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10회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를 함께 한
무용가 조희경
interviewer_란 (본 상담소 여성주의상담팀 활동가)
10회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에서 사전워크숍(몸 이완 워크숍)을 진행하고, 본대회 당일에 지지무대도 함께 구성해주셨던 조희경 님을 만나 성폭력생존자들과의 만남의 의미와, 10회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 과정에서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들어보았습니다.
조희경 님을 만나러 함께 가보실래요?
Q 조희경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을 모르는 회원님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제 이름은 조희경이고요 (웃음). 무용가입니다. 춤을 창작하고 있습니다. (하하하)
Q 상담소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A 상담소 전 활동가였던 이산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2007년에 제가 움직임 워크숍을 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이산이 참여자로 왔어요. 그때 만나서 친분이 있게 되었고 간헐적으로 연락하다가, 2007년 사전워크숍이 좋은 점이 있어서 2010년에 생존자말하기대회 사전워크숍 강사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가 하겠다고 했죠.
Q 7회 때 처음 성폭력생존자들과 몸을 이완시키는 사전워크숍을 하신 건데, 당시 강사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떠셨나요?
A 7회 말하기대회 기획이 노래로 공연을 하는 거라고 들었어요. 말하기참여자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에 몸을 편안히 하고 움직이는 워크숍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해서 하게 되었죠. 사실 처음 제안 받았을 때는 별로 정보가 없었어요. 알려주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제가 몰랐던 거예요. 그래서 제가 진행하는 성인대상의 몸 워크숍 의뢰받는 거랑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까 어려웠어요. 회기가 진행되면서 특정한 대상, 피해생존자에 대한 파악이 필요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예를 들면 7회 사전워크숍을 진행한 공간이 4층 정도 되는 연습실이었는데, 누워서 하는 동작을 했거든요. 워크숍을 다 진행하고 나서 말하기참여자들하고 어땠는지 소감을 나누는데 참여자 중에 한명이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1층에서 타일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보수작업을 하는 아저씨들끼리 나누는 목소리가 들렸다는 거예요. 그게 거슬렀다고 했어요. 거슬린다는 것은 어떤 연상이 되었기 때문인데, 저도 그날 진행하면서 집중이 잘 안 되고 진행이 잘 안 된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 부분까지 예민하고 감수성 있게 봐야 한다는 걸 제가 알고 시작한 게 아니라, 워크숍을 하면서 발견해가는 경험을 한 거죠.
제가 그런 예민함, 감수성이 부족했는데 7회 말하기참여자가 이번 10회 사전워크숍 강사로 저를 추천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의외였고, 감사했어요.
Q 이번 10회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에도 사전워크숍을 해주셨어요. 7회에 이어 두 차례나 사전워크숍 강사로 함께해주셨는데, 이번 워크숍을 진행하는 것은 어떠셨나요?
A 시작하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주변 지인 분께도 걱정이 많다고 상담을 하기도 했어요. 잘 해낼 수 있을지도 걱정이 많았어요. 피해생존자에게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의구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7회 말하기참여자 한 명이 친족성폭력피해자가 직접 쓴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를 추천해줬어요. 그런데 그 책을 읽고 나니까 한 3일 동안은 마음이 막 두근거리면서 많이 힘들었거든요.
물론 저는 몸 워크숍에 대한 확신은 있었어요. 몸 워크숍은 몸을 다루는 건데, 내 몸을 다른 사람이 다루는 게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다루는 거잖아요. 몸에서부터 나오는 생명력, 자연치유력 같은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데, 저는 옆에서 그저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거고요. 몸은 정말 현명하고 신비로워서 이 몸은 되고 다른 몸은 안 되는 게 아니라 모든 몸이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몸을 다루는 워크숍은 반드시 도움이 될 거라고 확신했고, 제가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지 생각했어요.
Q 10회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에서는 본대회 당일 지지무대도 구성해주셨는데요, 워크숍 진행 이외에 당일 무대에 함께 오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A 당일 지지무대 구성 제안을 받고, 아마 제가 바로 흔쾌히 하겠다고 답변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생각을 해봐야겠다고 했을 텐데, 5개의 말하기를 내가 다 담을 수 있을까 이런 걱정을 많이 했어요. 더군다나 말하기참여자의 말하기를 듣고 창작을 해서 무대를 서는 거라서 고민을 하다가, 무대에 서게 된다면 남성과 함께 무대를 구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게 중요하고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쨌든 사회 안에는 반반이 있고, 조화롭게 삶을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여-남 구성이라 어떤 기억을 연상시킬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동작이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이런 염려는 했어요. 세상에 두 가지 성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함께 무대를 구성했던 이정민 무용가는 명상을 오랫동안 해오면서 삶에 대한 성찰이 깊은 분이라서 제가 하게 된다면 같이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당일 무대에 오르기까지 많은 과정들이 있었잖아요. 말하기참여자들이 먼저 말하는 작은 무대가 있었고, 그 말하기를 바탕으로 창작을 했고, 그걸 또 말하기참여자들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았고요. 그 과정 중에서는 오히려 매번 굉장히 큰 배움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제가 걱정했던 여-남 사이의 동작을 보고 피드백을 들으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 통념들이 깨지는 경험이기도 했고요. 그리고 그 배움이라는 게 예술가들이 선물을 준다는, 일방적으로 예술가들이 무언가를 주는 게 되지 않을까 했는데 실제로는 저희가 말하기참여자들에게 받은 게 더 많았어요.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어서 준다는 게 아니라 말하기참여자들과 서로 주고받는다는 게 굉장히 저한테는 의미가 있었어요.
그리고 다른 예술가들한테도 많이 배웠어요. 진심은 다 전해진다고, 정말 작업을 하고 있구나, 말하기참여자들과 소통하고 교감하고, 그걸 무대에 구현하고 있구나 이런 느낌도 많이 받았어요.
Q 마지막으로 상담소나 회원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A 사실 처음에 저는 사회적인 의미로 사전워크숍 강사에 응한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몸을 움직이는 수업을 제안 받아서 한 거였는데, 같이 함께 시간을 보냈던 말하기참여자들이 워크숍을 통해서 좀 더 건강한 삶을 살게 되었다면 그걸로 충분한 거 같아요. 말하기참여자들이 변화해서 그게 또 다른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무대에 선다는 건 나를 외부화하는 작업인데, 그건 나를 이해하고 외부와의 관계를 경험한다는 거거든요. 그걸 실제로 행하는 게 마지막 무대에 서는 거고요. 그건 엄청난 변화의 과정이고요. 그래서 성폭력생존자말하기대회를 해오고 있는 상담소는 정말 보면 볼수록 힘드시기도 하겠지만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걱정이 많았다던 조희경 선생님과 달리 7회, 10회 말하기참여자들은 몸 워크숍이 너무 너무 좋았다는 호평을 해주었습니다.
생존자의 말하기 과정을 옆에서 함께 해주신 조희경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