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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건강실천단 이야기_다이어트 깔때기와 똥 빚는 재미
  • 가온 | 본 상담소 회원
삶의 돋보기 | 나의 건강실천단 이야기

다이어트 깔때기와 똥 빚는 재미

가온 | 본 상담소 회원

안녕하세요? 상담소 회원 가온이에요.

저는 올해 10월 10일부터 11월 26일까지 8주 동안 참가하였던 건강실천단(이하 건실단)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건실단은 <살림의료생협>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고요, 살림의료생협과 살림병원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는 우리 동네 병원, 살림의 힘으로 서로 돌보는 건강 공동체”에요. 건실단은 이번이 3기로 고혈압·당뇨·비만·불건전한 식습관을 협동으로 조절하고, 살림병원 주치의 선생님과 건강상담도 하고 운동처방사 선생님이 매주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해주시는 인기 짱인 프로그램이에요.

저는 어느 날 건실단 3기를 모집한다는 홍보를 보았어요. 거기에는 8주 동안 금연, 금주, 현미채식을 서약해야 한다고 했어요. 저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죠. 첫째, 금주 빼고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둘째, 드디어 다시 다이어트 할 때다!

저는 작년에 갑상선 수술 후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의료보험공단에 등록된 ‘만성질환 환자’입니다. 하지만 논문 쓰기 힘들다는 핑계로 거의 매일 맥주나 막걸리를 홀짝 거리고 있었어요. 많은 양을 마시는 것은 아니지만, 밥보다 술 한 잔이 더 반가운 것은 사실이었어요. 저는 스스로 ‘나는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야’를 증명하고 확인해야겠다는 조금은 절박한 결심이 들었어요.

동시에 ‘내 인생에 마지막 다이어트’를 하고 싶기도 했어요. 중·고등학교 때 저는 키 155센티에 70kg정도로 우리 반에서 두 번째로 뚱뚱한 학생이었어요. 교복치마가 잠기지 않아서 늘 핀으로 꼽고 다녔고, 치마의 허리춤은 곧 수많은 핀 구멍으로 너덜너덜 해 졌었어요. 대학에 들어와서 마음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매일 아침 등산하고 매일 조깅해서 난생처음 59라는 숫자를 보았을 때, 오오오, 너무 신기하기만 했어요. 운동의 즐거움, 땀 흘리는 즐거움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 뒤로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을 계속 50kg 중반대로 유지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인바디’-체지방 측정결과, 저는 경도비만으로 근육은 1.1kg 모자라고, 체지방은 8.9kg이나 더 빼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번에 주치의 선생님은 갑상선 환자의 몸은 근육은 잘 만들지 못하고 체지방은 더 축적하려고 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근육운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해 주셨어요(운동, 너는 나의 운명?!). 인바디가 제안하는 체중이 되려면, 체지방 8.9kg을 빼서 40kg대가 되어야 하는데, 그건 정말 저에게는 또 한 번 역사를 쓰는 것으로 다가왔어요.

다이어트 깔때기는 힘이 세다

그런데 현미밥과 야채 도시락을 싸다니고, 매일 걸어서 퇴근하는 저의 일상이 주변사람들에게는 그저 ‘다이어트’로 보였나봐요. 친구들이나 동료들이 내미는 과자와 빵을 사양하면서 건강실천단을 하고 있다고 해도, 상대방이 ‘다이어트’한다고 이해해버리면 저는 말문이 막히고 말았어요. 고기 안 먹는다고 해도 육식에 대한 거부로 들리지 않았고, 그저 다이어트 깔때기로 들어가 버리더군요(채식을 하는 제 친구가 여성주의자로 사는 것 보다 채식주의자로 사는 게 훨~씬~! 더 힘들다고 했는데, 정말 그런 거 같아요).

현미밥과 야채 반찬이 차려진 밥상

이야기를 나누는 상대방이 ‘다이어트 하면 성격 나빠져’, ‘무슨 다이어트야, 먹고 싶은 데로 먹어’ 하면서 다이어트-반(反)다이어트 드립을 하면, 저는 구구절절 설명할 의욕을 잃고 말았어요. 저 이래도 여성 억압적인 다이어트를 비판하는 <다이어트의 성정치>를 ‘내 이야기야’ 라며 읽고 여성학에 빠졌던 사람인데, 이건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다이어트 하면 성격 나빠져’라는 말은 내 앞에서 까칠하게 굴지 말라는 뜻 같았고, ‘먹고 싶은 데로 먹어’라는 말은 ‘나는 내가 먹고 싶은 데로 먹는데, 네가 거기에 의문을 제기함으로서 갈등과 긴장을 일으키지 말라’는 뜻 같았어요(이렇게 해석하면 저 진짜 까칠한가요?) 제가 열심히 건실단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동료가 사무실에서 과자를 집어주면서 “나 혼자 망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아, 그것이 주변인이 다이어트를 할 때 우리가 느끼는 진실이었나 봅니다. 저는 저 혼자 살겠다고, 저 혼자 날씬해지겠다고 설치는 트러블 메이커가 된 것 같았어요. 이런 외로움은 건실단 멤버들과 함께 모여서 어려운 점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없었으면 견디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건실단 내내, 내가 운동하면서 느끼는 즐거움, 내 몸을 단련하는 과정이 ‘다이어트’로 모두 수렴되는 게 왠지 많이 억울했어요. 배가 안 고픈데도 음식을 먹는 나의 식탐을 조절하고, 온 몸에 근육이 아우성쳐도 빠지지 않고 운동하는 나의 노력, 이것이 모두 다이어트란 말입니까?! 어떤 여성분이 몇 년이 넘게 30kg이상 감량하면서 “큰 해방감”을 느꼈다고 말씀하셨는데, 바로 그 해방감(!)은 무엇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지. 내가 눈앞에 과자의 유혹을 물리치고, 또 운동을 빼먹고 싶은 수 만 가지 핑계를 물리치면서, 매 순간 인내하고 성취한 그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정녕 몸무게 숫자와 ‘다이어트’, ‘44사이즈’ 이런 언어밖에 없단 말인가? 한국사회처럼 어디를 가든, 서로 친하든 안 친하든 여성이 여성의 몸매를 감시하고 평가하는 사회에서 다이어트 세계 밖의 다른 신세계는 없을까. 그 신세계는 “나 혼자 건강할 수 없다”며 운동화 끈을 매어주는 친구들로 가득하지 않을까, 저는 그런 친구가 되고 싶어졌어요.

똥 빚는 재미

저는 이번에 건실단을 하면서 ‘나부터 건강하자’는 약간의 신세계를 맛본 것 같아요. 제가 술을 좋아하는 것을 아는 한 친구는 제가 금주와 소식(小食)을 하고 있다고 하자, ‘금욕생활’ 중이냐고 물었어요. 정말 건실단 첫 주에는 막걸리를 사지 않고 슈퍼마켓을 지나오는 게 너무나 아쉽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는 어느 덧 허브티 향기를 좋아하고 있었어요. 야채와 채소가 맛있고, 현미밥은 구수하고, 자기 전에 공복감은 고통스러웠다가 점점 반가웠어요. 무엇보다 변비가 있었던 제가 거의 매일 똥다운 똥, 예쁜 똥을 빚는 기쁨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똥 빚는 즐거움에 빠진 저는, 아기들의 성장과정 중 ‘항문기’를 또 하고 있는 것 아닐까 궁금합니다. 저는 오늘도 케이크 앞에서 고민하다 한 조각 먹었지만, 신세계에 대한 동경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 가온  돈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내 건강이 더 귀하다는 주문을 외우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