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
연구포럼 “우리가 말하는 피해자란 없다”가 열렸습니다.
지난 4월 23일(목),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부설연구소 울림에서 진행한 연구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피해자란 없다: 성폭력 통념 비판과 피해 의미의 재구성”이란 주제로 열린 포럼은 부설연구소 울림이 지난 2년간 진행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이 연구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및 여러 관계자들의 협조를 통해 이뤄졌으며, 성폭력피해자들이 직접 참여한 심층면접과 설문조사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석을 시도했습니다.
행사 이전부터 여러 분들이 전화나 메일로 포럼에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200여쪽에 달하는 두툼한 자료집이 연구진들의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드디어 행사 당일, 화창한 봄날씨 속에서 준비가 시작되었습니다.
4개의 발제를 발표하고 2명의 지정토론과 전체토론의 순서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사회는 이미경 소장님이, 2명의 지정토론은 강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과 김홍미리 여성주의 연구활동가가 함께 해주셨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성폭력 피해에 관한 다양한 통념비판”으로 권인숙 부설연구소 울림 소장님이 발표했습니다. 성폭력피해에 관한 기존의 통념을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반박하고 수정하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습니다. 피해자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피해 사실 자체보다는 그 사실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며 이를 수용한 자책감임을 주요하게 지적했습니다. 또한 일반적 인식과 다르게 낯선 이에 의한 성폭력피해나 삽입강간 피해가 피해자들에게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었습니다.
두 번째 주제는 “성폭력 피해의 극복가능성: 피해, 생존, 그리고 성장”으로 김민정 객원연구원이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에서는 피해자들이 피해가 크다고 움츠러들거나 아파하는 것만이 아니라 더 크게 도약해 성장하거나 변화한다는 이야기를 성폭력 트라우마와 외상 후 성장이란 개념을 통해 양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세 번째 주제는 “가정폭력 경험이 만드는 성폭력 피해의 의미”로 추지현 객원연구원이 발표했습니다. 설문조사와 인터뷰 결과를 함께 제시해 가정폭력과 중층폭력 경험이 성폭력피해의 의미를 만드는데 미치는 상호영향을 탐색했습니다. “성폭력 피해의 의미는 개인마다 다르다”, “가정폭력이 성폭력에 취약한 피해자를 만든다”는 기존 논의를 넘어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개입의 지점을 고민하는 데 여러 해답과 힌트를 제공해주는 발표였습니다.
마지막 주제는 “생애사적 맥락에서 분석한 성폭력피해의 의미화”로 유현미 책임연구원이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는 심층인터뷰 자료를 통해 성폭력피해가 개인의 삶의 맥락에서 어떻게 의미화 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내용이었습니다. 피해가 단일 사건이나 심각성으로 판단되는 것에 의문을 던지며 성폭력피해를 다르게 의미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사회적 관계와 의미망을 바꾸고 새로운 관계와 의미망을 제공해야 한다는 제안을 담고 있었습니다.
열띤 발제가 끝나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는데요, 강은영 선생님은 1,2번째 주제와 관련한 방법론적 고민과 대안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김홍미리 선생님은 3,4번째 주제와 관련해 젠더폭력을 통합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을 강조했습니다.
100명 넘게 참여한 플로어에서도 가정폭력과 성폭력의 관계, 성폭력 트라우마나 성폭력의 생애사적 맥락에 대한 여러 질문이 제기되면서 이 연구포럼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정해진 3시간이 넘어가면서 아쉽게도 연구포럼의 자리는 마무리되었지만, 많은 분들이 끝까지 함께 해 주신 이 자리가 앞으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또다시 펼쳐질 것이라 기대해봅니다. 부설연구소 울림은 연구결과를 지속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알리고 많은 분들과 나누는데 앞으로도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