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의 도약’ 첫 걸음, 더트리그룹을 만나다 !
더트리그룹, 프로그램 디렉터 채송희
interviewer_ 최란 (본 상담소 여성주의 상담팀 활동가)
Q 안녕하세요. 지금 몸담고 계신 더트리그룹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더트리그룹에서 심리치료를 하고 있는 채송희 입니다.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지는 8년째 되었는데요. 더트리그룹은 심리평가, 심리치료와 같은 임상적 치료와 심리학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입니다. 저희는 가능한 많은 연구들을 통해서 효과가 검증된 치료법을 사용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연구 활동과 출판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재교육 등 교육영역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서 학업을 마친 분들을 대상으로 좋은 치료자로 성장할 수 있는 수련과정도 운영하고 있고요. 재판과정에 필요한 여러 가지 평가들, 피해상황에서의 대처나 가해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평가하는 법정심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클리닉에 한정하지 않고 심리치료, 교육, 출판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 더트리‘그룹’으로 부르게 되었어요.
Q 상담소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상담소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A 처음 상담소를 알게 된 계기가 상세히 기억납니다. 조용범 대표가 미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한국에 왔는데 한국 상황과 기관을 잘 몰랐거든요. 그때 마침 상담소에서 강의 요청을 하셔서 상담소가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알아보았어요. 대표님께 알려드렸더니 단번에 가겠다고 하셨어요. 저희가 여성주의적인 시각을 많이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상담소와 추구하는 바가 유사했거든요. 그 이후로 어떤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상담소에 상의 드리면 너무 쉽게 이해하고 많은 도움들을 주셨어요. 상담소도 그렇고 활동가들과도 각별해지면서 상담소가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저희도 상담소도 작은 규모로 시작했지만 점점 규모도 커지도 활동력도 커지면서 서로 더욱 긴밀히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요. 든든합니다.
Q 상담소에서 더트리그룹으로 연계되는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이 어떤 치료과정을 거치는지 간략히 소개해주세요.
A 일단 상담소에서 연계되어 오시면 초기 진단 인터뷰를 통해 내담자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심리평가를 진행합니다. 내담자 본인이 치료에 동의하시면 일주 또는 이주에 한번정도 진단명에 따른 치료프로그램을 진행해요. 그리고 상담소와 함께 여러 가지 성폭력 피해와 관련된 교육부분이나 법정심리 등을 돕습니다. 치료기간은 보통은 삼, 사 개월 정도, 길게 되면 육 개월 정도인데, 내담자의 상황에 따라 일 년의 치료기간을 거치는 경우도 있어요. 상담소에서 연계되는 분들이 일 년에 열 명에서 스무 명 정도 되는데, 상담소에서 연계되어 오는 내담자들은 상담소와 더트리그룹 각각의 역할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받게 되어서 그런지 치료과정도 잘 진행되고 결과도 좋습니다.
Q 얼마 전 치료프로그램과 관련해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치료를 위한 12주의 도약〉 이라는 치료자 가이드와 워크북을 번역해서 내셨는데요. 책 소개를 부탁 드려요.
A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를 위한 12주의 도약>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치료에 대해 삼십 여 년 동안 연구해온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에드나 포아 (Edna B. Foa) 박사가 쓴 책이에요. 한권은 치료자 가이드이고 다른 한 권은 워크북인데 이번에 더트리그룹에서 번역해 출간하게 되었어요. 제목을 ‘12주의 도약’으로 지은 것은 지속노출치료(PE, Prolonged Exposure Therapy)가 십이주를 기본으로 진행되는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내담자가 십이주라는 기간에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도약’은 다음 단계로 한 단계 올라선다는 단어의 뜻이 좋았어요. 그래서 ‘12주의 도약’ 이라고 책 제목을 정한 거지요. 사실 심리와 관련된 책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딱딱하게 생각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책 디자인과 책 크기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12주의 도약’은 치료자와 내담자가 같이 공부하면서 보는 책인데 워크북만 보더라도 설명이 쉽게 되어있어서, 내담자들이 몇 장만 보아도 내가 왜 이렇게 살았는가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론적 배경을 통해서 본인의 증상을 자각하게 되는 거죠. 이 책에 소개된 치료요법은 지속노출치료(PE)인데요. 지속노출치료는 회피를 통한 기억의 잘못된 인지를 바꾸는 치료법이에요. 너무 강한 자극으로 생긴 심각한 정서적 고통은 잘 잊혀지지 않아서 회피하게 되거든요. 회피를 하면 기억이 정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어딘가에 묻히고, 그 기억들이 갑자기 어느 순간에 느닷없이 떠오르고 연상이 되면서 플래시백이 생기구요. 그래서 회피하지 않고 흩어진 기억을 모으는 건데, 굉장히 괴롭고 힘들어요. 그래서 지속노출치료(PE)를 하기 전에 반드시 다이어렉티컬 행동치료(DBT)를 먼저 해서 고통을 감내하는 스킬을 먼저 배우고 시작합니다. 지속노출을 통해 꺼내진 기억은 인지수정을 통해서 조정하게 되고요. 다시 말하자면 노출과 인지재구조가 지속노출치료의 핵심 포인트에요.
이런 노출과 인지재구조를 12주안에 진행하는데요. 지속노출치료가 필요한 내담자분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나 우울증, 사회공포증, 특히 자살 위험 등이 있기 때문에 숙련된 전문가와 안전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다시 말하면 이 책이 워크북도 있고 치료자가이드도 있지만 셀프가이드는 아니에요. 혼자 보고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Q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A 외상스트레스후장애로 어려움을 겪는 분의 주변사람들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2차 피해는 주로 주변사람들에 의한 것들이 많거든요. 본의 아니게 피해를 숨기다 몇 년 있다가 이야기 하면, 주변사람들이 왜 이제야 이야기하느냐고 비난하는 경우도 많아요. 피해 사실을 말하면 나를 보호해 줄 거라고 기대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피해에 대한 어려움을 이해는 하는데, 다른 한편 그런 피해가 있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드니까 서로 힘들어하다 가족이 해체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 특히 가족 같은 경우는 꼭 공부를 했으면 해요. 물론 누구에게나 아프고 힘든 일이 있을 수 있으니, 누가 읽더라도 어려움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거에요.
Q 마지막으로 상담소와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께 해주실 말씀이 있나요?
A 성폭력이라는 말을 어떻게 입에 담느냐는 우스운 일들이 벌어지던 게 불과 십여 년 전인데요, 그런 것들을 바꿔온 상담소의 운동과 활동에 감사드려요. 이제는 개개인의 피해생존자도 웅크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본인 혼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해요. 물론 성폭력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사회적 통념과 관념도 없어져야 할 거고요. 그러려면 회원 분들, 그리고 저 같은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앗, 그리고 후원도 많이 많이 하고요. (웃음)
더트리그룹 홈페이지 www.thetree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