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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꽃뱀' 타령인가. -세계일보, 성폭력 고소율 ↓.. '꽃뱀' 사라졌나? 관련-
  • 2014-02-26
  • 3525

[논평] 누구를 위한 ‘꽃뱀’ 타령인가.

-세계일보, 성폭력 고소율 ↓.. '꽃뱀' 사라졌나? 관련-

 

2014년 2월 25일 세계일보는 ‘성폭력 고소율 ↓.. '꽃뱀' 사라졌나?’라는 보도를 통해 경찰청의 ‘최근 3년간 성폭력 범죄의 주요 수사 단서별 현황 통계’를 바탕으로 2013년 하반기 고소율의 변화를 기사화했다. 그동안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2013년 6월 19일 폐지)규정이 ‘무고한 고소를 조장하는 배경’이라는 내용으로 ‘성폭력 고소 과정 중 합의한 사건은 무고’라는 식의 잘못된 정보를 유포하며 일반화하는 억측성 내용을 담고 있다.

보도된 내용은 보다 많은 통계상 분석 자료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채 해석 자체에 큰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성폭력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정당하게 문제제기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하고 있을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1. 부실한 정보의 추측성 보도는 중단되어야 한다.

기사는 경찰청이 24일 ‘잠정치’로 집계한 성범죄 사건 통계라 밝히며 전년대비 고소율이 5.9% 감소하였고 이를 곧 고소가 크게 준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통계상으로만 보았을 때 고소가 크게 줄어들었다고 해석하려면 수사 단서별 현황의 분기별 전체 통계에서의 비율적 감소에 대한 비교가 아니라 전년 동기대비 전체 성범죄 사건의 ‘수’에 대한 비교와 함께 고소 ‘건수’에 대한 비교 증감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당 기사는 부실한 정보로 정확하지 않은 보도를 했다.

그간 친고죄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지만 성폭력범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자에게 범죄 피해의 실체를 규명하는 책임을 지웠다. 가해자와 합의하고 고소를 취하하면 형사절차가 종결될 수 있어 가해자로 부터의 무리한 합의종용 등 또 다른 2차 피해도 야기했다.

그러나 2013년 6월 19일부터 친고죄 규정이 폐지됨에 따라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더라도 성폭력 범죄에 대한 인지수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즉, 성폭력 고소율이 감소한 것은 친고죄 폐지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다.  

2. 경찰청 통계에 대한 해석, 누구의 생각인가.  

기사는 경찰청 통계임을 밝혔지만, 해당 통계에 관한 의미를 해석한 곳이 해당 언론사인지 경찰청인지 밝히고 있지 않다. 해당 언론사가 통계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보도를 하였다면 책임감 없는 언론의 실체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기에 매우 문제적이고, 만약 성폭력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 경찰청에서 통계에 대한 해석을 낸 것이라면 이는 그간 수사기관의 경찰을 만나 문제제기를 해야 했던 수많은 피해자들이 겪었을 어려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다.

또한 기사에 나오는 ‘경찰 관계자’와 ‘전문가’로 감춰진 인물들에 관해서도 경찰청과 해당 언론사는 명백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3. 누구를 위한 ‘꽃뱀’ 타령인가.

피해자는 고소 과정 중에 겪는 진술, 합의 종용, 협박, 많은 시간의 소요 등으로 인해 가해자가 제안한 합의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고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합의를 어렵게 결정하는 순간 피해자를 역으로 공격하고 소위 ‘꽃뱀’으로 몰고 가며 ‘성폭력 피해자라면, 성폭력이 맞다면 처벌만을 원할 것이다’라는 잘못된 통념을 이용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손해배상의 의미로 정당하게 합의를 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꽃뱀’이라며 공격하는 경우는 성폭력상담소가 익히 접해왔던 가해자의 주장이기에 해당 기사가 피해자의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잘못된 통념에 동조하고 확산하는 ‘꽃뱀’ 타령만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4. 성폭력 사건 해결의 걸림돌, 피해자 관점이 배제된 보도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 성폭력상담소는 친고죄가 성폭력을 여성의 ‘정조’의 문제, 개인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는 시각을 담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성폭력을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갈급한 이유는 피해자가 친고죄로 인해 고소 과정 중 겪게 되는 당장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이는 고소 취하를 원하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협박을 하며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하냐, 내가 무섭지 않냐’며 보복에 대한 위협을 하는 등 합의를 해주지 않을 시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강요와 괴롭힘에 의한 합의를 하게 되는 상황에 대한 호소였다. 그러나 이렇게 협박에 의한 합의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합의를 했다’라는 사실만 중요하게 여겨져 고소가 취하될 뿐, 합의를 하는 ‘과정’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해당 기사는 피해자들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를 위해 법적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합의 과정’에 대한 고려가 배제되어 있다. 자신의 죄를 면피하려 합의를 종용하는 가해자의 괴롭힘으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경험을 고려한다면 해당 기사는 ‘합의=합의금을 받을 목적으로 하는 허위 고소’라는 식의 위험한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다. 성폭력 보도에서 잘못된 성폭력 통념을 재생산할 수 있는 보도는 절대 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세계일보의 2월 25일자 기사에 대해 경악하고 분노한다. 언론의 역할과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했을 때, 잘못된 성폭력 통념을 강화하고 조장하는 해당 기사는 상당한 문제가 있다.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구성하는 데 언론매체가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해 볼 때 이러한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되며, 이에 우리는 세계일보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4년 2월 26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사)한국성폭력상담소

(사)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사)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한국여성의전화연합 성폭력상담소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 성폭력상담소

천주교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