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활동 /
  •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경범죄로 스토킹 처벌은 불가능하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제정 적극 시행하라.

 

[경범죄 처벌법] 지속적 괴롭힘 조항 신설에 관한 논평

경범죄로 스토킹 처벌은 불가능하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률제정 적극 시행하라.

 

3월 11일 국무회의를 통해 ‘경범죄 처벌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된 후 많은 SNS를 통해 ‘스토킹, 고작 벌금 8만원?’이란 조소어린 이야기가 쏟아졌다. 이는 지속적인 괴롭힘, 즉 ‘스토킹’ 사안에 대한 정부 조치인 이번 개정안에 대해 문제를 짚는 목소리다. 개정된 경범죄 처벌법 중 신설된 ‘지속적인 괴롭힘에 대한 처벌 조항(3조1항제41호)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해 교제를 요구하거나 잠복해 기다리는 등의 행위‘에 대해 8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신설된 조항에 지속적인 괴롭힘에 대한 처벌이 도입되었지만, 8만원의 범칙금이라는 경미한 수준의 처벌 조항으로는 심각한 범죄인 스토킹에 대한 적절한 제재 조치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앞선다. 해당 조항을 신설한 국무회의에서는 스토킹에 대한 이해를 기초한 논의가 이뤄진 것인지 의문이다.

 

그동안 스토킹 자체를 처벌하는 법조항이 존재하지 않아 많은 스토킹 피해자들이 법으로 보호받지 못했다. 스토킹에 대한 법적 처벌 조항 마련에 대한 논의가 여러 차례 국회에서 논의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하고 매번 폐기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스토킹이라는 중대한 범죄를 8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경범죄’ 조항으로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스토킹을 근절하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복합적인 양상으로 발생하는 스토킹 가해를 ‘지속적 괴롭힘’ 조항의 경범죄로 뭉뚱그려 처벌할 경우 일사부재리의 원칙상 같은 가해행위로 다시 신고할 수 없기 때문에, 가해자는 ‘8만원’이라는 (벌금형에 비한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액수의) 벌금을 물고 이후에도 스토킹을 반복적으로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다양한 스토킹 행위는 해석에 따라 해당 조항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무엇을 스토킹 가해로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실질적인 처벌 조항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 볼 때, 신설된 조항을 활용하여 효과적으로 가해자를 제재하거나 스토킹 피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스토킹 근절은 여전히 요원하다.

 

스토킹사건의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살펴보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전)데이트 상대이거나 배우자, 지인까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기에 일상을 침해하는 지속적인 괴롭힘은 더 드러나지 않고 그 피해가 지속될수록 피해자는 일상생활의 반경이 통제되고 이에 불편함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가해 행위는 공포감, 위협감을 갖도록 하는 범죄행위들로 싫다는데도 계속 만날 것을 강요하거나 미행, 감시, 반복적인 전화, 협박 등 신체적·심리적으로 괴롭히는 행위, 기타 상대방의 행동을 제한하거나 생활공간을 침범하는 행위도 포함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토킹에 대해 가벼운 범죄인 ‘경’범죄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스토킹이 발생하는 사회적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보여주기 식의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스토킹 피해에 대한 이해 없이 경범죄로 해당사안을 처리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하니까’, ‘애정공세다’라며 가볍게 치부해버리는 기존의 스토킹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강화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경범죄로 스토킹을 처벌하는 것은 기존의 스토킹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공고히 할 뿐만 아니라 가해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한 피해자에게 고립감을 느끼게 하고 대응을 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가해 행위가 지속·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를 중단시키고 대응하는 것이 오로지 피해자 혼자만의 몫으로 남겨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조치와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법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수많은 스토킹 피해자의 고통과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일회성 피해가 아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피해’인 스토킹의 특수성을 감안해 가해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와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적극적인 마련해야 한다.

 

 

2013년 3월 14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