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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국제 연대

여성운동, 인권・시민사회운동, 국제연대 활동의 다양한 소식을 전합니다.
[성명/논평] 173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성명서
  • 2026-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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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시위는 단지 과거를 추모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곳은 제국주의와 군사주의가 국가의 이름으로 기획하고 수행한 전시 성폭력에 맞서, 피해생존자와 연대자들이 목소리를 내며 역사를 바꿔온 현장이다. 김학순 님의 증언으로 시작된 이 말하기는 침묵을 강요해 온 사회의 벽을 뚫고 세상을 움직였으며, 수요시위는 그 위에서 평화와 민주주의의 장으로 이어져 왔다.


민주주의는 모든 시민이 위협 없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안전한 공론장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수요시위의 현장과 피해자의 말하기를 기억하는 소녀상이 있는 공간은 끊임없이 위협받아 왔다. 전시 성폭력의 역사를 폄하하며 피해자를 조롱하는 말들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피해자들의 말하기를 무력화하려는 폭력이다. 소녀상 테러 또한 약자와 소수자를 겨냥한 혐오를 통해 남성/극우 커뮤니티 내부에서 승인받으려는 왜곡된 남성성의 수행일 뿐이다. 어디 그뿐인가. 고성과 소음을 넘어 인공지능으로 생성한 혐오 콘텐츠로 이 장을 뒤덮었다. 이는 정당한 기술 활용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쌓아온 기록을 혐오로 오염시키는, 또 다른 위협이다.


최근 2019년부터 혐오 시위를 이어오던 극우 단체가 이를 잠정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앞으로 역사 부정을 멈추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법적·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려는 선택에 불과하다. 시위가 일시적으로 사라진다고 해서 피해자를 조롱하고 역사를 부정해 온 조직과 말들, 온라인에서 재생산되는 혐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가는 이들의 행위에 대해 끝까지 수사하고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여러 방해 속에서도 피해자들의 말하기는 멈춘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동안 사회는 피해자의 목소리에 ‘무고 프레임’을 씌우고 역차별을 내세워 말하기를 막으려 했다. 정치는 이를 바로잡기보다 왜곡된 담론을 키웠고, 국가는 구조적 성차별을 ‘젠더 갈등’으로 치환하며 책임을 피했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은 멈추지 않았다. 이 말하기의 힘은 사적인 영역에 갇혀 있던 친족성폭력을 공적책임의 문제로 끌어내어 지난 12월 2일 '19세 미만 친족 성폭력 공소시효 폐지'라는 법제도 변화를 만들었다.


지난 2월 5일 국회성평등가족위원회는「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피해자보호법) 개정안을 여야합의로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피해의 성격을 ‘일제에 의한 강제동원과 성적 학대, 위안부로서의 생활 강요’로 명확히 규정하고 명예훼손 처벌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는 법과 제도가 끝내 응답하게 만든 피해생존자와 연대자들의 용기가 일궈낸 결실이다. 이제 법사위와 본회의가 남았다. 국회는 2월 임시국회 내에 최종 통과로 책임을 완수하라. 


그러나 정부는 이 조치 하나로 책임을 다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지난 1월 12일, 정부는 한일 정상회담 전날 일본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실용 외교’를 내세워 전시 성폭력 문제를 ‘아픈 추억’으로 일축하며, 책임과 사과를 협력이라는 명분 뒤로 밀어냈다. 강간죄 개정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민생 경제 우선'이라며 미뤄왔듯,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역시 '나중'의 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혐오를 무기삼아, 여성과 소수자를 배제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한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를 막아낸 것은 광장의 시민들의 힘이었다. 광장에 넘실대던 성평등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이재명 정부는 기억해야한다. 지금은 기술과 실용을 앞세울 때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할 시간이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피해자의 관점에서 해결하라. 책임과 사과, 법적 의무를 외면한 협력에 미래는 없다.


우리는 총포와 계엄, 역사 왜곡에 맞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아냈다. 그리고 지금도 말하기의 힘을 지우려는 일상에서 폭주하는 혐오에 맞서고 있다. 이에 우리는 다시 한번 단단한 연대의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일본 정부는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고 법적 배상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실용외교 내세우며 회피말고 일본정부에 법적 책임 요구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모욕과 혐오를 막아 피해자의 권리를 끝까지 보장하고, 안전한 수요시위를 보장하라!


2026년 2월 11일

제1739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참가자 및 한국성폭력상담소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