교차지점을 입체적으로 살피는 <반성폭력 공부방>이 열렸습니다. 비교적 낯선 주제임에도 약 60여명의 참여자가 함께하며 활발한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반성폭력 공부방>은 약물 성폭력이 반복되는 현실을 단순히 별도 입법이나 형량상향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관점과 논의틀 속에서 폭넓게 질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소라넷, 버닝썬 사건 등에서 알려진 것과 같이  약물을 속이거나 몰래 투약하는 행위가 여전히 많은 여성들에게 위협과 불안으로 존재하지만 동시에 다양한 경로로 약물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스스로 약물에 취한 상태의 취약성을 이용한 성적 폭력 역시 현실에 존재함에도 그 경험이 사회적으로 말해지지 않은 채 금기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여성들은 이전부터 약물에 접근해왔고 젠더불평등과 약물 사용의 관계의 주목하는 연구들도 국내외적으로 이어져왔는데요. 여성들의 약물 사용이 폭력 피해의 트라우마, 빈곤이나 양육 부담,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주변화, 의료 접근성 제약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이 여러 연구에서 드러났습니다.


또 여성들의 경험 속에서 ‘성폭력’으로 언어화되지는 않지만 약물 사용과 성적 폭력, 그리고 구조적 성차별의 연결선을 읽어내고 이에 대한 개입의 지점을 모색하는 것도 반성폭력 운동의 역할이라고 생각하였는데요. 당일의 이야기 손님들은 한국에서 약물에 접근하는 여성들의 경험에 초점을 맞춰서 이들을 둘러싼 배치, 젠더화된 약물의 구조 그리고 연대와 개입의 지점들에 주목하여서 이야기 나눠주셨습니다. 더 폭넓게는 약물을 사용하는 여성들의 몸을 가로지르는 다양한 제도, 담론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을 나눠지는 자리였습니다. “약물이 개입된 성폭력을 이해하려면 강제와 동의, 쾌락과 위험의 섹슈얼리티, 여성의 행위성을 모두 놓치지 않아야 하고, 이 부분을 지우는 것이 오히려 성적 억압이 될 수 있다”는 추지현 선생님의 말은 이 날의 문제의식을 잘 드러내줍니다.


촘촘한 논의의 내용 중 일부를 후기를 통해 공유합니다. 여성들의 생애사와 제도와 담론을 가로지르는 폭 넓은 논의가 진행된 만큼 불충분한 내용 전달일 수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추후 발행되는 자료집을 기대해주세요! 



이야기 손님 1 최미경 선생님이 약물에 연루되는 여성들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야기 손님 1. 약물에 연루되는 여성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공부방>의 제목과 당일 논의 전반에서 왜 ‘약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지에 대한 정의부터 짚고 넘어갔습니다.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시행 2025.10.2., 법률 제20878호, 2025.4.1. 일부개정)에 따른 “마약류”란 ①양귀비, 아편, 코카인 등의 마약, ②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것으로서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가 있다고 인 정되는 약물 또는 물질로서 향정신성의약품, ③대마를 의미합니다. 반면 “약물”(drug) 은 이러한 불법 약물로 정의된 “마약류”(narcotics) 이외에도 진통, 수면 효과를 가 진 일반의약품이나 알코올, 니코틴 등 신경활성을 일으키는 물질(psychoactive substance)을 포괄하는데요. 실제로 약물 문제가 증가하고 있는 다양한 요인 중에  합법적으로 처방되는 의약품의 오남용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들의 생애사 속에서는 다이어트 약물, 진통제, 수면제나 신경 안정제 등 각종 의약품이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부방>은 ‘마약류’라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정의보다는 여성들의 경험을 누락시키지 않고 담아낼 수 있는 용어로서 ‘약물’을 사용하였습니다. 


