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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성명/논평] '저항'과 '민주화'는 탈취될 수 없다 - 1.19 서부지법 극우 폭동 사건에 부쳐
  • 20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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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과 '민주화'는 탈취될 수 없다 

1.19 서부지법 극우 폭동 사건에 부쳐


지난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서부지법에서는 극우 폭동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서 체포된 현행범 중 과반수가 2030이었다는 사실도 주목되고 있다. 법치주의의 상징인 법원의 건물 외벽과 유리창을 깨고,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수색'하고, 경찰과 기자를 물리적으로 위협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정의를 요구하며 의미를 갱신해온 '저항', '민주화' 등의 용어가 탈맥락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차별받고 소외된 자리에서 사회변화를 촉구해온 이들에 대한 모욕이며 단호한 처벌이 필요한 사안이다.


이 같은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여러 분석이 진행되고 있다. 많은 비평가들은 전통적인 가족구조가 흔들리고, 남성들이 더이상 가장의 지위를 획득할 수 없는 노동구조를 언급한다. 소외되고 배제된 남성들이 극우정치세력으로 결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분석에서 핵심이어야 할 극우세력의 안티페미니즘 선동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이대남’과 ‘이대녀’를 가르는 ‘젠더 갈등’으로 귀결되고 만다. 이대남이 페미니즘에 대한 강력한 반발심을 갖고 있었고, 탄핵 집회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여성을 경계했기 때문에 서부지법으로 향했다는 분석은 과연 타당한가?


현상 이면의 구조를 짚는 질문은 너무나 필요하다. 문제는 익히 들어온 ‘이대남’과 ‘젠더 갈등’ 담론이 주요 분석틀로 언급된다는 점이다. 젠더갈등이란 말에는 유구하게 문제적인 맥락이 있다. 젠더정의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를 남/여 이익 집단이 한정된 몫을 두고 싸우는 ‘파이론’으로 규정하고, 성평등 정치를 좌절시켜왔기 때문이다. 또한 안티페미니즘을  정동정치에 활용하며 돈벌이 수단으로서 ‘혐오 산업’이 가능하도록 기능해왔다. 


서부지법에서 폭동을 일으킨 남성들만 소외와 배제를 겪는 것은 아니다. 반공이데올로기를 활용하여 전쟁을 책동한 정부, 비상계엄을 통해 극단적으로 표출된 정치적 불안정, 만연한 혐오와 차별 구조가 만들어낸 여성·소수자 폭력, 불황과 사회안전망 축소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빈곤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 등 각자의 위치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소외와 배제를 경험하고 있다. 젊은 세대 여성들, 비정규직·초단시간·플랫폼 노동자, 성소수자 시민들, 탈가정 청소년, 이동권과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시민들은 이 경험을 안고 광장에 모인다. 소외와 배제는 광장에서 발언되고, 가시화되고, 해석되고 있다. 사회적,경제,정치적 대안도 광장에서 탄생하고 있다.  


범죄행위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과 동시에 서부지방법원에서의 폭력을 행사했던 이들이 연루되는 방식, 폭력의 토대를 만든 유튜브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의 책임, 이를 통해 수익을 얻는 이, 행동을 부추기고 발뺌하는 자들은 누구인지, 이 구조를 적확하게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 소외, 배제된 자들이 모이는 광장에서 이야기되고 있다. 사회변화는 광장에서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저항’과 ‘민주화’를 탈취하는 자들에 반대하며 우리는 광장으로 간다.


2025년 1월 22일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