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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공동성명/논평] 중대범죄를 이유로 한 조건부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아동의 권리를 후퇴시키고 아동친화적 사법 원칙에 역행합니다
  • 2026-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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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의 생명과 안전, 존엄은 무엇보다 보호되어야 하며, 국가는 피해자가 충분한 지원을 받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합니다. 피해 회복과 치유는 형사사법 제도의 가장 중요한 책무 가운데 하나이며, 사회는 피해자의 고통에 끝까지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합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것과 아동에 대한 형사처벌을 확대하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피해자의 회복은 엄벌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사회의 안전 또한 처벌 강화만으로 보장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일과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이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실현되어야 할 국가의 책무라고 믿습니다.


대한민국은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입니다. 협약은 모든 아동을 독립된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며, 아동과 관련된 모든 입법과 정책에서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동이 법을 위반한 경우에도 그 아동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어야 하며, 사회 안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아동에게는 성인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보다 아동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한 제도가 필요합니다. 아동에게 놓인 조건과 차이, 특성을 고려하는 것은 범죄를 가볍게 여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동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책임을 묻고 사회적 회복을 도모하려는 인권의 원칙입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중대범죄에 한해 ‘촉법소년’ 연령을 13살 미만으로 한 살 낮추는 방안은 같은 연령의 아동이라도 범죄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형사사법 체계를 적용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난 7월 14일 국무회의에서 보고된 이 검토안은 ‘형사미성년자(촉법소년) 연령 사회적 대화 협의체’가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 청소년 당사자의 의견을 종합해, 연령 기준 현행 유지로 의결한 최종 권고안을 완전히 뒤집은 것입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제24호를 통해 형사책임 최저 연령은 모든 아동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중대한 범죄를 이유로 더 낮은 연령을 적용하는 예외적·이중적 체계는 협약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범죄의 중대성이 아동의 권리를 제한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며, 모든 아동은 동등한 권리의 주체로 존중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한 명의 아동이 중대한 범죄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도 주목해야 합니다. 빈곤과 학대, 방임, 정신건강 문제, 적절한 보호와 지원의 부재는 많은 아동을 범죄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구조적 요인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형사처벌만 강화하는 것은 범죄를 예방하지도 못하고 재범을 줄이지도 못합니다. 사회의 안전은 처벌의 강화가 아니라 범죄의 원인을 줄이고 재범을 예방하는 정책을 통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성평등가족부가 범정부 추진 체계로 ‘소년비행예방정책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검토안 또한 ‘소년’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팽배한 현장과 더불어 ‘소년’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부처 간 역할과 이해를 조정하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지금, 형식적·명목적 보여주기식 대안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일반논평 제24호에서 아동사법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처벌이 아니라 아동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촉진하고, 아동이 사회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동사법은 가능한 한 사법절차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회복적 사법과 전환조치(diversion), 교육과 상담, 정신건강 지원, 가족 지원 등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체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형벌 중심의 사법이 아니라 아동친화적 사법입니다. 피해자의 회복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면서도, 아동에게는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고 다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사법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것이 피해자와 아동 모두의 권리를 존중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안전을 높이는 길입니다.


우리는 정부가 아동권리협약과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일반논평 제24호가 제시하는 국제기준에 따라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는 한편, 회복적 사법과 지역사회 중심의 지원체계를 확대하는 아동친화적 사법 정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합니다.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회복과 공동체의 안전, 그리고 모든 아동의 건강한 성장을 함께 실현하는 가장 책임 있는 선택입니다.


2026년 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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