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성적 행동,
어떻게 보아야 하나요?
Q 저는 다섯 살 딸을 키우고 있는 엄마 불안이입니다. 며칠 전 딸아이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깜짝 놀랐어요.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남자아이 두 명이랑 우리 딸을 포함한 여자아이 두 명이 빈 교실에 모여 옷을 벗고 서로 성기를 보여주고 만지며 놀았다는 거예요. 순간 너무 놀라서 딸아이에게 남자아이들이 몸 어디를 만졌는지, 얼마나 옷을 벗었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더니 딸도 당황했는지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안하는 거예요. 요즘 또래 아이들 사이에서 성폭력도 많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걱정돼 죽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혹시 아이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건 아닌지 생각하니 손에 아무 일도 잡히지 않고 불안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From 불안이>
A 안녕하세요. 불안이님. 보내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많이 놀라셨을 것 같습니다. 아이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더 이상 이야기조차 하지 않는다니 더 불안하고 답답하실 것 같아요. 우선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히세요. 그리고 차근차근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성에 대한 나의 생각부터 점검해 보면 어떨까요?
최근 아동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그에 대한 신고율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상담소에 적극적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보호자와 교사들도 전에 비해 많이 늘었지요. 아동 성폭력 피해를 인식조차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 덮어버리던 과거에 비하면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다른 한편, 연일 끔찍한 아동 성폭력 사건을 자극적으로 보도하는 언론 탓에 어른들은 ‘아이들의 성’과 관련한 모든 것을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평소 아이들의 말과 행동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보살피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동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아이들 대부분이 부모나 가까운 어른들에게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평소 아이들의 일상에 귀 기울이고 대화 나누는 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불안이님이 아이와 자세히 대화를 나누었기 때문에 아이에게 있었던 일을 알게 되었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나 성과 관련한 아이들의 모든 행동을 성폭력으로 걱정하고 고민에 빠질 필요는 없습니다. 서로 몸을 보여주거나 만지는 병원놀이, 소꿉놀이 등 아이들이 하는 성적 행동이나 놀이에는 대부분 큰 문제가 없어요. 단지 어른들의 눈높이에서 보기에 불편하고 어색할 뿐입니다. 아이와 친구들 사이에서 있었던 일도 상대방의 성과 인격을 폭력적으로 침해하는 ‘성폭력 사건’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몸을 궁금해 하고 보여주기며 탐색하면서 노니까요. 우리 어른들에게는 기겁할 일이지만 5, 6세 아이들의 발달과정에서 몸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과 궁금함이 재미있는 놀이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물론 놀이니까 무조건 괜찮다고 판단해 아이들 행동의 의미를 짚어보지 않고 그냥 넘어가선 안 됩니다. 아이들 놀이에서 성폭력적인 요소가 조금이라도 발견되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해요. 만약 아이들 중 누군가 몸을 보여주도록 강요하거나 강제로 몸을 만졌다면 이는 성폭력적 상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상대방이 싫어하는데도 억지로 계속 하면 놀이가 아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아이들과 정확하게 이야기 나누어야 합니다. 물론 이때에도 무작정 혼내기보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무조건 혼내고 다그치면 아이들은 입을 다물고 이야기 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아이가 자신의 호기심과 감정을 상대방을 존중하며 평화적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아직 어리다고 내버려 두면 성폭력에 둔감한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몸도 마음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아이들의 성(몸)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은 하늘을 찌릅니다. 아이들에게 성(몸)은 재미있는 장난감이에요. 상상력도 풍부해서 어른들이 감히 생각지도 못할 몸과 성에 관한 놀이들을 만들고 즐기기도 하고요. 그러나 어른들은 이런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성이라면 무조건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거나, 아니면 대수롭지 않은 장난으로 넘겨버립니다. 이런 상반된 태도는 둘 다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리 없습니다. 예를 들어, 어른들이 과도하게 성적 행동을 금지하거나 위험한 것으로 가르치면 아이들은 자기 몸의 느낌이나 감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지 못하고 눈치를 살피게 되거든요. 또 어른들이 ‘아이스케키’나 ‘똥침’처럼 장난 같지만 다른 사람들을 놀리거나 괴롭히는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면, 아이들은 폭력에 무딘 아이로 자랄 수 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과 대화를 시작해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성과 몸, 행동을 이해하고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대화 하는 것입니다. 이때 대화 내용은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모두에게 일관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중요해요. 어른들이 여자아이라고 해서 특별히 더 조심해야 한다거나 남자아이니까 어느 정도 성적호기심은 당연하며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구별 지어 생각한다면, 아이들도 그런 차별적 성의식과 성역할 고정관념을 갖게 되기 때문이지요.
불안이님도 아이와 다시 대화를 나누어보면 좋겠습니다. 어른들의 시각이 아니라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그때 있었던 일을 차근차근 묻고 기분이 어땠는지, 누가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이야기 하면서 당시 상황과 아이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부터 다시 시작해보면 좋겠네요. 그리고 유치원 같은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거나 자신의 몸을 함부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보는 것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아이들과 성을 주제로 대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성에 대해 모르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런 대화를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주저하게 되고요. 또 오랫동안 내 안에 깊이 자리 잡은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태도부터 성찰해야 하기에 더욱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 어른들은 용기 내어 아이들에게 말을 건네야 합니다. 마음을 열고 함께 나누는 성에 관한 이야기들은 아이들 안에 차곡차곡 쌓여, 그 아이들이 자라면서 겪게 될 수많은 성적인 문제의 현명한 대처법을 찾게 하는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From 두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