최미경 선생님은 이날 자리에서 약물 사용자의 치료 재활을 위한 공동체와 지속적으로 만나온 연구자로서 여성들의 생애사를 통해 약물을 사용한 경로와 맥락을 짚어주셨습니다. 생애사적 접근은 단편적인 사건으로 보지 않고, 그 사람의 삶의 맥락 안에서 어떻게 약물과 연결되었는지를 살핀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습니다. 이는 약물 사용 여부 자체만을 문제삼거나 ‘불법 약물’에 접근했다는 이유로 도덕적인 비난을 하는 방식이 그 여성의 삶에서 약물 문제를 줄이는 데에도, 한 인간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최미경 선생님은 자신의 연구 논문을 토대로 두 여성의 생애에서 주요한 사건을 짚어가며,  이러한 경험들이 여성의 약물 사용 경로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어 왔는지를 설명해주셨습니다. 두 생애 이야기가 곧바로 일반화될 수는 없지만, 약물사용 전반에서 젠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의미있게 유추해볼 수 있었습니다. 가족 내 폭력 (폭력과 폭언,무관심, 방임)과 성적 폭력 경험, 그리고 이에 대한 지지적인 환경, 주변 자원의 부재가 공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은 충분히 해소되지 못한 채 지속적인 긴장상태나 우울감으로 남았고, 이와 같은 취약한 고리가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지는 경로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이성애 관계와 유흥산업은 약물을 얻고, 사용하는 데 있어 중요한 공간과 관계로 등장했으며 그 안에는 통제와 폭력의 요소가 연루되어 있었습니다.



이야기 손님 2 최별 선생님이 '약물 성폭력 그리고 여성의 약물 실천, 왜 유흥산업의 맥락에서 분석되어야 하는가?'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야기 손님 2. 약물 성폭력 그리고 여성의 약물 실천, 왜 유흥산업의 맥락에서 분석되어야 하는가?


반성매매 연구활동가로서 최별 선생님은 약물 성폭력과 여성 약물실천, 유흥상품화를 이어내며 반성폭력과 반성매매 담론의 논의를 확장할 필요성에 대해 짚어주셨습니다. 발제 내용에서 반성매매 현장에서는 여성들에게 약물을 먹이고자 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고, 여성들도 ‘약물을 먹어야만 하는’ 이유를 떠안고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새삼스레 다가왔습니다. 타의에 의한 약물 성폭력, 자의에 한 약물 실천의 구분이 분명한 것처럼 이야기되지만, 여성폭력 현장에서는 연속되고 연결되는 경험으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집결지와 기지촌 등에서 오랫동안 약물이 사용되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최별님은 그 이유를 “조종하기 쉽고, 일도 더 잘하고, 돈도 더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운영진 등은 유흥공간에서 약물을 규제하지 않으며 묵인하거나 방치해왔습니다.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성매매 자체가 신체적 정서적 소진 등을 동반하기 때문에 약물을 사용합니다.  화가 치밀어오르는 환경에서 자기 감각을 차단하고 감정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약물이 사용되기도 하며, ‘초이스’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 야간 노동, 트라우마와 성적 폭력, 빚 구조에서 비롯되는 스트레스를 버텨내기 위해 다이어트 약, 신경안정제, 수면제, 피임약 등을 사용하게 되는 조건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조건 위에서 최별 선생님은 “유흥 산업에서의 약물 성폭력은 사고나 실수가 아니라 남성 유흥기획의 일부”라고 강조했습니다. 약물은 성폭력의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여성과 결부된 유흥 상품으로서 유통된다는 주장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성 마약 사용자는 여자가 있는 공간에서 술과  마약을 하기를 원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최별 선생님은 이를 두고 “마약은 여성을 동반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즉, 약물 사용과 유흥산업 내 여성은 남성 유흥산업이라는 맥락에서 분리되지 않습니다. 나아가 가해자에게 있어서 성관계와 성구매, 성폭력과 상해치사의 사이의 변별력은 크지 않다는 현실 진단도 공유되었습니다. 이는 약물이 사용되어 사망까지 이른 상황에서 가해자들이 반복적으로 내놓는 “우연히 죽었다” 는 진술을 통해 확인됩니다. 그러나 법적 공방에서는 여전히 가해자의 ‘고의’와 ‘피해자다움’이 핵심적으로 고려되는 상황입니다. 그랬을 때 SNS를 사용한 10대 여성, 클럽을 이용한 여성, 데이트나 원나잇을 한 여성, 성판매자가 아닌 여성, 성매매과정에서의 피해자 등등 여성들을 가르고 분할하는 법적 범주는 누구를 위해서 유지되는가 질문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해주셨습니다. 


(꼼꼼한 사례와 현장에 기반하여 제시된 개념들은 이후 자료집에서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자의냐 타의냐, 고의냐 아니냐와 같은 이분법적 구분 속에서, 폭력의 정의 없이 행위 중심으로 사건을 쪼개는 법제도적 대응과 이를 따라 논의의 장이 결정되는 한계가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누구를 ‘보호’할 것인가와 관련해 여성들만을 반복적으로 심문하는 이 구조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발제였습니다.     



