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정동 366-24 빨간 벽돌집 사건사고기
오매 | 본 상담소 前 활동가
지하, 1층, 2층. 그 땐 몰랐다.
남들도 다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몇 가지 추억을 곱씹어보자.
4 담장이 아슬아슬
옆집 쪽 담장은 옛날부터 금 가 있었다. 그리고 살짝 넘어와 있다. 일 년에 일도씩은 더 기울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느 동네 담장이 항상 곧게 꼿꼿이 바르랴. 아슬아슬한 담장을 타고 옆집 더덕 넝쿨은 느긋하니 넘어왔다. 선배상근자 경애 언니는 넘어온 건 우리 꺼라고 하셨다. 평화롭던 어느 날, 뒷집 쪽 담장이 무너졌다. 뒷집 창고를 향해 우르르…. 사람이 다치지 않아 다행이었다! 긴급 해결해드려야 했는데 견적을 내보고는 전문가 딱 한분 모시고 우리 힘으로 해보기로 했다. 전문용어로 Do it Ourselves. 벽돌을 어긋어긋 쌓아 올리고, 미장을 하고, 페인트도 칠하고…. 담장 쌓기 체험이라니.
3 바닥이 찰랑찰랑
어느 여름 장마철. 지하에 내려갔던 어느 활동가가 36.195km를 달려왔던 사람처럼 2층으로 올라와 외쳤다. “지하에 물이 찼다!” 그로부터 사흘간, 우리는 업무를 전폐했다. 바케쓰, 쓰레받기로 퍼내고, 빗자루로 쓸어 퍼내고, 손걸레, 대걸레로 닦아 짜내고…. 저녁이 되자 생리대 상자를 열었다. 깨끗하게 맑게 자신 있게 흡수해주길 기원하며 바닥에 뒤집어 차곡차곡 깔았다. 마포구청 침수가정 지원용 배수펌프도 왔다 가고 어느 정도 물이 잡히자, 몇 차례 전문가가 와서 진단을 했는데 다들 새로운 의견이셨다. 결국 두 군데 바닥을 파내 상설 배수펌프를 설치했지만 바닥 침수에 정답 같은 건 없다는 말이 소장님의 미간 주름이 되었다.
2 하수도가 울컥울컥
한국여성재단 노후시설개선 기금을 지원받아 지하 화장실을 고쳤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났을까. 바닥 하수구에 물이 내려가지 않는 거다. 합정동장님의 소개로 망원동 어느 설비업체 사장님이 오셨다. 집 이곳저곳을 뛰어 살펴보시더니, 갈고리 철사기계를 가져 오셨다. 1m씩 넣어 또 다른 철사줄을 연결하고 또 연결하여 하수구에 천천히 넣었다. 8개쯤 들어갔나, 집수정 끝까지 철사가 들어간 걸 확인한 후 그때부터는 역으로 꺼내기 시작했는데, 현란한 기술이 시작됐다. 몇m 떨어진 갈고리 끝을 휘적이며 하수구 원통 구석구석을 더듬으며 꺼냈다. 기술자는 결국 주먹만한 머리카락 더미를 건져 올렸다. 뚫린 하수구로 물은 흘러 집수정으로 콸콸 쏟아졌다. 끝.
1 상수도 파이프의 비밀
극한 한파가 몰아친 어느 겨울밤이 지나고, 출근했더니 물이 안 나온다. 쫄쫄쫄 틀어놓고 갔건만! 겨우 찾아 모신 언수도 녹임 기사님이 오셨지만 바닥으로 부터 올라오는 직수관에 코일을 감고, 드라이어로 몇 시간을 쏘여봐도 물은 안 나왔다. 그 후로 두 분이 더 오셨는데 다 허탕. 망원동 설비업체 사장님이 오셨다. 또 집을 구석구석 뛰어다녀보더니 옥상으로 가셨다. 우리에게 옥상이 있었다니, 금시초문인 걸. 두 시간 후 “수도를 틀어봐요!” 보이지도 않는 옥상에서 외침이 들려왔다. 틀었다. 콸콸콸…. 어떻게 된 거냐고, 어찌 아셨냐고 꼬치꼬치 묻고 듣고는 사장님 문하생이 되고 싶어졌다. 그해 겨울 상담소 상수도 파이프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하시다면 상담소 새 건물 집들이에서 만납시다 :)
※ 오매
항상 쓸고 닦고 고치고 살피던 선배들을 기억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