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2024년 12월 9일(월) 오전 10시 성폭력특별법 시행 30년 토론회 <보편을 바꾸는, 가장 보통의 경험>이 한국성폭력상담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주최로 서울가족플라자 다목적홀에서 열렸습니다. 월요일 오전,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부지런한 발길들이 이어졌습니다. 박선경 전성협 공동대표의 사회로 토론회는 6일 전 있었던 비상계엄령 사태 후의 혼란과 분노를 위로하고 다잡으며 시작되었습니다. 토론회는 총 세 개의 발제, 다섯명의 토론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발제 1. <성폭력특별법 30년, 법의 변천에 담긴 사회변화의 흐름과 쟁점> /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성폭력특별법 필요성은 여성폭력 대응 여성운동이 시작된 1980년대부터 요구되었지만, 1991년 본격적인 제정운동이 시작되었던 몇 가지 사건과 일정흐름을 소개했습니다. 1992년 12월 14대 대통령선거도 지난 1993년 12월 국회에서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됐고, 이듬해 4월 1일부터 시작됐습니다. 여성운동가들은 특별법이 보수적인 형법의 한계과 가부장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의미화했는데요, 법제처는 반면 성폭력범죄가 흉폭화, 지능화, 저연령화되고 있고 기존 법체계로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서 특례를 인정하여 여성과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라고 설명함으로써 기존 법의 한계에 대한 성찰은 비가시화했습니다. 발제자 1은 2023년 국회에서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이 “장애라든지 아동이라든지 특별법이 있고 성범죄 관련 죄명이 많아서” 형법상 강간죄 개정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짚으며, 특별법은 기존 법의 한계와 정상성에 균열을 내는 징검돌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변화 대신 포섭되는 자리에 있기도 하다고 지적합니다.
발제자 1은 성폭력특별법이 2010년 성폭력처벌법과 성폭력방지법(피해자보호법)으로 분리되어 각각 법무부, 여성가족부 소관법률로 관할부처도, 체계도, 가치도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성폭력특별법 초기 모델에서 두 법이 함께 있던 때부터, 수차례 개정된 내용, 처벌법과 방지법 분리 이후 개정 내용을 살피며 ‘피해자지지/보호/지원’과 ‘가해자 처벌’이라는 두 축이 함께 성폭력대응체계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중요하며 지금도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지속될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성폭력특별법이 1994년 1월 5일 공포된 이후로 2024년 10월 16일까지 언제 어떻게 개정되었는지를 정리했습니다. 각각 몇 대 국회, 몇 대 대통령의 시기에 이루어진 개정인지도 확인할 수 있는 정리표였습니다. 이를 발제자가 분류해보았는데 ‘처벌 및 부과조치’, ‘(처벌법상) 피해자지원’, ‘교육, 예방’, ‘범죄 추가/변경’, ‘시설운영’, ‘(방지법상) 피해자 지원), ’피해자 대상확대‘ 순서로 개정 빈도가 높았습니다.
이어 성폭력특별법 5주년, 10주년, 20주년 때 각각의 시기에 지난 5년 또는 10년간의 변화를 집중 분석한 바 있어서 2015년부터 2024년까지의 사회변화와 성폭력 관련 법제도 변화를 살폈습니다. 특히 성폭력특별법과 유관한 법들을 제정 연도, 주요 개정 연도를 대비하여 한 눈에 볼 수 있게 한 표가 유용했습니다. 미투운동과 그 후 시기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는데, 2018년 미투운동 당시 여성‧시민사회가 요구한 중점 입법과제를 다시 상기하며 어떤 법제도가 새롭게 자리잡았는지 ‘제9차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국가이행보고서 2018-2022.3 제5조 관련’ 정부보고서를 통해 확인해봤습니다. 발제자는 지난 10년간의 변화를 다음과 같이 일별했습니다. 1) 사회 여러 영역에서의 성폭력, 성희롱 근절 체제 도입 2) 가해자 엄벌주의 및 격리 정책 확산 3) 디지털성폭력 입법·제도·정책·캠페인 등 확산 4) 스토킹 처벌법, 방지법 등 신설 법률 논의 및 추진 5) 군대 경찰 스포츠 등 성폭력 내부 대응 추진 6)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와 피해자 보호업무 부처 다변화 7)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와 남성중심적 백래시 노골화 : 강간죄 개정 등 주요 법개정 과제 반대
발제자 1은 1993년 여성연합 성폭력특별법제정특위 때부터 성폭력특별법에 대한 여성운동 단체들의 개정 요구 사항들을 정리하여 톺아보았습니다.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지지체계 전반에서의 개정요구를 포괄하고 있는데, 가해자 엄벌주의나 형량강화보다는 법의 가부장성과 성폭력에 대한 보수성을 깨기 위한 근본적인 변화 요구가 주를 이룹니다. 현재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서는 성폭력방지법이나 처벌법 개정안에 하나씩 의견을 제출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장 의견이 입법부 논의과정에 반영되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살폈습니다. 발제자 1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운운하며 통합상담소 정책을 강행했던 시대에 현장 단체들의 연대와 대응을 의미있게 기록하면서, 앞으로의 10년 – 디지털 AI인공지능 시대, 고령사회로의 진입, 기후위기 시대 성폭력대응운동의 과제로 제안합니다. 고령화시대에 피해자나 사회적 약자의 의사는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고 반영될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가 필요하고, 중앙 책임은 줄이고 지자체로 권한과 예산을 넘기는 시대에 서울중심을 벗어난 지역 연대와 당사자-조력자-시민들의 더 너른 연대체 활동이 요구된다고 보았습니다.
