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서울시 의회는 주민발의안 원안 그대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라!
지난 16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심의하였다. 하지만 결국 2011년 회기 마지막 날인 19일로 심의를 연기하였다. 그동안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의 원안통과를 기대해 온 우리 여성단체들은 회기 마지막 날까지 이를 지연시키는 서울시 의회의 행태에 크게 실망하였으며 동시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러한 서울시 의회의 행보는 이는 ‘교육현장에서의 학생인권존중’이라는 염원을 담은 9만 7천여 명의 서울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이며, 서울 시내 곳곳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발로 뛴 청소년들의 노력을 무력화한 것이다.
현재 확인된 기사들에 의하면, 19일 상임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상정된 안은 애초 주민발의안 제6조에서 구체적인 차별금지 사유들을 명시하던 것과는 달리 포괄조항으로 수정된 내용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포괄조항으로 수정된 안이 통과된다면 학교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차별 사유들에 대응하기가 어려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될 수밖에 없으며 더구나 10대 비혼모 청소년들의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내용은 학생인권조례 전체에서 전혀 언급되는 부분이 없게 된다. 무엇보다, 경기도와 광주의 학생인권조례에도 포함된 차별 사유들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에서 빠질 경우, 이를 근거로 향후 다른 지역의 학생인권조례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명확하다. 따라서 우리는 수정안 상정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반드시 원안을 훼손 없이 제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학생 미혼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 미혼모 가운데 84.9%가 학업을 중단했고, 이들 중 60%이상의 학생들은 학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학교는 자퇴나 휴학을 요구했다. 성소수자 청소년들의 현실 역시 교사의 일상적인 감시와 폭언, ‘교화’를 명분으로 한 체벌에 놓여있다. 이렇듯 지금의 한국의 교육현장에서는 임신출산을 하거나 성소수자로 밝혀지는 순간 자퇴를 강요당하거나 퇴학조치가 가해지고 있으며, 친구들 사이에서도 소외되거나 폭언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을 강제로 학교 밖으로 내몰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이들을 차별하고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 또한 누구에게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차별과 폭력을 막기 위해, 9만 7천여 명의 서울시민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서명을 한 것이다. 현재 극소수 보수단체들이 문제 삼고 있는 ‘임신 또는 출산, 성적 지향’을 포함한 차별금지 내용을 포함한 학생인권조례는 경기도에서 이미 통과되었으며, 광주 학생인권조례에도 ‘성적 지향’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더 이상, 존재하고 있는 10대 비혼모, 성소수자 청소년들을 없는 셈치고 금기시하며 이들에게 고통 받는 삶을 강요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정책으로 내세웠던 비혼모에 대한 지원확대대상에서 ‘학생’이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또한, 성적 취향이나 성정체성에 기반한 차별을 허용하는 법률은 폐기되어야 마땅하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과 세계인권기구들의 권고를 한국사회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보수단체에서 내세우는 ‘교권 붕괴, 아직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동성애, 임신·출산 등을 조장할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는 주장에 휘둘려서는 안 되며,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것은 청소년들의 학습권이 차별받거나 박탈될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과 학생들이 보장받아야 할 다양한 기본권을 교육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한 토론이다. 서울시의회는 9만 7천여 명의 서울시민의 염원이 담긴 구체적 차별금지 사유를 포함한 원안 그대로의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고, 10대 비혼모 청소년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정책 마련과 반차별 감수성 교육을 통한 차별 없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구체적 차별금지 사유를 명시한 원안대로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라!
-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학생인권조례 반드시 제정하라!
- 성소수자, 비혼모 청소년 인권 보장하는, 차별 없는 학생인권조례 제정하라!
2011년 12월 18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언니네트워크,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