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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진상규명, 고통과 치유, 책임과 기억
  • 미쯔 | 본 상담소 회원
삶의 돋보기

세월호 참사와 진상규명,
고통과 치유, 책임과 기억

마쯔 | 본 상담소 회원

노란 리본 도안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세월호 참사 한 달,
참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사고 초기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부는 여전히 최선의 구조를 얘기하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국회에서는 여전히 많은 말이 오가지만
참사와 관련하여 뭔가 제대로 이루어진 것은 찾기 어렵습니다. 언론에서는 일부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구조 상황에 대한 보도행태는 한 달 전의 그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바로 오늘 이 순간 정부, 국회, 언론은 과연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무엇이 최선인지를 밝히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합니다. …

2014.5.16.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및 가족 대책위원회 성명서 일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00일이 더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이 단식농성과 도보행진을 이어가며 간절히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권과 수사권이 있는 특별법 제정은 장벽에 부딪혀있다. 세월호 참사가 단지 한 부도덕한 해운업주와 종교단체 때문에 일어났다고 믿기를 원하는 것처럼 유병언과 구원파로 관심을 유도했던 정부는 최소한의 책임지는 자세조차 보여주고 있지 않다.

고통, 상처, 피해의 경험은 흔적을 남긴다. 특히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사람들에게 이 흔적은 도저히 잊히지 않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들이 이 흔적을 통해 죽은 이들의 얼굴을 떠올릴 때, 그들의 얼굴과 마주하게 될 때 그것이 영원한 고통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유가족들이, 생존자들이 죽은 이들에게 (최소한이나마) ‘정의’가 이루어졌음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불가능했다면 변명이라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처음부터 지켜보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는 것,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손 안의 모래알들처럼 놓치고 말았다는 것이 어떻게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촉구 서명을 하고 광장에 나오고 자원활동을 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눈물은 결국 마르고 사라져 버린다. 슬퍼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충분히 슬퍼했다’는 말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세월호 참사를 단지 하나의 예외적 사건으로 바라보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과 자신이 속한 이 사회의 책임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과 이 참사의 연결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말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속한 사회 내부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다. ‘우리가 속한’ 사회의 문제이기에 우리의 문제이다. 법적 책임은 없을지 몰라도 분명히 책임이 있고 그것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것은 이 책임을 인지하겠다는 것이 아닐까? 살아서 그 책임을 다하겠다는 것, 그것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참된 의미일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유가족과 생존자들은 이 책임을 다하고자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살아남은 자들의 책임,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기억하며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 그것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방법이다.

오래 전에 죽은 이가 다시 기억난다. 그는 성소수자였으며 일본에서 살해당했고 장례식도 열지 못했다. 지인들이 돈을 모아 영결식을 열었다. 그를 죽인 살해범은 잡히지 않았고 정의는 실현되지 못했다. 남은 것은 변명뿐이다. 그것도 왜, 어떻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가 그렇게 죽어야 했는지 알지 못하는 파편뿐인 변명이다. 그가 죽은 이후 문득문득 그가 기억나곤 했다. 그때 그의 얼굴은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그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주변이 환해질 정도로 아름답고 밝은 미소, 경쾌한 웃음소리. 그는 웃고 나는 울었다. 가끔은 나도 함께 웃었지만 대부분은 울었다. 그의 죽음의 진실은 아마도 이제 영원히 풀리지 못할 것이다.

나는 세월호 참사가 이렇게 될 것만 같아서 두렵다. 세월호 참사가 아무것도 해명되지 못하고 아무것도 밝혀지지 못하고 어두운 바다 속으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두렵다. 유가족들이 죽은 이들의 얼굴과 마주했을 때 함께 웃지 못하고 너무나도 많은 시간을 울어야만 할 것 같아서 두렵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진상이 얼마나 추악하고 끔찍하든 밝혀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싶다면 먼저 우리의 책임을 바라보자. 그곳에서 기억하기와 애도가 시작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http://sign.sewolho416.org)

❋ 마쯔
완전변태 (wanbyu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