발제 2. <국가는 무엇을 성폭력으로 처벌하는가 : 성폭력 법의 위치와 방향> /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발제자 2는 여성운동으로서의 성폭력특별법 제정운동, 입법운동 차원에서 보는 변화, 개선을 향한 쟁점, 향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발제문을 시작했습니다. 여성운동은 1980년대 ‘여성’ 범주를 정체성이자 주체로 설정한 운동으로서 탄생했고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개념화하고 그에 대한 대응운동이 주요 여성운동 중 하나로 정립되는 시기가 이어졌습니다. 광의의 성폭력은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서 젠더 권력관계가 사회, 국가, 문화에 의해 팽배하고 이를 배경 삼아 젠더에 기반한 행위가 공사 영역에서 여성에게 신체적, 성적, 심리적 침해나 괴로움을 주도록 협박, 강제, 실행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에 비해 협의의 성폭력은 성적인 형태로 발생하는 폭력인데, 1991년 성폭력특별법 제정운동의 과정에서 2년의 논의 끝에 두 가지 차원의 특별법 시안이 마련됐습니다. 1992년 성폭력특별법 제정 추진 특별위원회 출범(전환) 이후로는 속성 다른 범죄유형을 하나로 정의하면 법률 취지가 모호해진다는 법조계의 의견을 거쳐 성적인 폭력 형태로 좁혔으며, 아내 구타, 강제적 성매매, 인신매매, 포르노 의제는 추후 별도의 특별법 입법으로 이어졌습니다.
발제자 2는 지난 30년간 성폭력 처벌 관련 법이 여성운동이 제시한 쟁점과 방향에 따라 변화해왔다고 평가합니다. 첫째는 기존 법률로 포섭되지 않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범죄를 신설하고 절차가 개선되어 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비동의요건으로의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아서 여성단체들은 2006년 여성인권법연대를 꾸리고 동의없는 성적행동 개념을 제안했습니다. 이 중 객체를 부녀가 아닌 사람으로의 변화 등은 2013년 형법개정에 일부 반영됐습니다. 둘째는 피해자의 취약한 위치로 인해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가 제한된 상황에 대한 법적 보완이 이뤄진 것입니다. 셋째는 성폭력 피해 심각성 인식을 반영하여 처벌 형량이 상향되고 가해자 재범방지를 위한 제재조치에 대한 추가 및 보완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넷째는 형사절차 중 2차 피해 방지를 위한 조사 및 재판시 피해자의 보호, 지원 및 절차 담당자 성인지 관점 높이기 제도가 포함된 것입니다.
