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국제 연대
지난 11일 수요일. 제1739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주관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연대해 온 자리였고, 이번 수요시위는 여러모로 더욱 의미 깊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수요시위는 4년 3개월 만에 평화의 소녀상 바로 옆에서 열렸는데요. 2019년부터 수요시위 현장에서 맞불집회를 이어오던 극우 단체가 최근 잠정 중단을 선언한 이후, 처음 맞이한 수요시위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걸음해 주셨습니다. 지난 2월 5일, 국회 성평등가족위원회가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바 있습니다. 이번 개정안은 피해의 성격을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과 성적 학대, 위안부로서의 생활 강요’로 보다 명확히 규정하고, 명예훼손 금지/처벌의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맞불집회 중단 역시 이러한 사회적 변화와 책임 추궁을 잠시 피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단한 연대와 더 분명한 요구입니다.

이번 수요시위의 사회는 씨티–경희 인턴십 프로그램 20기 인턴 유혜연 님이 맡아 진행했습니다. 같이 이 과정을 준비했는데요. 우리는 앞선 제1735차 수요시위에도 다녀왔습니다. 당시에도 반대 시위가 있었고, 혐오 표현을 기반으로 AI로 제작한 음악을 큰 소리로 재생하며 집회를 방해하는 모습도 목격했습니다. 그날 반대 집회가 우리의 시위가 끝나기 전에 먼저 해산하는 모습을 보며, 혜연 님은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지 않아 우려스러웠지만, 결국 굳건한 연대가 혐오의 방해를 이겨낸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인턴십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현장을 함께 준비하고 꾸려가며, 연대와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참여하시는 분들께 피켓 <혐오에 맞서는 연대의 목소리> 에 목소리를 남겨달라고 요청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메세지를 남겨주셨습니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혜연 님은 한국성폭력상담소를 소개했습니다. 1991년 문을 연 상담소는 지난 35년간 여성주의 상담을 바탕으로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곁을 지켜왔고, 성폭력을 비롯해 여성과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폭력에 맞서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단체입니다. 혜연 님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가 반성폭력 운동의 현장에 서 있는 상담소에게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김학순 님의 용기처럼 모든 피해생존자가 자기만의 말로 말할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최근까지도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고 피해생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혐오 행위가 반복되어 왔다고 하며, 이른바 ‘소녀상 철거 챌린지’로 불린 테러는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피해자를 겨냥한 폭력이며, 피해생존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는 소녀상 보호를 강화하고 테러에는 분명한 처벌로 대응해야 한다는 요구도 이어졌습니다.
이어 이나영 이사장의 주간 보고가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수요시위 현장이 혐오와 역사부정, 피해자 모욕의 말과 행동으로 사실상 점거되어 왔고, 그 시간 자체가 피해생존자에게 또 한 번의 폭력이었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동시에, 포기하지 않고 함께해 온 시민들의 연대가 요구를 국가 권력의 책임으로 전환시키기 시작한 변화 역시 공유되었습니다. 우리는 다시 소녀상 곁에 서는 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오늘의 현장에서 또렷하게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혜연 님은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7가지 요구를 함께 외치며 수요시위의 문을 열었습니다.
하나. 전쟁범죄 인정 둘. 진상규명 셋. 공식 사죄 넷. 법적 배상 다섯. 책임자 처벌 여섯. 역사교과서 기록 일곱.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이어 수요시위의 상징이자 우리의 약속인 여는 노래 <바위처럼>을 함께 불렀습니다.

댄스 경력 도합 25년(추정)

혐오 뿌셔뿌셔
간주 부분에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평화와 인권의 공론장을 훼손하는 혐오세력 물러가라! 역사정의 외면말고 국가책임 이행하라! (베테랑)활동가들의 댄스와 참가자들의 박수, 함성이 어우러지며 추위 속에서도 현장은 단단한 에너지로 채워졌습니다.
이후 연대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송영경 성공회대 총학생회장, 수수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 공동대표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 권지현, 김태중 민족통일애국청년회 사무국장이 힘찬 발언을 전했고, 서영교 국회의원의 연대발언문은 정의기억연대 복아 활동가가 대독했습니다.

