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경구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을 반대한다
6월 7일(금), 오늘 식약청은 ‘에티닐에스트라디올’ 성분을 포함한 사전피임약을 약국에서 구매가 가능한 일반의약품에서 병원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체계를 전환하는 의약품재분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경구 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재분류 하는 결정은 피임을 원하는 사람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다. 전문의약품으로 분류 되면 앞으로 병원 처방을 통해서만 약을 복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낙태’에 대한 금지와 엄벌주의로 피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경구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은 여성의 임신결정권을 빼앗는 일과 다름없기에 우리는 경구 피임약 전문의약품 전환을 반대한다.
식약청은 부작용을 근거로 경구피임약의 병원처방을 주장하고 있지만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이 전문의약품 전환 밖에 없는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모든 약은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줄이기 위해서 자신의 병력과 신체적 특성에 맞게 약을 처방받아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60년대 이후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반 의약품이었던 경구 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재분류하는 것만이 합리적인 대안인가.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자신에게 맞는 약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 복약지도와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를 알려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정책이다.
이번 결정으로 임신과 피임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정책이 얼마나 주먹구구인지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보건복지부는 ‘낙태’ 예방 정책의 하나로 피임실천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경구 피임약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는 결정을 하고 있다. 또한 사후응급피임약을 약국판매로 전환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경구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결정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가. 이렇게 앞뒤가 맞지 않는 결정을 목도하는 우리는 이번 결정이 병원과 약국의 이해관계를 적극 고려한 판단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피임약에 대한 정책은 각종 이해관계나 경제적 논리의 경합이 아니라 피임과 관련해 여성이 처한 현실과 건강권이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피임을 원하는 여성의 선택을 제한하는 경구 피임약의 전문의약품 전환을 당장 철회하라.
2012년 6월 7일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연합 한국여성의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