발제자 2는 무엇을 법은 ‘성폭력’으로 보는가에 대한 논의를 본격 펴게 되는데요. 성폭력처벌법상 성폭력 범죄 구성의 쟁점 검토라는 소제목 3 파트입니다. 성폭력 대응 제도화를 통해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로서의 성폭력 개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형성된 것은 중요한 성취이지만, 제정운동 때부터 제기되었던 성폭력 범죄 구성에서 폭행‧협박 등 행위수단 설정의 한계는 여전히 남아 있는 쟁점입니다.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가 되어야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강간의 연속성 상에 있는 것을 처벌하지 못하게 하는 한계가 됩니다. 2006년 여성인권법연대는 형법 32장의 전면 개정을 제안했었는데요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에 부합하는 형법상 성폭력법체계 정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나온 안이었습니다. 미투운동 직후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를 여성단체들은 결성하고 형법 개정을 위한 제안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성적자기결정권을 법은 가해자의 관점에서 말하기도 하고, 권리행사능력의 문제로 보기도 하고,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로도 보기도 합니다. 자기결정권은 근대법의 법치주의에 내재하는 원리인 자기책임원칙에 따라 이성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람, 자기 운명을 선택하고 결정하되 책임은 스스로 부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개념인 것이지요. 자유주의 관점에서 독자적이고 고유한 개인의 자율성, 외부세계와의 상호 작용 속에서 제한될 수 있는 개념으로서의 자기결정권에는 공동체 내 권력관계나 구조에 대한 고려는 없습니다. 발제자 2는 성적자기결정권은 타인과의 소통행위와 적극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이 때 관계와 권력과 무권한 개인의 독자적 결정과 행동만을 산출하거나 계산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이 이분법적으로 나뉘지도 않는 것이, 사적 영역이든 공적 영역이든 성적 관계는 관계적인 차원이 반영되는 개념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논의해야 하는 측면이 있는데, 바로 법에서 성을 다루는 방식에 있는 성폭력 범죄가 아닌 성풍속 범죄라는 개념과 체계입니다. 형법 제22장에서 다루는, 위헌결정된 간통죄, 음행매개죄(242조), 음화반포죄(243조), 음화제조죄(244조), 공연음란죄(245조) 들입니다. 성풍속은 개인적 법익이 아닌 사회적 법익에 해당하고 “성도덕 내지 건전한/건량한 성적 풍속”을 법은 제시하고 있습니다. 개인 피해자가 아니라 사회질서에 대한 침해로 사회적 피해를 설정하는 것이지요. 포르노의 경우 여성운동은 젠더 구조에 기반한 여성폭력으로 설정하고 대응해왔지만, 법의 변화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성적자기결정권 침해의 확장된 해석을 통해 일부가 성폭력 범죄 영역으로 이동했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성적 이미지를 이용한 성적 침해입니다. 카메라등 이용촬영죄의 경우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 일반적 인격권,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 확립으로 판례는 보호법익을 설명합니다. 대법원 2020.12.24. 선고 2019도16258 판결은 자기 의하에 반하여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성적 자유라고 명시함으로써, 인격권 침해의 측면을 짚었습니다.
발제자 2는 성폭력입법운동 당시 성폭력을 ‘강제성’으로 구성했고 ‘폭력’이라고 강조했다고 되짚습니다. 성폭력특별법 10주년 토론회에서 변혜정 발제를 인용하여 그 결과 성적인 것을 문제삼는 기회가 줄고, 폭력을 문제화하는 방식으로 성폭력을 구성하게 되었다고요. 성관계냐, 폭력인냐?로 이분법적인 판단구조가 결과적으로 형성된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이 성적인 것, 에 대해서 말할 때 그 개념과 구성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그것은 성폭력 범죄 구성요건을 변화시키는 것 뿐 아니라, 성매매를 포함한 성풍속 범죄에 대한 개념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성폭력은 성적수치심을 유발하는 행위, 성풍속 범죄는 음란한 행위로 되어 있는 개념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요.
발제 3. <‘피해자 보호’의 의미와 한계, 성폭력 대응을 위한 조건 상상하기> / 호랑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성폭력특별법을 통한 피해자 보호와 지원의 의미를 재검토하고, 피해자는 법제도와, 피해자지원기관과 어떻게 관계맺고 있는지 돌아보고, 법제도적 과정과 지원이 성폭력 사건 해결의 주요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는 법적 과정에서의 피해자의 소외입니다. 법적 지원과정은 한번 진입하면 빠져나가기 어려운 험난한 과정이 시작되므로 신고를 쉽게 권하지 못하는 마음이 된다고요. 경찰에 신고를 접수하러하면 무고죄 위험을 고지받고, 수사과정에서나 가해자 방어권 행사 과정은 2차 피해 온상이고, 수사 법적 과정에서 피해자는 소외를 경험합니다. 소외되는 구조 중 하나는 사법과정에서 피해자가 ‘당사자’가 아니고 증인과 같은 제3자 이기 때문인데요, 증인으로서 보호받는 제도가 있지는 하지만 법적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거나 알권리가 충분히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발제자 3은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는데요, 자신이 고소한 피해 외에 다른 피해가 있다하더라도 재판 시작 전까지는 알 수 없는 문제, 가해자가 진술이나 자료 제출로 진실을 왜곡해도 알 수 없어 대응하지 못하는 문제, 법적 지식이 부족해서 ‘폭행, 협박이 있었나요?’ 같은 질문이 법적으로 어떤 역할과 위치인지 모르고 혼란 속에서 불충분한 대답을 하게 되는 문제 등입니다. 피해자 국선변호사 제도가 생겼지만, 이에 대해 문제제기 하는 게 쉽지 않고, 변호사와 협상해야 하는 과정이 지난하게 펼쳐집니다.
