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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7월 해병대 대령이 자신의 운전병을 4차례 강제추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성폭력 가해자는 강제추행치상죄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 항소심에서는 징역 19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13926일 대법원은 본 사건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 이에 본 사건은 금년 117일 고등군사법원 고등2부의 판결선고를 앞두고 있다.

 

피해자의 일관된 피해 진술에도 불구하고, 피해에 대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사항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보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법원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서 역시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에서도 가해자가 범행 사실을 인정했지만, ‘형사소송법상 보장된 진술거부권이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등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가해자의 주장만이 받아들여졌다. 성폭력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1심과 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의 근거였던 증거들이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군대와 같은 위계적인 조직 안에서 계급과 직위를 이용한 성폭력은 더욱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반면 드러나기가 매우 어렵다.

 

2010년 여성가족부가 성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신고율은 12.5%에 불과하다. 성폭력 피해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고 성폭력을 피해자의 개인적 치부로 보는 편견으로 인해 성폭력 신고율은 여전히 낮다. 더욱이 군대와 같은 위계적인 조직문화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것은 용기와 결심이 필요하다. 성폭력을 저지른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고, 이를 계기로 군대 내 성 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피해자의 의지와 용기가 없었다면 본 사건은 알려지지도, 사회에 반향을 던지지도 못하고 묻혔을 것이다.

2004년 실시한 군대 내 남성간 성폭력성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군대 내 성폭력 가해자의 71.1%는 선임병 또는 피해자보다 계급이 높은 자였다. 해병대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가 피해자보다 직급이 높은 사단 참모장이고 피해자는 가해자의 운전병이었던 점, 피해자는 계급조직인 군대의 특성상 상사의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고 적극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해야 본 사건을 이해할 수 있다.

 

성폭력 사건 이후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심리적 피해가 이번 판결에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해병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는 평소 정말 인간적인 면모와 아버지 같은 따뜻한 면을 지녔다고 여겨 신뢰하고 따르던 가해자의 성폭력으로 모욕감과 수치심이 많이 들어 죽어야겠다고생각할 정도의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3년 이상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이러한 정신적·심리적 피해는 강제추행치상의 근거로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군대 내 성폭력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명백한 범죄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군대 내 성폭력의 피해자는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드러내는 것이 군 조직의 질서를 깨뜨리는 일이라는 부당한 시선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더욱 큰 정신적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군대 내 성폭력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군대 내 성 인식과 성 문화 개선을 위한 제도변화는 여전히 미흡하고 부족한 상황이다.

 

오늘 해병대 성폭력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과가

군대 내 성폭력이 더 이상 군대라는 조직에서 용납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용기 있게 군대 내 성폭력을 문제제기한 피해자가

다시금 우리 사회의 정의를 신뢰하며 살아갈 수 있게 하기를 바란다.

 

고등군사법원 고등2부의 엄중하고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

 

 

2014117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