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해병대 성폭력 사건 무죄판결 유감,
군대 내 성폭력 피해, 언제까지 부정할 것인가.
끝내 대법원은 지난 2010년 7월에 발생한 해병대 성폭력 사건의 가해자에게 무죄를 확정하였다. 가해자는 운전병이던 피해자에 대한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 9개월을 선고받았으나, 2013년 9월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고등군사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고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이 최종확정된 것이다.
정부가 성폭력 근절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이번 판결로 사법절차에서 피해자가 성폭력피해를 인정받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현실로 드러났다. 이번 판결을 통해 사법기관이 성폭력 피해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수사재판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우리는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이 증거불충분을 문제 삼아 유죄판결을 내리지 않았다고 해서 성폭력 피해가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2010년 7월에 이뤄진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가했고 이 때문에 피해자와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사과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또한 2011년 국가보훈처는 성폭력 피해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받아들여 피해자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하였다. 이 모든 사실들이 피해자가 오랫동안 겪어야만 했던 정신적 고통의 원인이 된 성폭력 피해를 입증하는 것이다.
우리는 군 당국이 이번 대법원의 무죄판결로 이 사건의 피해자가 겪고 있는 크나큰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피해가 인정되지 않는 판결이 되풀이 되는 한 군대내 성폭력과 인권침해 근절은 요원하므로, 군 당국과 사법기관은 다시는 이러한 판결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쇄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2014년 9월 11일
(사) 한국성폭력상담소 (사)한국여성단체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