두 번째는 피해자가 직접 사건을 드러내고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역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구조상 피해자는 보호의 대상이고, 취약함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존재이고 피해자는 고통을 강조하는 과정에서만 유일하게 역할할 수 있게 되는 문제입니다. 피해자 주체성을 도리어 축소시키는 과정인 것이지요. 고통의 재현만 인정하고 피해자의 행위성은 제한하는 사법제도가 고통으로서의 피해를 제대로 드러내는데 역효과일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세 번째는 가해자 서사를 허용하는 법적과정입니다. 가해자가 허위 진술해도 수사과정이나 검사가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확인하는 과정은 드물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진술과 피해자 제출 자료는 가해자측 변호인에 의해 모두 반박되고 검증되지만, 가해자 진술과 제출자료들은 논증의 대상이 잘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재판에서 가해자가 피해자가 성관계 동의했다고 생각한 사정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가해자의 강간통념, 피해자에 대한 비난, 가해자 시선에서의 서사가 피력됩니다. 이러한 주장을 피해자가 낱낱이 온전히 알기도 어렵습니다.
발제자 3은 법정 안에서 피해자의 법적 자리를 만들기 위해 유럽연합, 유럽평의회 피해자 권리보호 지침, 독일, 프랑스, 일본 미국의 피해자 참여제도를 소개하고 필요성을 제시합니다. 독일은 피해자가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프랑스도 그러하며, 일본은 피해자에게 증인신문권, 사실 및 법령 적용에 대한 의견진술권, 피고인신문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법적 과정에, 사법적 과정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적인 사건 해결, 사법절차가 아닌 제도화된 성폭력 처리절차, 다양한 영역에서의 성희롱 처리 지침과 기관, 제도 등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국가주도형 피해지원기관에서 특히 피해자가 경찰 신고/고소가 되어야만 지원하는 경우가 높았고, 디지털성범죄 지원기관에서도 유사한 절차나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성폭력이 아니라며 지원을 중단하거나 상담도 시작 못하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현실과 괴리된 보수적 사법적 기준이 사회에도 적용될 때, 성폭력 발생 구조는 사법절차 뒤로 비가시화되는 문제가 생깁니다. 피해자 지원현장에서 제도화 이후 야성을 상기하며, 제도화 한계 너머에서 성폭력 문제해결을 위해, 피해자 주체성 회복을 위해 다른 상상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발제자 3은 마지막으로 남겼습니다.
이후 다섯 분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토론 1 ‘특별한 보호가 아닌 포괄적 권리보장과 연대의 말하기 / 나무(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소장)
장애가 있는 여성/피해자의 경우 폭행, 협박, 위계, 위력 행위수단을 요건으로 하지 않거나 완화된 해석으로도 성폭력이 성립되기 위해 존재하게 된 법적 근거가 있으니 바로 ’항거불능‘인데(형법 제299조, 성폭력처벌법 제6조 4항) 장애가 얼마나 심했나를 따집니다. 가해자가 권리 침해를 한 행위가 아니라 장애가 있는 나의 몸이 얼마나 무력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것이지요. 도가니 사건에서도 2008년 항거불능에서 재판부가 편협하고 엄격한 해석을 해서 대다수의 성폭력 가해자들이 처벌망을 피해 갔습니다.
