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충동 약물치료를
시민 안전 보장과 성폭력 범죄 해결책으로
내세우는 방식에
깊이 우려를 표한다.
작년 12월 성충동 약물치료 대상을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에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로 확대한 개정법이 3개월의 시간을 지나 오늘부터 시행된다. 성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는 위치추적 전자장치, 신상정보 공개와 함께 성폭력 가해자의 재범을 방지하는 정책으로 홍보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효과에 대한 의문과 이중 처벌적 성격이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되어 왔지만 정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나 사회적 합의 없이 정책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개정된 성충동 약물치료는 대상이 확대되었을 뿐, 치료 대상자의 동의 없이 검사가 직권으로 청구할 수 있는 방식이나 대상자가 동의를 하더라도 취소할 수 있는 방식 등이 없는 문제점이 그대로 포함 되어 있다. 또한 정책의 대상자는 전체 성폭력 범죄자 중 극히 일부가 될 것이 예상되나 한편으로는 “성폭력범죄에 대한 약물치료가 보다 활성화되어 성폭력범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이 더욱 두텁게 보호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표현하여 정부 스스로 이것의 성격이 보안처분인지 성폭력 범죄의 해결책인지 혼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폭력은 권력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아는 사람에 의한 일상적인 폭력일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성폭력이 통제하지 못할 성충동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성기중심적 사고로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비난하는 시각을 견지해왔다. 성충동 약물치료는 이러한 잘못된 통념을 확산시킬 우려가 큰 정책이며 성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2013. 3. 19
(사)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