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총회의 승인을 거쳐 본 상담소의 10대 소장으로 취임한 백미순 소장과 더트리그룹의 채송희 선생님입니다.
interviewer_임순영 (본 상담소 운영자문위원)
interviewer_ 최란 (본 상담소 여성주의 상담팀 활동가)
첫 눈에 반한 상담소, 그것은 운명!
본 상담소 10대 소장 백미순
interviewer_임순영 (본 상담소 운영자문위원)
Q 상담소 소장직은 어떻게 맡게 되셨나요? 특별한 인연이나 계기가 있었나요?
A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함께 일했던 최영애 이사님(본 상담소 초대 소장, 이사)이 저에게 상담소 소장을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때 제가 망설이지도 않고 ‘그럴까요’ 라고 대답을 한 거예요. 지금 돌이켜 보면 운명적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첫눈에 반한 거죠.(웃음) 제안을 듣고 잘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따져보기보다 느낌이 좋았거든요.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잖아요.(웃음) 그런 마음이 든 것은 제가 참여연대나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던 동안에 이미 상담소 활동가들이나 활동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신뢰하던 곳이었기 때문이었어요. 또 인권과 관련된 저의 경험들을 상담소 활동에서도 녹여낼 수 있을 것 같았고요.
Q 상담소가 올해로 개소 21주년이 되었는데요. 긴 역사만큼 많은 역할을 해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새 소장으로서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신가요?
A 여성운동 뿐 아니라 시민사회운동 전반에 걸쳐 새로운 전망이나 비전 모색이 필요한 시기 인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운동영역에서 주로 담당해왔던 일들이 민주화 과정에서 많은 부분 제도화되었기 때문에, 이제 운동 분야에서는 새로운 이슈나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제도화되지 않은 형태로 시민들에게 다가가야 할 필요가 있어요. 상담소도 마찬가지고요. 성폭력피해자를 지원하고 상담하는 역할이 제도화되면서 많은 상담소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에 머물러 있는 상황입니다. 상담소는 이런 고민을 풀어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요. 특히 여성주의적 관점으로 정부와 차별화된 상담과 지원을 하는 역할, 또 여성들의 내적 힘을 끌어내면서 동시에 이를 사회적 힘으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를 통해 성폭력 문제의 핵심이 무엇이고 해결 방향과 대안을 사회에 제시하는 것도 상담소의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상담소가 인권운동단체로서, 보다 확장된 인권 의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전반의 인권 및 차별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성폭력 이슈와도 깊이 관련되어있다고 보는데요. 성폭력 개별 사건들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사회적 의식, 가부장적 질서, 차별에 대한 우리사회의 감수성,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성폭력 문제 해결도 어렵기 때문에 상담소가 인권과 차별 문제에 관심을 확장해 가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상담소가 사회적 차별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담론을 이끌어내면서, 사람들의 생각을 모아내는 역할을 해나가면 좋겠습니다.
Q 국가인권위원회에서 10년 가까이 일을 하면서 중요한 사건을 많이 담당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담당했던 건 중에 성차별이나 여성인권과 관련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나요?
A 골프장 경기보조원분들이 정년 차별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던 건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골프장 경기보조원분들의 정년이 43세 정도 였는데, 이는 남성들이 여성 골프장 경기보조원을 골프를 보조하는 역할로 인정하고 그들의 전문성에 대해 비용을 지불한다기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젊은 여성들의 여성성을 사고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죠. 이런 정년차별, 성차별적인 노동 조건 때문에 많은 여성 골프장 경기보조원들이 한참 경력을 쌓아가고 있을 때 그만두어야 했었습니다. 그 진정 사건을 정년 차별로 판단해 시정을 권고했던 기억이 나네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담당했던 일들은 이처럼 제도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민하고 공감하면서, 제도가 인간의 존엄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에 대해 당사자 뿐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함께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이었습니다.
Q 성폭력에 관한 제도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가장 시급하게 개선이 필요한 과제는 무엇일까요?
A 성폭력 정책과 관련해서 제도가 개인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는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입소자의 개인정보를 집적하는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입니다. 이 제도는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어떻게 복지를 제공할 것인가와 관련된 행정시스템인데, 실제로 현장에서 이 시스템이 작동할 때 발생하는 여러 인권침해의 요소에 대한 정부의 감수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시스템에 집적된 성폭력피해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될 경우 사회적 편견과 낙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고,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잘못된 통념과 시설 이용자에 대한 낙인효과를 고려하면 시설 이용에 대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가 행정 편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지요.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 성폭력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집적하는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과제입니다.
또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오랫동안 반성폭력 운동진영에서 요구해온 과제입니다. 일부 법조인들은 친고죄 규정이 개인의 명예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남겨두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친고죄 규정이 성폭력을 비범죄화 하는데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에요. 이와 더불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 규정을 형법으로 일원화 하는 것이나 공교육 안에서 반성폭력 감수성 향상을 위한 인권, 비폭력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작업들도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입니다.
Q 앞으로 소장님은 어떤 컨셉으로 활동하실 예정이신가요? (웃음) 전임 소장은 ‘미녀 소장’ 컨셉으로 다가갔었는데?
A 타로를 보면 저는 여사제 카드가 나와요.(웃음) 여사제는 불보다는 물, 대외적인 것보다는 내면적인 성찰이 특징인데 저와 맞는 것 같아요. 내부에서 무언가를 도모하고 공부하는 것이 잘 맞는 소장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면학 컨셉으로, 공부하는 상담소를 만들어 볼게요.(웃음)
Q 마지막으로 회원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앞으로 회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싶어요. 지난 4월에 활동기금마련 일일호프를 하면서 상담소를 응원해주시는 많은 회원들을 만났는데요. 상담소에 무한 애정을 갖고 참여하고 후원하고, 또 비판도 하는 회원들을 만나면서 우리 상담소의 저력이 바로 회원들에게서 나오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원들이 바로 상담소를 상담소이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크게 느꼈죠. 회원님들께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도 지금까지처럼 변함없는 애정을 보내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상담소는 점심 식사를 활동가들이 직접 만들어 먹는데, 회원님들이 들러주셔서 같이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상담소의 점심에 회원 여러분을 모십니다! 맛있는 점심을 대접하고 설거지는 안 시킬게요. 꼭 놀러오세요!
※ 임순영 상담소와 반성폭력 운동에 새로운 바람이 불겠네요.
백미순 소장님께 무한한 기대와 애정, 기쁨과 반가움을 보냅니다.
근데 상근활동가들이 오랜만에(?) 면학하다 날 밤 새는 건 아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