장애 여성의 경우 ’장애가 있는 사람에 대하여‘ 조항만 있으면 장애가 있는 사람/여성은 모두 피해자가 된다는 통념이 더 크게 형성되며, 항거불능 조항이 아예 삭제되면 장애인 성폭력의 특성을 톺아볼 여지가 없어지는 지대에서 법적 문제를 바라보게 됩니다. 가해자 변호인이 “정상적 남성과 지적장애여성이 합의에 의한 관계를 할 수 없다면 그것은 성적자기결정권 침해다”, “장애가 심하지 않기에 성폭력특별법이 아니라 일반 강간이나 강제추행으로 공소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기존 프레임 사이에서 장애여성의 성폭력 피해 경험을 설명하는 것의 한계를 절감하게 됩니다.
필요한 것은 장애여성의 취약성 입증이나 능력입증이 아닌 취약한 인권의 고리를 찾는 것인데요, 이 때 필요한 질문은 항거불능은 바로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삶의 맥락, 불평등, 사회적 차별, 복합적 인권침해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형법상 강간죄를 동의여부로 변경하는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의사결정 능력이 충분하지 않고, 의사를 표시할 수 없다고 간주되는 장애, 아동,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 되고 동의여부를 묻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의의사를 물어야 하는 시민권임이 사라질 수 없고, 사회적 관계와 역량이 지속되고 있으며 나아져야 한다는 것도 사라질 수 없는 사실입니다.
토론자 1은 장애는 동의의사를 표할 수 없는 능력이 아니라 정체성이고, 동의의사 표현을 하기 어려운 것은 사회적 차별의 결과라고 강조합니다. 지지적 관계망 부재, 불안정한 주거, 빈곤, 고립감, 교육, 직업훈련, 최저임금 못 미치는 노동 등으로 인해 성적 피해에 이르게 되고, 동의와 의사표현과 관계 작동에 대한 섬세한 이해, 법적 사회적으로 해석의 역량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한동훈 당시 법무부장관은 2023년 장애인 등 특례 성폭력 조항이 있다며 형법상 강간죄개정을 반대해는데, 동의가 필요로 하지 않다고 특정 사람들을 간주하는 특례조항이 과연 보호조항인지 토론자는 질문하고 있습니다.
토론 2 ’세상을 바꾼 용기와 우리들의 연대가 피해자 권리를 보장한다‘ / 김혜란(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울산 동구 가정폭력성폭력통합상담소)
토론자 2는 1986년 부산 의사 성폭력에 맞선 공동대책위원회, 1987년 고흥 경찰에 의한 성폭력 및 피해자 사망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1988년 대구 경찰에 의한 성폭력 및 역고소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1995년 정읍 지역 교장에 의한 성폭력 사건 대책위원회, 1988년 안동 성폭력 사건 대책위원회, 1990년 광주 벌교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1991년 거창 군의원에 의한 성폭력사건 대책위원회, 1992년 학교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여성연대 등 수많은 (서울 수도권 외) 지역 성폭력 대응 활동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수많은 성폭력 사건과 공론화, 이를 지원하며 사회적 문제를 알리기 위해 활동한 전국의 여성운동가가 성폭력특별법 제정과 이후 개정과정에 촘촘히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면서,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다시 절감했습니다.
토론자 2는 성폭력 피해자 전담조사제가 성폭력처벌법에 있지만, 지역의 한 경찰서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를 일으키는 수사를 진행한 여러 사례를 짚으며 지적했습니다. 경찰청 훈련으로 피해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규칙, 범죄수사규칙상 성폭력 사건에 관한 특칙도 제정되었지만 실행되는 것은 형식적인 문제가 아니어서 실질적인 성찰, 적용, 교육,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 3 ’디지털 성범죄‘를 중심으로 한 성폭력처벌법의 의미과 한계, 과제 / 김여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토론자 3은 성폭력특별법 범죄행위 추가 개정에서 '디지털성범죄' 관련 사항이 차지하는 부분이 높은데 새로운 양태가 생길 때마다 '신종' 범죄라며 법이 추가되어 온 과정에 대한 고민으로 토론을 열었습니다. 근본적인 변화 대신에 포섭되는 것도, 사각지대론에 머무는 대응도 아닌 기존 법체계의 한계에 균열을 내는 역할을 위한 고민을 발제에 이어 더해갔습니다. 징검돌로서 디지털 성범죄 특별법에 대해 토론자 3은 2019년 8월 12일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법률지원단 연구1팀 1차 모임에서 처벌법개정 방향 제안 문서를 작성했던 것을 기록하며, 성폭력이라는 이름이 붙는 것이 갈급했던 당시 상황을 상기했습니다. 2020년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입법 TF에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는데, 온라인 성매매와 디지털 성폭력의 관계는 추후 과제로 남겼다고 합니다.
