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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반성폭력으로 읽는 사회] <인종차별과 K팝 문화> 활동가 수다회
  • 2026-03-27
  • 80

반성폭력으로 읽는 사회 : <인종차별과 K팝 문화> 활동가 수다회

2026.03.18

1월 말, 말레이시아에서 K팝 밴드의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이때 한국 팬이 대형 카메라로 공연을 촬영했고 현지 팬들이 한국 팬들의 관람 매너를 지적했는데요. 이후 이것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서로를 향한 욕설과 비하로, 동남아시아 이주민에 대한 혐오로까지 번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이슈에서 출발해 K팝 문화와 인종차별,  소수자 혐오에 대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참고 기사: 한겨레, 한국-동남아 K팝 팬들…SNS서 ‘혐오 설전’ 왜?, 2026.02.20 기사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45415.html)



동남아시아의 ‘혐한’? ‘혐한’의 의미


콩: 2월 설 연휴 즈음 지인이 제게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 동남아시아 혐한 문제로 인터넷에 난리가 났어!’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찾아보니 특정 알고리즘 안에서는 정말 난리가 났더군요. 이주민을 혐오하는 게시물도 많았는데 지인이 이 이슈를 이야기하며 전형적인 혐오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놀라서 활동가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오리: 한국인들이 인종차별을 한다고 지적하는 것이 혐한인가요?


연필: 저는 이 이슈에 등장하는 D그룹의 팬으로서 말레이시아 공연 때 실시간으로 트위터를 봤어요. 서로 누가 누가 더 비하를 잘하나 경연대회를 하는 것처럼 싸우는 상황이었죠. “혐한”이 아예 없진 않았던 것 같아요. 서로 사이버불링을 했기 때문에 한국의 자살률이나 위안부 문제를 조롱하거나 외모 차별 발언을 하는 해외 팬도 있었어요. 그렇다고 저는 혐오를 혐오로 대응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고민했어요. 혐한이 있다고 이주민 혐오를 하는 게 맞지 않잖아요.


빵: 혐오라는 개념의 층위가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아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너네 너무 문제적인 나라야’ 라고 얘기하는 것이 혐오일까요? 우리가 미국의 트럼프가 문제고 인종차별, 트랜스 혐오가 심해서 미국을 불매한다고 할 때 그것이 미국 혐오가 되는 건 아니에요. ‘혐한 대 동남아혐’이라고 대등한 것처럼 취급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아요.



K팝 팬덤 문화 속 소수자 혐오


콩: 2월 중순에 이 이슈가 불거졌고 2월 말까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주민 혐오 게시물이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별로 많지 않은 거 같아요. K팝 산업이 해외로 진출하고 확장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동남아시아 팬뿐 아니라 글로벌 세계의 팬을 만나게 되는데요. 이전에도 팬덤 안에서 이주민 혐오나 소수자 혐오를 목격한 적 있나요?


연필: 현재 팬덤 내에서 동남아시아 비하 흐름은 한 풀 꺾인 거 같아요. 팬덤 내에서 여성혐오는 계속 있었던 거 같아요. 공연장 내에서 누가 손을 번쩍 들었다면, ‘손든녀’ 라고 호명한다거나요. 해외 투어에서 70%가 한국팬이고 30%가 자국 팬이라고 들었어요. 그랬을 때 한국인이 우세하고 다수니까 자국 팬을 혐오하기 너무 쉬운 거죠. 말레이시아 사람들이 쓰는 히잡을 보고 ‘공연장 안에서까지 써야하냐? 미개하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해요. 이처럼 팬덤 내에서 혐오가 만연한 것 같아요. 


오리: K팝 문화가 내수만이 아니라 해외로 가게 되면서 국내 팬 입장에서는 해외로 진출하면 국내 활동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만이 있어요. 해외 콘서트까지 참여하기 힘들기 때문에 국내에서 하는 공연이 소중한데 ‘중국 팬들이 내 티켓을 뺏어간다, 해외 팬들이 암표상을 이용해서 암표시장 활성화된다.’는 말들이 있어요. 국내에서 기회가 적어지는 것에 대한 굴절혐오 논리를 건너건너 목격했어요. 


연필: 저는 1월 31일 당시 트위터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을 때 누구 한 명이 멈추면 끝날 일을 서로가 선을 넘으면서 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같은 팬이라면서 너무 이해가 안 됐죠. 팬덤 문화에서 보여지는 타 팬과의 경쟁심도 있는거죠.


오리: 축구나 야구 등 스포츠에서 ‘다른 국가보다 우리나라가 더 잘해야 해,’라는 마음이 있듯이 해외 팬을 타자화하며 한국 팬과 비교하는 것은 늘 있었어요. K팝 사례는 아니지만 LED밴드를 팬에게 배부하고 다시 회수하는 콘서트에서 한국 팬의 회수율이 다른 나라 팬보다 높았다면서 비교하는 사례도 있었어요. 



소수자 혐오를 하는 여성들


오리: 팬덤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실체가 없잖아요. 너무 많은 개개인이 SNS에 글을 올리는데, 어떤 가수의 팬이라는 이유로 일반화되는 거죠. 그런데 이걸 보고 팬덤이 혐오를 한다고 해도 될까? 그런 팬과 안 그런 팬들이 섞여 있잖아요. 그런 팬의 얘기만 가져와서 ‘팬이 혐오를 한다’고 하는 건 ‘빠순이’에 대한 유구한 혐오와 엮어 있는 건 아닐까 싶어 조심스러워지기도 해요.


