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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터 이야기

쉼터 활동가로 살아가기

여름 | 본 상담소 부설 열림터 활동가

왜 쉼터활동가를 지원했나요?

처음 열림터 활동가가 되기 위한 면접을 보았을 때 받았던 질문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담소 활동가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왜 굳이 쉼터활동가로 일을 하려고 하는지 묻는 것이었다. 나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사람을 직접 만나면서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쉼터활동가를 하고 싶었다. 그리고 열림터 활동가가 된 후 업무연수를 받는 내내 생활인들을 만나게 될 날만을 기대했었다. 이렇듯 나에게 생존자들과 함께 하는 일인 쉼터활동가는 다른 어떤 일보다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었다.

생활인들은 나의 힘!

상담소는 정말 업무량이 많은 곳이다. 활동을 시작하고 몸소 깨닫고 있다. 그래도 나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함께 지내는 생활인들이다. 대부분 지루하기 쉬운 회의시간도 열림터 회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생활인들 관련 논의사항을 나누다보면 웃음이 끊이질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뉴스에서 접하는 심각한 사건들 속에 파묻혀 있는 열림터이지만 그 안에서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기에 힘이 난다.

저절로 공감되는 엄마의 마음

열림터 생활인들의 대부분이 십대 청소녀들이다. 그러다 보니 외모꾸미기에 한창 집중해있는 생활인들과 열림터 활동가들의 의견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생활인들이 요즘같이 추운 겨울 날씨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따뜻한 옷보다는 좀 더 날씬하게 보일 수 있는 옷들을 입고 외출하려고 하면, 활동가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추워서 목도리라도 권해보려 하지만 “안 추워요, 괜찮은데요.”라는 짧은 대답만을 남기는 생활인들의 반응에 어쩔 수 없이 체념하곤 한다. 하지만 감기라도 걸릴까 걱정되는 마음 또한 어쩔 수가 없다.

바로 옆에서 치유의 시간을 함께하기 vs 멀리서 돕는 법률 전문가 되기

쉼터활동가로서 생활인들에게 하는 여러 가지 지원 활동 중에서 법률 지원할 때 정말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게 된다. 특히 얼마 전 지원하던 사건이 무죄 판결이 났을 때는 너무 절망적이었다. 그때는 내가 활동가로서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도 느꼈다. 내가 지금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을 위해 어떤 도움을 주고 있는 걸까, 지금이라도 법조인이 되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는 것은 더 나은 방법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고민도 많이 했었다.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생존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여전히 고민되는 부분은 있지만, 활동가로서 이제 막 치유의 시간을 시작하려는 생존자들이 혼자서 막막함을 느끼지 않도록 옆에서 함께 일상을 나누고 고민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찾게 되었다.

더불어 잘 살기

열림터에는 대략 여덟 명의 생활인들이 지내고 네 명의 활동가들이 주·야 업무를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 언뜻 숫자로만 보면 생활인들의 숫자가 많은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막상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여덟 명이라는 숫자가 주는 무게감과 부담감이 참 묵직하다. 십대 청소년들이 대부분인 생활인들의 일상 스케줄을 챙기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을 정도이니까 말이다. 거기에 법률지원, 의료지원 등을 함께 하다보면 정말 챙길 것들이 참 많다. 어쩌다 깜빡하고 못 챙겨주는 일이라도 생기면 또 얼마나 신경이 쓰이는지. (정작 생활인은 아무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활동가인 나 자신을 챙기는 일은 자꾸만 뒷전으로 밀려난다. 야심차게 상담소 근처 요가학원에 장기 등록을 해 놓고 얼마간은 잘 다녔지만 그것도 잠시. 야근하느라 시간이 없어 도리어 등록해놓고 가지 못한다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더불어 수강료가 아까워지는 상황에 처해있다. 하지만 활동가가 건강해야 생활인들에게도 건강한 기운을 북돋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하며 또 다시 요가시작을 다짐해본다.

함께이기에 가능한 열림터

올 여름 갑작스럽게 몸이 아파 일주일이 넘게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자리를 비웠던 적이 있었다. 당장 내 몸이 아프니 어쩔 도리가 없었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활동가들이 없었다면 너무 마음 불편하게 지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나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던 동료들이 있어서 무사히 그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고맙다.)

열림터는 생활인들이 인생의 어떤 계기를 갖게 되는 곳이다. 이렇게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결정들이 이루어지는 곳이니 만큼, 활동가 혼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상황을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네 명의 열림터 활동가들은 늘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함께이기에 어떤 일도 가능한 곳이 바로 열림터이다.

※ 여름 바쁘게 돌아가는 쉼터업무 속에 파묻혀서 웃다가 울다가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11개월 차 열림터 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