현재는 법과 디지털성범죄특화 상담소도 생겼지만, 음란을 중심으로 개별 행위태양이 열거되는 법체계가 여전히 디지털에서의 문제를 다 포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도 삭제지원을 실제로 하지 못하고 삭제 지원을 해도 삭제 안됨의 고충은 반복되고 있는 것이지요.
토론자 3은 현재 디지털성범죄가 되려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로 되어 있어서 몸캠피싱과 젠더기반폭력으로서의 성적 이미지 이용 협박 강요가 구분되지 않고 있는 점을 지적합니다. 어떤 피해가 있으면 성별만 바꾼 어떤 행위도 동급으로 비교되거나, 퉁쳐지는 거 아니냐는 논의가 흐르는 것이지요. 이러한 점은 사건의 맥락, 문제, 침해하는 것과 결과와 효과를 톺아보고 대응하기 어렵게 합니다.
또 강간죄에는 폭행, 협박 요건이 여전히 있지만,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카메라등이용촬영죄, 허위영상물관련죄에서는 ’의사에 반하여‘가 요건으로 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는 의사에 반했다고 일관되게 진술해도 촬영을 인지한 걸로 보인다, 어제 동의했다면 오늘도 동의했을 것이다 등 '묵시적 동의' 간주로 불기소, 무죄가 나오는 사례가 많은 것이죠. 또 현재 문제는 디지털 성폭력은 피해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적 대상화된 이미지로 온라인에서 돌아다니는 시간이 긴데요, 이 때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거나 이야기 들어보지 않은 상태라면 성폭력이라고 간주할 수 없는 채 유포를 방치해야 하는지? 의 문제입니다. 2023년 6월 15일 선고 대법원 판결은 의사에 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적극적인 판단은 삭제조치 등을 해야 하는 플랫폼 사업자도 적극 모색,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합니다.
마지막으로 토론자 3은 무엇이 언제 피해촬영물이 되는가? 의 질문이 항상 살아있고, 이 점은 디지털 이미지 생성에서 여성의 자율성과 문제제기 모두가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고, “동의의 철회가 보장되어야 동의의 완성”이라는 지점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토론 4 ‘여성주의 운동으로서 반성폭력 운동의 과제’ / 추지현(서울대 사회학과 부교수)
토론자 4는 반성폭력 운동의 종국적 목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가능하게 했던 불평등한 젠더 관계를 변화시키는 것이며, 법과 제도 개혁 요구는 이 과정에 수반되는 이슈파이팅, 인식 개선, 시민성 함양, 생활세계의 변화 촉구 등 여성운동의 일환이자 매개라고 짚었습니다. 성폭력특별법 제정 OO년일 때 한국 사회는 “반성폭력”을 무엇으로 상정하고 있는지, 이를 특정한 형태로 구조화 하는 요인들이 무엇인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게 되는 방향인 것이지요.
토론자 4는 성폭력은 젠더구조의 문제다, 라는 명제의 현재를 질문했습니다. 구조적 불평등은 ’친밀한 관계, 직장, 학교, 공공장소나 디지털 공간에서 사람들의 행위를 틀 짓는 힘이고, 성적 이중규범, 여성의 가족 혹은 노동관계에서 장애, 국적, 계층 등이 맞물려 만들어내는 지위, 디지털 기술의 개발 및 적용이나 대학과 조직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성배제 등‘을 의미함에도 불구하고 젠더폭력의 구조성을 “여성들 다수가 피해자가 된다는 점 아닌가?”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이지요.
생물학적 성별 외에 여성됨을 다양하게 경험하는 이들의 삶과 구조화과정에 대한 관심은 부차화되고, 때로는 성별 집단간 자원 분배의 문제를 더 의제화하면서 성별을 식별하거나 트랜스젠더 배제에 집중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젠더 구조 변화에 대한 이해와 행동보다 법과 제도를 유일한 해법으로 기대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지, 오히려 페미니스트 번아웃과 정치적 냉소를 앞당기게 되지는 않을지 우려했습니다.
