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
  •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나눔 없이 열림터 살이 없다!
  • 나랑 | 본 상담소 부설 열림터 활동가
나눔과 참여

나눔 없이 열림터 살이 없다!

나랑 | 본 상담소 부설 열림터 활동가

나눔으로 둘러싸인 열림터는 외롭지 않아요~

많은 NGO 단체에서 후원은 활동의 범위를 결정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의 쉼터인 열림터 역시 나눔이 없이는 운영이 힘들다고 할 정도로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매달 일정액을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열림터는 특히 직접 얼굴을 보고 자신의 재능을 나눠주시는 분들이 많답니다. 어떤 나눔으로 열림터가 운영되고 있는지 한번 들여다볼까요?

열림터에 살고 있는 생활인의 대부분은 친족성폭력 생존자입니다. 장기간에 걸쳐 피해를 입으면서 늘 긴장해 있던 몸이 열림터에서 안정을 취하게 되면 여기저기에서 신호를 보내옵니다. 목과 어깨가 뭉치고 굳어있는 것은 기본이고, 장기간 변비 때문에 고생을 한다든지 코피를 자주 쏟는다든지 위염이나 장염을 앓기도 합니다. 춤추는 한의사 도희쌤은 매주 한 번씩 열림터를 방문하셔서 이렇게 여기저기 아픈 생활인의 건강을 체크하시고 침을 놓아주십니다. 너무 원하던 일이라고 하시면서 늘 과일이나 야채를 사들고 열림터 초인종을 누르시는 도희쌤, 밝은 기운으로 그 누구보다 열림터 생활인들을 걱정하며 챙겨주신답니다.

또 망원동에 있는 한 한의원에서는 장기간 한약 복용이 필요한 생활인에게 아주 저렴하게 약을 지어주고 계신답니다. 살림의료생협에서 활동하는 치과의사 인필님이 일하시는 치과에서는 이만 빼고 임플란트를 미처 해 넣지 못하고 집에서 나온 생활인을 위해서 저렴한 비용으로 임플란트를 해 주셨어요.

참, 얼마 전부터는 요가 선생님 한 분이 자원 활동으로 요가 강습을 해 주고 계세요. 청소녀인 생활인들이 책상에 오래 앉아 있기 때문에 골반 풀어주는 동작을 많이 해 주시고 계십니다. 하기 싫다고 하다가도 막상 시작하면 나름 진지한 태도로 눈을 반짝이며 요가를 배우는 생활인들. 공동생활을 하느라 늘 방방 떠 있는 생활인들에게 이 시간만큼은 고요하게 자신의 몸과 대화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공부에 욕심 있는 생활인들을 위한 과외도 열림터 자원활동 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올해 초 과외 해 주실 분을 찾기 힘들어 고민하다가 트위터에 올렸는데, 단 몇 시간 만에 과외 선생님을 구하는 기염을 토했지요. 많은 분들이 리트윗 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새삼스레 이 세상이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직업도 갖고 계신 분들이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정기적으로 오신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너무 성실하게 애써주고 계세요. 참, 한 친구는 과외 선생님이 주신 백 원짜리 행운의 동전을 애지중지한답니다.

열림터 생활인들은 정부로부터 한 달에 약 만 오천 원 정도의 피복비밖에 지원받지 못 합니다. 이 돈으로는 스타킹과 양말 정도밖에 살 수 없어요. 십만 원이 넘어가는 겨울외투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 반듯한 점퍼나 코트 없이 겨울을 보내고, 유행에 민감한 나이임에도 유행지난 옷을 입고 다닐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일 년에 한 번씩 자신의 생일 때마다 백만 원을 기부해주시는 고마운 회원님 덕분에 작년에는 한 명당 십만 원씩 자신이 원하는 옷을 구입할 수 있었어요. 올해도 늦어서 미안하다며 백만 원을 보내오신 회원님, 올해는 보내주신 기부금으로 생활인들의 이불을 싹 바꿀 예정이랍니다. 뽀송뽀송한 이불로 생활인들의 몸도 마음도 좀 더 안정되기를 바래봅니다.

그리고 이 곳 저 곳에서 옷을 보내주기도 하신답니다. 요새는 옷을 떨어질 때까지 입는 경우가 없어서인지 보내주신 옷들 모두 깔끔하고 입기에 무리가 없어요. 다만 큰 옷이 별로 없는 경우에는 날씬한 친구들에게만 옷이 몰린다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하~

이름도 얼굴도 뵌 적이 없어 저희 활동가들 사이에서 '얼굴없는 천사'로 통하는 동네 주민이 계십니다. 이 분은 재운 갈비와 쌈채소, 수박 등을 상담소 계단 앞에 살포시 놓아두고 전화하는 것으로 유명하세요. 제발 얼굴을 보여주시고 저희가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신다면 좋으련만. 혹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신 그 분인가요?

상담소 인근에 자리한 100주년 기념교회도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 주시지만, 한 권사님께서는 집에서 생각나실 때마다 물건들을 모아 놨다가 장바구니에 담아서 불시에 들이닥치신답니다. 린스, 바디워시, 생리대, 편지지, 플러스 펜 등등. 소박한 물건들이지만 그 마음이 따뜻해서 빙그레 웃음 짓게 된 달까요.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놀랄 정도로 정말 많은 분들의 나눔으로 열림터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다양하고 촘촘한 나눔으로 둘러싸여 있는 열림터는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이 모든 분들의 애씀과 에너지를 받아 열림터 생활인들이 건강하게 치유, 회복되어 자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활동가'라는 역할로 살기에 늘 "고생이 많다"는 말을 듣지만, 제가 보기엔 자신의 생활 속에서 이렇게 나눠주시는 분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진답니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잖아요? 각박한 세상이지만 잠시 짬을 내어 자신이 가진 재능과 자원을 나누며 타인과 연결되고 싶으시다면? 언제라도 상담소와 열림터의 문을 두드려주세요!

나랑  나의 한계를 잘 알고,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일을 벌이거나 떠맡지 않은 법을 훈련해 보려고 합니다. 모든 것을 내가 바로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부터 내려놓아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