이야기 손님 3 추지현 선생님이 '연대와 개입의 지점'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야기 손님 3. 연대와 개입의 지점

추지현 선생님은 최근 발표하신 논문( 추지현, 「횡단하는 물질과 여성의 몸 궤적 ― 초기 성인기 마약류 사용 경험을 가진 여성들의 생애 이야기」, 『여성학연구』 제35권 제2호(2025.10), 251–285쪽)을 토대로 이야기 손님 1,2의 내용을 보완해주셨습니다. 


추지현 선생님은 여성들의 약물 경험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된 계기로, 버닝썬 이후 “약물을 사용하는 전체적인 과정 - 접하고, 끌리고, 지속 사용하고, 벗어나고, 미끄러지기도 하는 과정 전반에서 젠더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페미니스트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발전시켜온 과정을  설명해주셨습니다.


해외의 연구와 논의를 참조하며 젠더불평등과 약물간의 관계 뿐 아니라 여성들이 약물 사용을 쾌락, 자기표현, 자기치유의 실천으로 의미화하고 주목하는 ‘나르코 페미니즘’ 논의로부터 받은 이론적 영감을 나눠주셨어요. 왜 약물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는 쾌락, 재미 등을 추구할 수 없었는지, 그러한 조건을 만들어온 요인은 무엇인지로 질문이 전환되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또한 논문의 핵심 개념인 ‘횡단 정체성’을 설명하며 “약물이라는 물질의 힘 역시 사회적”이라는 점을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는 약물의 힘을 고정된 것으로 이해하고, 인간이 이를 통제하거나 지배 당한다고 생각하며 인간과 약물을 분리해 바라보지만, 실제로는 어떤 상황과 배치 속에 놓이느냐에 따라 약리적 효과도 달라진다는 점을 우리가 상상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과거의 경험이 남아있는 물질로서의 몸 궤적을 살피며 그 배치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 우리가 개입해야할 지점을 쪼개어 볼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나눠주셨습니다. 


약물 사용에 있어서 친밀성의 영향력과 관계의 불평등이 미치는 효과도 중요하게 짚어주셨습니다. 국내외 사례를 보면 약물 사용의 시작은 대개 친한 친구나 연인과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친밀성이 얼마나 불평등한가에 따라서 약물이 사용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성들의 경험 속에는 “남성중심의 약물 경제에서 여성들이 덜미를 잡혀 끌려가는 상황”이 확인되고 있는데 이는 약물 그 자체보다 누가, 어떤 권력관계 속에서,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드러냅니다. 


또한 여성들의 약물 실천을 설명할 때 흔히 사용되는 ‘위험과 쾌락’의 이분법 역시 질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여성들의 경험 속에서 약물은 그 자체로 폭력도, 쾌락도 아니었고 두 가지는 분리 불가능하게 얽혀있었습니다. 중요한 질문은  “어떤 순간을 폭력이라고 의미화하게 되는가”입니다. 적어도 “너와 내가 동의를 하고 있는 순간에 나를 마음대로 쓰지 않겠다는 상호신뢰의 배반이 성폭력으로 의미화”되었다는 점을 설명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 젠더불평등으로 인한 고통이 여성들의 약물사용을 촉발한다는 설명이 자칫 여성 약물 사용자를 결핍이나 손상의 문제로만 여기게 될 위험을 경계해야한다고 짚었습니다. 약물에 이끌리게 되었던 맥락과 그 과정에서 경험한 의미들을 삭제한 채, 약물을 사용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환원해 처벌하거나, 손상으로서 의료화의 대상으로 삼는 방식 모두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이 약물에 이끌리게 했는지, 지루함 우울감 등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그것이 어떤 종류의 우울함인지 세분화된 설명이 나올때, 우리는 이를 통해 한국사회의 어떤 징후를 읽어내고 개입해야할 지점을 보다 명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문제의식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해주셨습니다. 


이어서 늦은시간까지 질의응답이 이어졌고, ‘회복’과 ‘국가책임’ 키워드를 중심으로 여러 과제와 생각할 지점이 나눠졌습니다.


<공부방>을 준비하면서 약물사용이 추측되는 내담자를 어떻게 지원하면 좋을 지 고민하는 반성폭력 운동 활동가, 약물 의제에서 성적 낙인을 걷어내고 이들과 어떻게 만나고 논의를 풀어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동료 활동가와 시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논의가 출발점이 되어 앞으로도 필요한 논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공부방>의 자리를 마무리했습니다.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동은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