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성희롱 피해 여성 노동자의
후유증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을 환영한다
지난 11월 24일 근로복지공단이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여성노동자의 혼합형불안우울장애와 적응장애로 인한 산업재해 신청을 승인하였다. 본 상담소는 이번 사안을 매우 환영하며, 성폭력과 성차별 없는 조직문화를 만들고 성폭력 피해 여성노동자 구제를 위하여 정부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개선책을 마련해야함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바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지난 20년간 성폭력상담을 해오면서 무수히 많은 직장내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을 만나왔다. 본 상담소의 지난 상담통계를 보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직장 내 관계에 의한 성폭력이 25%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며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폭력 상담 통계는 직장 내 성폭력이 심각한 폭력인 동시에 한국사회 여성들의 근로의욕 상실과 경력단절의 요소임을 말해준다. 따라서 이번 산업재해 승인은 성희롱 피해를 겪고 있는 모든 여성노동자들에게 제도적 피해 보상의 물꼬가 트인 희망의 소식이었다.
물론 이번 사안은 당사자인 현대차 사내하청업체 성희롱 및 부당해고 피해 여성노동자에게는, 성차별과 폭력 이후 발생한 정신적 피해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그는 직장 상사 2 명에게 지속적인 성희롱을 겪은 후 이 사실을 동료에게 알리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는 이유로 직장으로부터 도리어 징계와 해고 통보를 받았다.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근무하던 일터에서 여성가족부 앞까지, 더위와 추위를 견디고 노숙 농성까지 감수하면서, 정부와 기업에게 직장 내 성희롱 문제와 고용차별을 해결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결과 권고결정을 받았지만 아무것도 이행되고 있지 않은 현실 속에서, 그의 외로운 싸움은 더욱 우리를 가슴 아프게 공감하도록 만들고 있다.
지금도 어디선가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고도 고용상의 불이익을 걱정하며 침묵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성폭력 피해를 경험하고도 비가시화된 존재로 성폭력 사실을 덮어야만 하는, 이 나라의 위계적이고 성차별이 난무하는 직장문화가 하루 빨리 사라지는 것이다. 그리고, 억울한 이들의 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제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는 더욱 적극적으로 여성 노동자들의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우리의 권한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반복하는 것으로,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노동자의 아픔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시민의 고통을 나누고 고민해야할 공무원의 책임 있는 답변이 될 수 없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이번 사건의 당사자에게 깊은 지지의 마음을 보내는 바이다. 아울러 직장 내 공간에서 발생한 성폭력 후유증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최초 산업재해 승인에 대해서 진심어린 환영을 표한다. 앞으로도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직장 내 성폭력으로 어려움에 처한 여성 노동자들이 성폭력이 난무하는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다.
2011. 11. 30.
(사)한 국 성 폭 력 상 담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