연필: ‘빠순이’라고 욕먹는 상황이지만, 한편으로 다른 나라의 팬들을 비하하는 그런 이중적인 모습이 있는 것 같아요. 여성 팬들은 내가 ‘빠순이’처럼 보이고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어요. 저 또한 그래요. 여성들만 있는 집단에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두려움이죠.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다시 혐오에 가담하는 것은 어디에서 오는걸까요? 


빵: 저는 팬덤의 혐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전반적인 한국 사회의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흥미롭거나 걱정되는 지점은 이들 다수가 여성이라는 점이었어요. 지난 탄핵 국면에서, 선거에서, 젊은 남성과 여성의 정치적 성향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점이 지표로 확인되었어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이주민혐오, 인종차별 관련해서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 같아요. 케이팝에 대한 위용을 국가적으로 느끼는 시기이고 예전만큼 ‘빠순이’에 대한 혐오가 공공연히 드러나는 사회는 아닌 것 같아요.  하지만 본인이 반대로 혐오를 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해요.  


콩: 2월에 여초 커뮤니티 게시물을 살펴봤는데 다문화 가정이 자국민 가정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있고, 이는 역차별이라는 게시물이 많았어요. 댓글도 몇 백개가 달렸는데 그중 대한민국 국적 기준 강화 청원에 서명하라는 글을 봤어요. 지금 다시 보니 청원 동의 100%가 넘었더라고요. 이것은 정치 의제잖아요. 이번 이슈를 틈타 혐오를 선동하는 세력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오리: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우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커뮤니티 게시글의 초기와 시간이 지난 후 댓글 반응을 비교하면, 보통 댓글이 100개가 넘어간 다음에는 댓글 양상이 바뀌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를 봤어요. 게다가 인터넷 이용자 중 1~10%만 게시글과 댓글을 단다고 하잖아요. 헤비업로더, 다중 계정 문제도 있고요. 여론에서 말하는 혐오 의견이 과대대표된 걸 수도, 조작된 걸수도 있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사실을 인지 못하는 사람은 계속 영향을 받아서 혐오가 확산되는 것 같아요. 


    

혐오의 논리로 활용되는 불안과 피해의 언어


콩: 그러게요. 그렇다면, 혐오를 타파할 수 있는 논리는 무엇일까? 활동가로서 혐오 선동에 대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하는 고민이 있어요. 이번 이주민 혐오 이슈를 보면서 2018년, 제주도 예멘 난민에 대한 혐오가 떠올랐어요. 당시에 한국 여성이 무슬림 남성에 의해 강간당할 수 있다는 논리가 온라인에 퍼졌어요. 성폭력으로부터의 위험, 불안감이 혐오의 논리로 활용되는 것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다른 언어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되었어요. 트랜스젠더 혐오 이슈와도 맞닿아 있죠.


빵: 혐오를 정당화하는 쉬운 논리인 것 같아요. 내가 불안하고 위협을 느끼고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의 모든 것이 정돈되어야 한다는 거잖아요. 그것은 보수적인 선택이고 기존의 사회 질서를 바꿀 수 있는 선택은 아니죠. 그렇다면, 그들이 느낀다는 불안과 위협감을 해소해야 할까? 고민이 돼요. 


마스크: 집단 이기주의로 볼 수도 있을까요? 본인이 속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박탈감을 많이 느끼는 거 같은데 온라인은 익명성 때문에 불안을 더 편하게 노출하고 차별에 합세하는 것도 쉬운 공간처럼 보여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오리: 온라인에서 뭐든지 피해 의식으로 해석되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모든 것이 다 차별이고, 나는 피해자고, 세상이 나를 부당하게 대하고 있다.’라는 논리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주류화되는 느낌이에요. 우리 사회가 차별과 혐오라는 용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지? 누군가에게 혜택을 주거나 지원을 주는 것이 차별로 쉽게 혼동되는 거 같아요. 남성들이 여성우대정책을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것처럼요.  


빵: 여성들이 하는 혐오나 차별에는 복잡한 지점이 있어요. 최근에 양육을 하는 가정에 양육비를 보조하는 것에 대해 비혼 여성 차별이라고 이야기하는 온라인 흐름을 본 적 있는데 이상했어요. 한국 사회가 혼인 관계로 편입되게 하는 것이 맞기에 비혼이 운동이 될 수 있었고, 또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차별당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육아휴직이 비혼여성 차별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죠. 


오리: 육아휴직 관련해서 직장에서 남은 사람이 일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니까 그에 대해 불만을 갖는 것은 공감가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것은 그렇게 만든 사회와 실무적인 현실 때문이잖아요. 화살의 방향이 어긋난 것 같아요. 문제가 있을 때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고 변화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더 빨리 누군가에게 탓을 돌리고 개인의 문제로 여론화하는 경향이 보이는 것 같아요.


빵: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어떻게 대항하는 것이 좋은 방식인지 모르는 건가 싶기도 해요. 피해자가 ‘옳음’을 담보하는 지위가 아닌데 피해를 당했다고 하면 모든 게 정당화 되어버리는 것 같아요. 어떻게 잘 헤쳐나가야 할까 고민됩니다. 


콩: ‘여성도 힘이 있고 모든 것을 할 수 있어!’라는 슬로건을 마케팅 언어로 많이 보게 되는 것 같은데요. 이런 슬로건도 중요하지만, 혐오와 차별에 대한 교육, 사회적 논의도 중요한 거 같아요. 인권이 무엇이고 혐오와 차별이 무엇인지 더 많이 얘기해야 할 거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수다모임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