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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으로 말 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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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채식으로 말 걸기

봄눈별

한 때, 나는 참 많이 아픈 사람이었다. 감기를 달고 다녔다. 장염도 자주 걸려 고생하는 날이 많았다. 무엇보다 마음이 참 많이 아픈 사람이었다. 사람에게 편안한 마음을 갖지 못했다. 때문에 상처를 자주, 깊게 받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모든 것이 쌓여가 나의 나쁜 기운들은 주위 사람들에게도 스며들었다.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누군가 말했다.

처음에는 나의 이런 아픔들이 스트레스 탓이라고 믿는 것은 무책임해 보였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나는 스트레스에 중독된 채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일과 사람, 돈과 조직, 과거와 미래가 주는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겨우 살아내듯이, 나는 알코올이나 마약에 중독된 이들처럼 지난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새로운 스트레스를 끊임없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종종, 얼굴에 마비가 왔다. 배가 아팠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신경성입니다. 라고 의사가 알려줬다.
그런가요?
뇌종양 검사도 해봅시다. 라고 의사는 말했다.

다행히 뇌종양은 아니라는 결과를 받고 나서 나는 또 다시 담배를 피우고 괴로워하며 하루를 보냈다. 나는 또 다시 많은 것을 먹고 언제나 화를 내고 있었다. 집안에서는 다툼이 잦아졌다. 게다가 모든 소리와 모든 말들에 예민해져 평온한 생활이 불가능했다. 돌아버릴 것 같았다.

채식을 시작해야겠어.

4년 전이었다. 나는 아주 소심한 정도의 채식을 시작했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맛있게 먹고, 그렇지 않을 때는 대충 골라 먹는 시늉을 했다. 곱창부터, 갈매기살도, 이번에는 불고기. 이런 식으로 천천히 멀리했다. 고기를 먹지 않은 날은 속이 하염없이 편안하고 잠이 잘 왔다. 그러다 화가 나서 고기를 먹으면 다시 마음도 몸도 불편했다. 시나브로, 몸은 고기와의 작별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따금 생각했다. 이렇게 평화로울 수가.

시간이 지나고 고기를 완전히 끊은 뒤에는 마음의 여유가 많아진다는 것을 느꼈다. 타인에게 관대해지고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진 나는 얼굴도 선한 인상으로 바뀌었음을 발견했다. 채식을 하면 스트레스에 강해진다는 사람들의 말은 사실이었다. 화가 잘 나지 않았다. 웃음이 많아졌다. 긍정적인 생각을 자연스레 갖게 되었다.

몸 또한 달라지고 있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살은 건강하게 빠져서, 미달이었던 체중이 정상 체중으로 돌아왔음에도, 몸은 전체적으로 균형감 있고 날씬해졌다. 마비 증세를 일으키던 얼굴은 다 나은 듯했다. 각질도 사라져 매끈한 피부로 변했다. 특히 눈동자. 눈동자가 맑아졌다는 것은 참 기쁘고 놀라운 일이었다.

늘 달고 다녔던 감기도, 한 달에 한 번 꼴로 찾아오던 장염도 기별이 없었다. 몸은 전체적으로 가벼워지고 불안정함이 사라졌다. 한결 맑아진 머리로 많은 생각을 편안하고 여유롭게 다룰 수 있었다. 밝아진 얼굴 때문인지, 자연히 일상 속의 다툼과 짜증과 불만과 불평이 서서히 사라져갔다. 담배도 술도 완전히 끊을 수 있었다. 몸이 그것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다만 채식을 하면서 탄수화물에 대한 집착이 심해져 고민이었다. 채식은 하고 있지만 과자, 라면, 아이스크림, 초콜릿 등을 유난히 많이 먹게 되었다. 그 때마다 아가의 몸처럼 예민해진 몸은 나쁜 신호를 보냈다. 나쁜 것에 둔했던 몸의 감각들이 살아난 것이라고, 누군가 알려주었다. 가수 이효리씨가 어느 날 트위터에 남긴 것처럼 감각들은 좀 더 영민해지고 마음은 비교적 여유로워졌다. 나는 별 고민 없이 가공식품도 멀리하기로 했다.

“잡곡, 야채, 과일, 해초, 견과류를 골고루 먹도록 해요. 밥은 꼭 현미밥을 먹어요. 골고루 먹는 채식은 영양소 부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요. 우유는 오히려 몸에 나빠요. 사람의 몸은 우유에 부정적이죠. 계란은 완전식품 중에서도 몸에 가장 나쁜 영향을 줍니다. 고기가 먹고 싶을 때는 채식 식당에 가서 콩고기나 밀고기를 먹으면 좋아요. 만약 완전한 채식을 꾸준히 실천하기가 힘들다면, 낮은 수준의 채식도 좋습니다. 일단은 고기만 끊는 것으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몸과 마음이 기뻐할 겁니다.”

이렇듯 채식을 권장하는 의사들의 말과, 채식을 오랫동안 실천 중인 사람들과, 중병을 약이 아닌 채식으로 이겨냈던 사람들의 말은 모아봄직하다. 옛 어른들은 고기를 한 달에 한 두 번꼴로 먹고, 밥과 나물과 장류를 많이 먹어 건강하게 장수했다고 한다.

나는 육식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육식만 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잉 육식은 질병의 과잉, 고통의 과잉, 파괴의 과잉을 불러오는 것이다. 우리의 몸에 다다르는 이러한 과잉들은 화를 불러오고, 다툼을 불러올 따름이다. 그래서 채식은 평화와 건강을 위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만약 유기농 채식을 하게 되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고기를 먹던 돈으로 유기농산물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신과 내가 직접 만난다면 채식하는 사람이 겪은 많은 변화들을 선명하게 각인시켜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전한다. 대신 나는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몸과 마음의 치유를 위한 채식을 권하려 한다. 부드러운 눈길로, 나의 상처에게, 몸과 마음에게, 채식으로 말 걸기……. 지금 여기의 내가 증인이 되고 있으니 아무런 걱정 말기를 바라며.

봄눈별 자발적 가난뱅이 백수. 마음 수행 중. 치유음악회 진행 중. 권정생 선생님처럼 살고 싶은 젊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