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림터를 부탁해!
배 | 본 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안녕하세요? 지난 4월에 열린 활동기금마련 일일호프(이하 일일호프) 담당 활동가 배입니다. 일일호프를 성공적으로 마친지 벌써 두 달이 지나가고 있네요. 함께 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상담소는 어떻게 운영될까?
올해 상담소는 왜 일일호프를 열었을까요? 그건 바로 상담소 운영과 관계가 있습니다. 상담소는 시민들의 힘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상담소의 전체 운영비 중 약 60%가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충당되고 있습니다. 상담소는 약 천여 명의 회원들이 매달 납부해 주시는 회비와 더불어 일일호프와 같은 후원행사를 통해 활동기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열림터를 부탁해! 왜?
특히 올해는 여러분들의 힘이 조금 더 필요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번 일일호프의 제목은 “열림터를 부탁해”였는데요.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상담소의 부설 쉼터인 ‘열림터’, 모두 알고 계시죠? 올해 4월,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열림터에 정부의 생계비 지원이 중단되는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생활인들의 개인정보를 온라인 기반의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에 집적하는 정책에 대해, 열림터가 생활인들의 인권침해를 우려해 개인정보 입력을 거부하자, 생계비를 중단한 것이지요.
쉼터가 생활인과 위치 정보에 대한 보안에 철저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사는 곳이 알려질 경우 가해자가 찾아올 수도 있고, 정상가족이라는 범주가 확고한 우리 사회에서 쉼터 생활인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에 상담소는 생계비 충당을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일일호프를 개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따라서 일일호프 제목도 <열림터를 부탁해>로 정하게 된 것 입니다.
특명! 자원 활동가를 모집하라!
일일호프 한 달 전, 상담소는 일일호프 개최 준비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열림터를 아끼는 열성 회원 공작님의 디자인 후원으로 역대 일일호프 중 가장 예쁜 티켓이 마련되었습니다. 티켓 판매를 위한 활동가들의 활약은 눈부셨습니다. 적극적인 회원 여러분의 참여도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일일호프 준비 과정에서 가장 쉽지 않았던 부분은 자원 활동가 모집이었습니다. 상담소와 열림터 활동가를 모두 합쳐도 열세 명. 삼백석이 넘는 규모의 일일호프를 개최하기에는 부족한 인원이지요. 일일호프에 함께 해줄 더 많은 자원 활동가들의 힘이 필요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자원 활동가를 모집하기 위해 학생들이 많이 모이는 사이트와 카페를 전전하기도 하고, 트위터 블로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자원 활동가를 모집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분들이 일일호프에 자원 활동가로 함께 해주셨습니다. 일손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들으신 상담소 회원들도 한걸음에 달려와 자원 활동에 적극 참여해 주셨습니다.
드디어 행사 날!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 행사일이 되었습니다. 활동가들이 호프집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열 한 시. 건물 입구에 현수막을 걸어, 한국성폭력상담소 일일호프가 열린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자원 활동가들이 속속 도착하고 점심을 먹으면서 각자 맡은 구역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행사 시작 시간은 오후 한 시, 처음에는 생각보다 손님이 많이 오시지 않아 여유 있게 운영 할 수 있었습니다. 토리와 조화 활동가는 테이블을 돌며 상담소와 열림터, 그리고 성폭력에 대한 퀴즈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상품도 드리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저녁시간이 가까워지자 손님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기 시작했고, 갑자기 늘어난 손님들을 위해 주문 및 서빙 담당 활동가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주문기계 앞에는 주문지를 손에 든 자원 활동가들이 한 줄로 길게 서는 장관도 연출되었습니다. 주방은 끊임없이 들어오는 주문에 정신없이 골뱅이 무침, 돈가스, 감자튀김, 과일안주를 만들고 또 만들고, 튀기고 또 튀기고, 깎고 또 깎는 정신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주방 팀의 헌신적인 노력덕분인지 안주는 맛있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답니다. 또한 바(Bar)를 담당한 떠비 회원님이 따라주는 생맥주는 완벽한 거품과 맥주의 비율로 손님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식혀주었습니다.
정신없고 어수선한 가운데에서도 호프집을 꽉 채운 손님들과 활동가들은 왁자지껄 수다를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느덧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정신없이 뛰어다닌 저녁 시간이 흘러가고, 마감시간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9시 40분, 주문 마감을 알리는 소리에 주방 팀은 환호성을 지르며 설거지를 시작했고, 서빙도 손님들께 더 이상 주문이 어렵다는 죄송한 말씀을 드리며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일일호프가 드디어 마무리 되었습니다.
올 3월 정부는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쉼터에 생계비 등 각종 급여 지원을 중단하고 징계(주의)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열림터를 비롯한 전국 성폭력상담소들과 성폭력피해자 보호시설, 여성폭력 관련 단체들은 여성폭력피해자의 정보 집적이 인권침해라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에 제출했습니다. 여러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자, 정부는 3월에 지급했어야 하는 생계비를 4월에야 지급했습니다. 그러나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 사용을 거부하는 쉼터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고맙습니다! ^o^
이번 일일호프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게 도움 주신 많은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상담소 및 열림터 회원님들, 이사님들, 자문위원님들, 활동가를 친구로 둔 덕(!)으로 티켓을 구매하신 친구 분들, 언제나 상담소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시는 상담자원활동가 분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소식을 듣고 후원 해주신 시민 분들, 여성 단체, 인권 단체 활동가들, 자원 활동가 분들을 비롯해 일일호프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서투르고 실수한 부분도 많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불편한 점도 많으셨을 텐데 너그럽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 배 상담소 들어와서 요리 실력이 일취월장(?) 하고 있는 활동가. 일일호프를 통해 회원 배가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