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사단 여군 성폭력사건 규탄 기자회견
2013년 10월 16일, 꿈 많고 촉망받던 젊은 여군, 오 대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피해자가 죽음으로 밝히고자 했던 진실은 직속상관으로부터의 지속적인 강제추행, 모욕적이고 폭력적인 성희롱, 성관계 요구 등의 성폭력 피해와 모욕적인 욕설, 구타, 그리고 가혹행위였습니다. 견디다 못한 피해자가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상황에서도 가해자 노 소령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무죄를 주장하였고, 지난 3월 제2군단 보통군사법원은 강제추행의 정도가 약하고 노 소령이 초범이라는 이유를 들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였습니다. 가해자의 강제추행을 인정하면서도 그 행위 정도를 미약하다고 판단한 군사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은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할 기회조차 저버린 판결로써 군사법원은 군대 내 성폭력 및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2009~2012년 ‘군인 및 전·의경 성범죄 국정감사 자료’와 국방부에서 제출한 2011~2013년 ‘군 성범죄 적발건수’를 보면, 최근 3년 사이 가해자 중 병사 비율은 낮아지는데 반해 장교 비율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솜방망이 처벌이 가져온 결과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여군 대상 성범죄 현황에 이르면, 그나마 단 3건에 불과하던 실형율이 2011년과 2012년에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드러나 군 성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성 위주의 상명하복 군 조직문화에서는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성폭력 피해를 겪는다고 해도 피해를 드러내거나 가해자 처벌을 호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자명합니다. 오 대위가 죽음으로 성폭력 피해를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커녕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하기에 급급한 군대 문화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10월 9일 언론을 통해 육군 17사단 사단장이 부하인 여군 부사관을 지속적으로 추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구속영장까지 청구되는 초유의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이 피해자는 같은 사단의 다른 상사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고 보호차원에서 전보되었다가 또 다시 사단장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한술 더 떠 이 사건의 가해자인 사단장이 상습 성폭력으로 징계까지 받았던 중령을 군 심판관으로 임명했던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한 사단을 책임지는 육군 장성의 성폭력 인식과 행위가 이 지경이니 군대는 더 이상 자력으로 성평등한 조직문화와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 조차 기대할 수 없는 후진적 조직임이 명백해졌습니다. 오 대위 사건과 17사단 성폭력 사건 이전부터 국방부는 성군기 위반 사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말하고 있지만 말뿐이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그 진정성을 믿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입니다. 성폭력을 비롯한 군대의 인권침해에 대한 외부적 통제를 비롯한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합니다.
고 오대위의 사망 1주기를 맞아 우리는 결연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 대위’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17사단 성폭력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고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가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하나. 고등군사법원은 ‘오 대위’사건의 가해자 ‘노 소령’의 성폭력 가해 사실을 엄중하게 처벌하라.
하나. 국방부는 17사단 여군 부사관 성폭력 사건을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으로 이관하고, 비육사 출신의 재판장을 임명하여 공정한 재판을 보장하라.
하나. 국방부는 성폭력을 포함한 군대 내 인권침해에 대해 엄정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군사법원을 개혁하고 외부 감시 통제 방안을 마련하라.
하나. 국방부와 군 당국은 여성인권 향상을 위한 군대 내 조직문화 개선 방안을 지체 없이 실행하라.
2014년 10월 15일
군대내 인권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 (군인권센터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불교인권위원회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 원불교인권위원회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평화재향군인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인권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단체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