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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뽀송한 반성폭력운동을 기대하며
  • 김두나 | 본 상담소 前 활동가
기획특집 | 상담소 다시 짓기

뽀송뽀송한 반성폭력운동을 기대하며

김두나 | 본 상담소 前 활동가

상담소 공간에 대한 추억을 나누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모임터였다. 부실한 몇 개의 계단을 내려가 어두컴컴한 입구를 들어서면 나타나는 바로 그 곳, 떠올리기만 해도 주변 공기가 눅눅해지는 느낌이 드는 모임터는 상담소 건물 지하에 위치하고 있다.

모임터는 상담소 활동가들이 회의도 하고 교육도 하고 상담도 하고 인터뷰도 하고 행사도 하는 만능공간으로, 상담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매우 중요한 곳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모임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미워했다는 쪽에 더 가깝다. 지하라 어둡고 습해서 답답한데다 한두 시간만 머물러도 머리가 아파오고 목도 따가웠다. 모임터에서 회의하기를 싫어했던 나는 종종 근처 카페에서 회의를 하자고 활동가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여름의 모임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벽지에 물이 맺힐 정도로 습해 늘 곰팡이와 함께 살아야 했고, 곱등이도 출몰하는 괴로운 곳이었다. 장마철은 떠올리고 싶지도 않을 정도다. 비가 조금만 많이 오면 물이 쏟아져 들어와, 한동안 밤에 비가 많이 내리면 모임터에 물이 들어찼을까봐 걱정하다가 출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모임터로 달려갔다. 심지어 어느 해에는 지하수까지 터져 며칠동안 모임터에 차오른 물을 퍼내야 했다. 생각해보면 모임터 때문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렇게 미운 모임터지만 사실 모임터는 비좁은 상담소에서 우리의 넘쳐나는 상상력과 에너지를 펼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고, 반성폭력운동에 대한 열정과 애정, 노력을 추동해 온 소중한 곳이다. 돌아보면 나의 상담소 활동도 많은 부분 모임터에서 이루어졌다. 모임터는 매주 화요일 아침, 상담소 활동을 치열하게 논의하고 결정하는 상근활동가회의가 열리는 곳이었고, 긴급한 사안이 발생하면 여러 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대책을 마련해냈던 곳이다. 또 시끄러운 2층 사무실에서 글을 쓰기 어려울 때면 내려와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달빛시위 기획단들과 회의를 하며 밤을 새웠던 곳이다. 수많은 성폭력생존자들과 함께 울고 웃었던 곳, 여성소설읽기 회원모임의 소중한 회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공간도 모임터다. 밤샘 작업을 하다가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하고, 힘든 일이 있을 때면 활동가들과 서로를 위로하고 위로받았던 곳이다. 모임터는 그 이름답게 수많은 활동가와 회원들, 자원활동가들, 생존자들이 모여 보다 나은 삶과 세상을 만들어온 소중한 공간이었다.

상담소를 새 단장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하 모임터 공간이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가 제일 궁금했다. 모임터 때문에 고생했던 날들을 생각하면 과감히 지하 공간을 없애버리자고 제안하고 싶었지만, 다행히 활동가들은 습기와 곱등이에 굴복하지 않고 모임터를 지금보다 훨씬 쾌적하고 멋지게 만들어 유지할 계획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앞으로 만날 새로운 모임터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모습이던 모임터는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신나는 활동으로 가득 채워지리라 믿는다. 새로운 모임터에서 태동할 뽀송뽀송한 반성폭력운동이 기대된다.

두나

건강이 최고임을 배우고 있습니다. 잘 먹고 잘 자야 건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