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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공동성명/논평] 성소수자 차별 혐오에 동조하는 교육부를 규탄한다 모든 청소년의 존엄과 교육권을 보장하라
  • 2026-09-01
  • 17


성소수자 차별 혐오에 동조하는 교육부를 규탄한다

- 모든 청소년의 존엄과 교육권을 보장하라

  

교육부가 전국 학교에 배포할 「혐오·차별 표현 예방 및 대응 안내자료」에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비롯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오와 차별을 예방하고 대응하겠다며 만든 국가의 교육자료에서, 정작 혐오와 차별의 주요 대상이 되어온 성소수자 청소년의 존재와 피해를 지운 것이다. 이는 단순히 몇 개의 용어나 사례를 삭제한 문제가 아니다. 국가기관이 성소수자 청소년이 겪고 있는 혐오와 차별을 외면하고, 이들을 보호해야 할 국가의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더구나 이번에 삭제된 것은 부수적인 내용이 아니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혐오와 차별을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다. 성소수자 청소년에 대한 비하와 조롱, 따돌림, 아웃팅과 배제는 이미 학교와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혐오·차별 대응 가이드라인에서 성소수자의 존재와 이들이 겪는 피해를 지워버린다면 교사들은 무엇을 근거로 대응해야 하는가. 피해를 경험한 청소년에게 국가는 무엇이라고 말할 것인가.


성소수자 청소년은 학교 안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학생이며, 자신의 몸과 정체성, 관계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고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는 교육권의 주체이다. 교육은 다수의 동의를 얻은 사람에게만 보장되는 권리가 아니며, 인권 역시 누군가의 찬반에 따라 보장 여부가 결정될 수 없다.

 

그럼에도 교육부가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반대 민원’에 대한 부담을 고려했다는 사실은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특정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존재를 부정하고, 그들을 학교 교육에서 다루지 말라고 요구하며,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려는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이유로 차별받는 사람들을 교육에서 지워선 안 된다.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요구를 ‘민원’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압력과 반발 속에서도 모든 학생의 존엄과 교육받을 권리를 지키는 것이다. 국가기관의 책무는 혐오와 차별을 둘러싼 찬반 사이에서 기계적인 중립을 취하는 데 있지 않다. 혐오와 차별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고, 누구도 자신의 정체성을 이유로 교육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포괄적 성교육은 모든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몸과 관계, 정체성을 이해하고 타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차별과 폭력으로부터 자신과 타인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따라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교육에서 삭제하는 것은 단지 몇 개의 용어를 삭제하는 문제가 아니다. 누구를 교육의 주체로 인정할 것인가, 누구의 안전과 존엄을 국가가 책임질 것인가의 문제다.

 

더욱이 과거 국가인권위원회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학교 혐오표현 대응자료에서 이미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혐오표현 판단의 중요한 기준으로 명시한 바 있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명백한 후퇴이다.

 

혐오와 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만든 가이드라인이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삭제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제대로 된 혐오·차별 대응 가이드라인이라 할 수 없다.

 

혐오와 차별에 대한 외면은 중립이 아니다.

차별받는 존재를 교육에서 지우는 것 역시 중립이 아니다.

 

교육부는 성소수자 청소년이 실제로 경험하는 혐오와 차별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모든 청소년이 자신의 정체성과 관계없이 존중받고 안전하게 배우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라 국가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책무이다.

 

우리는 교육부에 요구한다.

 

하나.「혐오·차별 표현 예방 및 대응 안내자료」에서 삭제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 및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즉각 복원하라.

하나.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삭제하게 된 논의 과정과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하나. 혐오와 차별에 기반한 요구를 단순한 ‘민원’으로 취급하여 교육정책에 반영하는 관행을 중단하고, 모든 아동·청소년의 인권과 교육권을 정책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라.

하나. 학교에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성별 표현 등을 이유로 어떤 청소년도 혐오와 차별을 경험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예방교육과 대응체계를 마련하라.

하나. 모든 아동·청소년이 자신의 몸과 성, 관계와 정체성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배우고 서로의 다양성과 존엄을 존중할 수 있도록 포괄적 성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라.

 

혐오를 민원이라 부르지 말라.

차별을 중립이라 포장하지 말라.

어떤 청소년도 교육에서 지워져서는 안 된다.

 

교육부는 혐오와 차별에 편승하는 교육행정을 즉각 중단하고, 모든 청소년의 존엄과 권리를 보장해야 할 국가의 책무를 다하라.

 

2026년 8월 28일


포괄적 성교육 권리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사)인천여성회, (사)좋은세상을만드는사람들,  (사)탁틴내일, (사)한국성폭력상담소,  대구여성회, 딱따구리,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사모임 아웃박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전국성교육강사협회, 장애여성공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치하는엄마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초록상상, 한국YMCA, 한국다양성연구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