또한 반성폭력에서 피해자 보호/지원, 가해자 처벌을 중심으로 운동의 목적이 고정될 때 친구, 교사, 부모, 목격자, 동료 등 사회적 관계와 실천(관행)의 위상이 비가시화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학교, 직장 등 조직에서의 성폭력 문제해결을 준 사법화 경향으로 치닫고 학교 내 인권센터 도 서비스 전달체계의 일부가 되어버리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법의 논리가 일상을 지배하는 경향이 되면 사회변혁의 과정은 전략적으로 봉쇄되게 되고요.
법률의 분화는 법률 조력의 시장화, 성주류 정책의 실행 어려움 등을 낳는다고 토론자는 짚습니다. 연속성과 맥락을 살펴야 하는 것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이해와 정책 개입의 필요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요, 특별법부터 양형기준에 이르기까지 폭력의 대상과 유형별로 법제도가 분저러되는 문제는 젠더적 구조와 해석보다 폭력 유형에 더 집중하게 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이 제정되었지만, 종합적 체계적 추진은 모호한 채, 경제적 효율성을 중심으로 중복 서비스 제거라는 현 정부 ’통합‘ 추진의 근거만 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비판적으로 질문을 던졌습니다.
디지털 기술의 확장 시대에 정부는 더욱더 전문가 주의, 치안의 과학기술화, 빅데이터 알고리즘 기반 이상행동 식별, 장애와 인종에 따르위험판단, 정책 분절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은데요 토론자는 이를 “정치의 사법화, 정책의 관료기술화, 예방의 디지털 산업화라는 세 측면에서 ’통합적 접근‘에 대한 반성폭력 운동의 구체적 프레임을 모색하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정리해보았습니다. 역사적으로 반성폭력 운동이 해온 젠더 관계 변화를 위한 싸움을 기반으로 자본주의, 연령주의, 섹슈얼리티 질서 등 여러 억압 기제에 맞서는 연대, 고령화나 기후위기가 초래하는 여성폭력 등을 포착하기 위한 저항이 앞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요.
토론 5 ‘젠더 기반 폭력 대응 제도의 연속/연결성 확인을 통한 성폭력처벌의 보호법익 재구성 필요’ / 백소윤(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토론자 5는 디지털 성폭력 지원 사례를 통해 현재 법이 디지털 성폭력에 대해 불법성, 가벌성을 법적 평가할 때 그것의 성폭력적인 특성, 그 대상과 생성된 이미지 물에 대해 소극적으로 평가하고 기술 매개라는 과정과 특성, 음란 개념에 의한 유해성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시작했습니다. 아파트 복도에서 휴대전화를 피해자 방안에 들이댔으나 주거침입만 기소되고 카메라등 이용촬영은 성립되지 않았던 사건을 보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 함부로 촬영당하지 않을 권리가 대법원 판례에는 있지만 실제 사건에는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피사체가 방에 없었고, 촬영물 결과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해자는 성폭력방지법 상 피해자의 지위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또 이주여성이 일하던 공장 화장실에서 카메라를 발견해 신고했지만, ‘일찍’ 발견해 얼굴만 찍혔으므로 카메라등 이용촬영 피해가 아니라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토론자 5는 처벌공백, 입법공백 이전에 의지 공백을 수사기관에서 목도했다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성적 이미지와 함께 개인정보유포가 있을 때, 개인정보는 성적 의미획득을 통해 피해자에게 성적 피해가 되지만 성폭력특별법 적용이 되기 어려운 문제, 여성혐오의 타겟이 되어 입는 피해도 직접적 공적 규제가 아직 되고 있지 않습니다. 성별 권력차로 인해 쉽게 성적 대상으로 소비되는 사회구조적 맥락에서 젠더기반폭력으로 침해되는 법익에 대한 구상없이 어떤 것만이 폭력으로 인정되느냐는 한계가 있는 체계라고 지적합니다.
토론자 5는 발제자 2의 제안에 이어 젠더기반폭력을 다루는 제 법제들과 성폭력특별법의 관계에 대해 고민을 이어갔습니다. 성착취/성매매 목적 인신매매 피해자 이주여성을 대리하는 사건에서 피해자가 이동할 업소를 알아봤다면 저항을 엄두도 못낼 만큼 겁박당한 인신매매 피해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했다고 합니다. 토론자는 이 문제를 “인신매매라는 범죄의 비분절적 성격에 대한 몰이해로 피해자의 취약성을 수단으로 한 ‘비폭력적(비정형적)’ 강요는 지워지고,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 알선자나 성구매자와 동일선 상에 두고 처벌하는 사회의 의도가 더해져 이 사건의 성폭력적 성격을 날려버렸”다고 보았습니다. 도망간 피해자를 잡아오도록 SNS 피해자 사진을 업주가 유포했음에도 따로 이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할 수 없다고도 수사기관은 답하고 있었습니다. 토론자 5는 이주여성이 피해자로서 체류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했는데, 피해를 지원하는 것이 범죄 인정에 국한되지 말아야 하며, 피해에 대한 포착과 해석과 이해가 범죄 인정 과정을 확장해야 하는 과제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제시합니다.
