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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직접 만난 비범한 가족들의 이야기, <정상가족 관람불가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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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돋보기

우리가 직접 만난 비범한 가족들의 이야기, <정상가족 관람불가展>

평화 | 언니네트워크 액션공감팀 활동가, 언니네트워크 회원모임 어떤사진관 관원

<정상가족 관람불가展> 포스터
“정상가족은 이 전시 못 보는 거예요?” “어떤 가족이 정상가족인데요?”

2012년 5월 26일부터 6월 1일까지, 혜화역 근처에 위치한 대학로 갤러리에서 그 이름부터 비범한 <정상가족 관람불가展>이 열렸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을 받아 언니네트워크와 가족구성권연구모임에서 함께 진행한 이번 전시회는 <비정상 가족들의 비범한 미래기획>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상’의 궤도를 벗어나 살고 있는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가족이란 이성 간의 혼인과 임신/출산으로 만들어지는 가족을 의미해왔다. 가족의 정상성은 나이, 성별의 정상성과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개인의 삶을 재단한다. 특정한 나이에 특정한 성별의 파트너를 만나 결혼을 하고 임신/출산하는 것, 그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안정적이며, 누구나 겪게 되는 정상적인 가족 구성의 과정이라고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모든 사람들의 삶이 이와 같은 정상가족 규범 안에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며, 우리 사회에는 이미 결혼/임신/출산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벗어나 살고 있는 수많은 가족들이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정상가족이라는 견고한 규범과 경계를 문제화하고, 실제로 그 경계 밖에서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가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만나게 된 다양한 가족은 공동체가족, 장애여성가족, 비혼모 가족, 동성애자 파트너십, 트랜스젠더 파트너십, 비혼 여성과 반려동물 가족 등, 총 열 개의 가족이다. 우리는 각각의 가족을 만나 그들이 함께 살게 된 경위, 함께 살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 가족 내에 있었던 에피소드 등에 대해 질문하며 다양한 가족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는 각 가족들의 이야기를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했다. 각 가족들의 인터뷰 내용은 사진 촬영을 기획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재료가 되었다. 인터뷰 녹취록을 꼼꼼히 읽고 분석하면서 각 가족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넬 수 있을지 고민했으며, 이러한 고민의 과정은 곧 사진 촬영 기획으로 이어졌다. 인터뷰가 종료된 후 우리는 인터뷰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내용들을 추려냈으며, 그것을 사진으로 재현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몇 장의 사진 안에 다양한 가족들이 가진 사연을 충분히 담아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각각의 가족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방식으로, 가족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사진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단지 인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우리는 고민 끝에, 각각의 가족들이 살아가고 있는 공간의 공간성을 사진에 담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들이 어떤 공간에서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은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을 더 잘 이해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우리 사회의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특히 아웃팅(outing)의 우려 때문에 일부 모델들이 얼굴을 드러내지 못했던 동성애자/트랜스젠더 파트너십 섹션의 경우에는 그들의 삶의 터전인 집 내부, 동네 풍경, 일터 등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보여주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이외에도 우리는 사진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숱한 고민들과 마주쳤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한 가족이 갖는 다양한 모습들 중 어떤 모습을 더 부각시켜서 사진으로 보여줄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처음에 나는 제도 밖 가족들의 행복한 모습만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관객들에게도 다양한 가족들이 제도 밖에서도 충분히 안정적이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음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동안 다양한 가족들은 ‘취약가정’ 프레임 안에서만 다뤄졌기에, 늘 어딘가 부족하거나 불안정한 모습으로만 그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진 촬영을 할수록, 그들의 밝고 행복한 모습만을 보여주는 이미지 또한, 불안하고 위태로운 모습으로만 묘사하는 기존의 이미지들만큼이나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다양한 가족들이 제도 밖에서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이나 차별이 분명히 존재하며, 오히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다양한 노력이 그 가족들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다양한 가족들이 노력을 통해 획득한 가족 내 친밀성과 안정성이라는 면과, 제도 밖에 살면서 경험하는 차별이라는 면을 사진에 함께 담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정상가족관람불가展 전시사진 - 게이 파트너십
정상가족관람불가展 전시사진
동성애자 파트너십 섹션 중 게이 파트너십

사진 촬영이 막바지에 다다른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작품 설치 기획에 들어갔다. 각각의 가족 섹션에 대한 설치 기획은 모두 쉽지 않았지만, 그 중에서도 전시 오픈일 바로 전날까지도 끊임없이 기획이 수정될 정도로 갤러리 공간 구획과 기획이 어려웠던 섹션은 바로 공동체가족이었다. 공동체가족 섹션은 몇 장의 사진을 통해서 그들의 삶을 보여주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동성애자/트랜스젠더 파트너십 섹션처럼 커플을 중심으로 구성된 가족도 아니었고, 장애여성 가족이나 비혼모 가족처럼 혼인/혈연으로 구성된 가족도 아니었기 때문에 공동체가족에게 ‘당연한 것’이란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동체가족의 경우에는 그들이 모여 살게 된 이유부터 가족 내 역할 나눔이나 가족 구성원들 간의 관계 등 하나씩 찬찬히 뜯어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맥락들이 있었다. 따라서 공동체가족 섹션은 다른 섹션들과는 차이를 두어, 공동체가족이 현재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혹은 그들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실제 물건들을 받아와 갤러리에 설치 전시하였다. 관객들이 직접 만지고 듣고 보면서 공동체가족들의 삶을 간접 경험하고, 그들이 사는 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정상가족관람불가展 전시사진 - 레즈비언 파트너십
정상가족관람불가展 전시사진
동성애자 파트너십 섹션 중 레즈비언 파트너십

거의 반년 가까웠던 전시 준비 기간이 끝나고 전시를 열었을 때, 가족구성권리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 90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정상가족 관람불가展>을 찾아주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가족 형태의 다양함 뿐만 아니라, 가족을 구성하기 위한 노력,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만들 수 있는 관계와 친밀성, 그리고 이런 것들을 담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대한민국의 법제도 등을 목격할 수 있었기를 바란다. <정상가족 관람불가展>은 끝이 났지만, 이번 전시가 가족구성권리에 대한 새로운 논의의 마중물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평화 대학생 여성주의자들의 탄탄한 연대체를 꿈꾸며, 차별없는 사회를 실현하는 대학생 네트워크 [결]에서 활동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