(수수의 발언)
수수활동가의 연대발언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활동하는 수수입니다. 오늘 집회에 함께한 모든 분들께 평화와 연대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오늘, 여러 마음을 안고 여기에 섰습니다. 먼저, 위안부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이 지난 2월 5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것을 환영하는 마음으로 서 있습니다. 저는 몇 해동안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로 수요시위에 함께해왔는데요. 그 시간 동안 늘 극우 혐오 집회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극우 혐오 이데올로기를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세력이, 아무런 제지도 없이 거리 한복판에서 피해자를 모욕한다는 사실에 어찌나 화가 났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법 개정안이 상임위를 통과하자, 그동안 수요시위를 모욕해오던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의 김병헌씨가 자신의 행위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허위 사실을 퍼뜨리면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이제야 무서워진 걸까요? 이처럼 국가와 사회가 책임의 언어로 피해자를 보호하겠다고 나설 때, 혐오가 힘을 잃을 수 있습니다.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에서 하루 빨리 이 법 개정안이 통과되길 바랍니다. 동시에, 저는 여전히 분노스럽고 괘씸한 마음도 함께 느낍니다. 혐오 집회가 잠시 멈춘다고 해서, 혐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겪은 전시 성폭력은 오랫동안 공개적으로 말해질 수 없었고, 외면되어 왔습니다. 이것은 성폭력 피해를 피해자 탓으로 치환하는 비난의 정서가 우리 사회에 만연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도 이런 비난의 조각을 사회 곳곳에서 발견합니다.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현실이 이어지자, ‘성폭력 무고죄 공포’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퍼져나갔습니다. 이제는 성폭력으로 고발당한 자들이 오히려 자신이 더 억울한 피해자인 것처럼 공공연히 떠벌려도 괜찮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위력성폭력 가해자 안희정이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의 출판기념식에 등장했습니다. 주최 측과 민주당 의원들은 등장한 가해자를 거리낌없이 반겼고, 그를 ‘동지’라 부르고, 고마워했습니다. 이처럼 일상과 정치권 곳곳에 만연한 피해자 비난과 가해자 비호의 문화는, 극우 혐오가 자라나는 토양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오늘 뿌듯하고 기대되는 마음도 함께 느낍니다. 오늘 수요시위가 벌써 1739차이지요. 이 긴 시간동안 우리는 분명한 변화를 만들어왔습니다. 그 변화는 피해자들이 용감하게 목소리를 낸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그 곁에서 연대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더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피해자와 연대자의 말하기의 힘으로 우리는 전시성폭력이란 개념을 만들어가고, 그 진실을 드러내고,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해왔습니다. 이 힘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우리 사회가 폭력의 피해와 가해에 제대로 된 책임을 지고, 배상하고 기억하여, 같은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를 바꾸는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폭주하는 혐오를 멈추고, 평화와 존엄의 사회를 함께 만들어나가기를 바라며 이상 연대 발언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발언의 열기를 이어 다 함께 구호를 외쳤습니다. 평화와 인권의 공론장 훼손하는 혐오세력 물러가라! 전시 성폭력 역사 지우는 실무협력 거부한다. 역사정의 외면 말고 국가책임 이행하라! 그리고 참가자들이 적어주신 현장에서 피켓에 각자의 연대의 목소리를 적어 나누었습니다. 짧은 문장들이었지만, 그 안에는 과 피해생존자를 향한 지지, 혐오에 맞서는 연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혐오세력 물렀거라 한국정부는 일본 정부에 법적책임을 요구하라! / 정부는 식민범죄 전쟁범죄 사죄없는 일본에게 법적책임 요구하라! / 혐오의 파고를 넘는 나비의 사랑이 승리하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성명서를 낭독으로 제1739차 수요시위를 마쳤습니다. 성명서에서 우리는 수요시위를 지켜 온 피해자들의 말하기를 지우려는 혐오와 왜곡에 맞설 것이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에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하고, 피해자 관점의 해결을 끝까지 요구한다고 했습니다.

맞불집회 중단 이후의 첫 수요시위였지만, 오늘의 현장은 우리가 더더욱 이 자리를 지키고 기록해야 하는 이유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의 수요일에도 변함없이 이 자리에서 목소리를 이어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