또 성폭력 법과 성매매 법이 상이한 목적, 상이한 보호법익이 있기 때문에 성매매 맥락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불인정 될 뿐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가 성매매처벌법 위반 피의자로 조사받게 되는 모순적이고 문제적인 상황이 발생합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연쇄적인 젠더폭력 대응에서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보호법익만으로 충분한 것인지, 성매매 영역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의 피해자가 피해자로서 지원받을 수 있고, 더 큰 위험을 감당하지 않아도 되는 체계가 되려면 어떤 충돌을 들여다보고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하는 것인지 질문합니다. 성폭력 법에서 말하는 보호법익과 안전, 위험, 지지/지원은 조금만 다른 젠더폭력의 국면에서는 가짜 피해자를 골라내는 체제가 되어버릴 수 있고, 이럴 때 피해자의 접근성은 떨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금지, 낙인, 구조적 강요, 동의와 협력적 착취의 고리, 피해자 구별과 처벌 제도 등을 넘어야 젠더기반폭력의 연속성에 닿을 수 있고 대응 법제의 연결성을 시도할 수 있다고 토론자는 제안했습니다.
토론자 5는 성인지 감수성 판례 이후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는 편향된 관점을 경계하자는 의미였으나 모순없는 피해 진술확보에 더 집착하게 된 현실은 아닐지 되물었습니다. 피해자 지원체계가 비장애인/선주민/성인/이성애/가족/비트랜스여성 지원만을 상정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 상황에 맞게, 취약성과 특수성을 반영한 상태로 이루어질 때 보호법익 재설정을 위한 구상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또 피해자 절차참여권에 대해서도 형사절차에서 피해자 자리 찾기가 유무죄 판단결과만이 전부가 아닐 수 있도록, 모멸과 수치심만이 아니라 절차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가능할 때, 경험할 수 있을 때 법적과정도 해결과정의 한 방편으로 자리할 수 있을 거라고 보았습니다.
발제와 토론이 마무리되고 객석에서는 몇 가지 질문과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장다혜 발제자님의 발제가 현장에서 고민하고 있던 지점을 짚은 것 같다, 섹슈얼리티에 대해 젠더기반폭력 법이 규정을 어떻게 해놓았는지를 문제삼아야 한다고 했는제 입법방향에서의 대안은 무엇인지 첫 번째 질문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공동체 안에서 성폭력이 발생하고 피해자가 이를 외화하면 그냥 사표를 던지고 도망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사법적 시각에서 벗어나 공동체적 문제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된다는 질문과 의견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법적인 사고가 생활 속에 너무 들어가 있는 문제를 지적해주셨는데, 법과 제도가 명목상 잘 되어 있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외부에서 알기 어렵고,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 목소리가 자세히 외화되지 않으니 사각지대는 이미 많을 것 같은데, 발제와 토론에서는 여러 문제와 대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더 보완해줄 수 있는지? 법과 제도 외에 시민사회나 공동체가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노력의 예시가 있는지 질문이었습니다.
토론자, 발제자, 사회자는 각 질문에 대해서 발제 내용과 토론 내용을 다시 한번 상기하거나, 고민되었던 지점, 개인적인 의견을 보완하며 토론회를 마무리했습니다. 객석토론과 논의시간이 부족한 것은 토론회의 고질적인 문제지만, 이 날도 시간부족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성폭력특별법 시행 30년 토론회, 후기를 통해 발제와 토론으로 제안된 내용과 논의를 살펴보았는데요 자료집 다운로드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내용을 공유하고, 논의와 새로운 모색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도 이 날의 논의가 앞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성폭력특별법 시행 30년 토론회 '보편을 바꾸는, 가장 보통의 경험' 자료집 다운로드
사진 _ 수수, 후기 _ 오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