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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에도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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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소의 밥상

말복에도 도시락

상담소가 이사하면서 낡지만 정겨웠던 옛 공간과 작별하게 되었어요. 아쉬운 건, 활동가들이 빼곡히 앉아 함께 점심을 먹는 장소이자 때로는 진지한 회의를 하는 장소가 되어준 만능탁자, 좁지만 있을 건 다 있던 상담소 부엌과도 자연스레 작별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부엌과 식탁이 있는 새 공간을 짓기까지 ‘극한도전! 마스터셰프 상담소’는 잠시만 안녕! 식탁과 부엌이 없어도 상담소 사람들이 함께 하는 점심시간은 쭈욱 이어집니다. 활동가들이 저마다 요리솜씨를 뽐내며 싸오는 도시락은 점심시간의 새로운 즐거움이지요.
나눔터 75호에서는 말복의 인상적인 도시락과 함께 활동가들의 특급비결 한마디씩을 들어보았습니다~

SHOW ME THE 도시락!

오후12:30.
‘점심시간이다!’ 하는 누군가의 한마디로 다들 밥시간임을 깨닫습니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던 각자의 도시락이 펼쳐집니다.
평소 책상 안에 쏙 들어가 있던 작은 서랍장이 훌륭한 식탁으로 변신하지요.

질리지 않는 밑반찬과 신선한 볶음요리가 조화를 이룬 란의 오징어채무침과 가지볶음 도시락

“오징어채무침은 오징어채를 물에 한번 씻어 촉촉하게 만드는 것이 저의 비법이지요. 그 다음 모든 양념장을 팬에 넣고 우르르르 끓인 뒤, 불을 끄고 오징어채를 넣어 잘 섞어주고 참기름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완성이지요.

가지볶음은 찌지 않고 센불에 볶아내는 것이 핵심포인트입니다. 마른고추를 먼저 달궈 매운 향을 낸 후 마늘, 양파, 시장에서 구입한 싱싱한 가지를 센불에 같이 볶아내면 씹는 식감이 남아있는 가지볶음을 만들 수 있어요.“

란의 오징어채무침과 가지볶음 도시락

대체 언제 만들었을까요? 주말에 뚝딱! 토리의 계란장조림 도시락

“계란장조림의 간장양념은 진간장과 집간장을 반반 섞어서 사용합니다. 여기에 설탕을 줄이고 효소와 꿀로 단맛을 냈습니다. 아무리 끓여도 짜지 않은 계란장조림의 비밀은 바로 이 양념장에 있지요. 다진마늘과 후추를 넣지 않으면 보기에도 깔끔한 토리표 계란장조림이 만들어지지요. 뭐니뭐니~ 해도 가장 큰 비결은 활동가들과 함께 나눠먹는다는 즐거움이겠죠?”

상담소 활동가들의 도시락이 펼쳐진 모습
상담소 활동가들의 도시락이 펼쳐진 모습

심심한 듯하지만 자꾸만 숟가락이 가는 볼매! 선민의 넉넉한 볶음밥 도시락

“카레버섯볶음밥을 알려드리지요. 새송이, 표고를 얇게 썬 것을 기름과 버터 1큰술씩 넣은 팬에 살짝 볶은 후 숨이 죽으면 불을 끄고 식은밥과 섞어줍니다. 질척해질 수 있는 더운밥 대신 식은밥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포인트이지요. 기호에 따라 카레가루도 섞어준 후 불을 켜서 살짝 더 볶아주면 완성! 시원한 물김치와 김을 곁들여 먹으면 간단하면서도 좋은 도시락이 됩니다.

활동가들이 좋아하는 매운 우엉조림은 우선 우엉을 껍질 벗겨 먹기 좋게 채썬 뒤, 식초물에 30분 담갔다가 끓는물에 식초 반 숟갈을 넣고 데쳐줍니다. 냄비에 들기름과 사과쨈, 조선간장 1큰술씩과 다진마늘 반 큰술, 데쳐둔 우엉을 함께 볶아주는데 이때 채썬 청양고추를 넣기에 맵싸한 맛이 나지요. 한김볶은 뒤 물 1컵과 양조간장 4큰술을 넣고 약불로 졸이다 거의 졸여지면 조청 1큰술로 마무리 후 통깨를 뿌려줍니다.“

선민의 넉넉한 볶음밥 도시락

자취하는 1인가구에 부족하기 쉬운 채소와 과일을 듬뿍 담은 유영의 ‘야채가 있는 도시락’

유영의 ‘야채가 있는 도시락’

“잦은 야근과 외식으로 건강이 나빠지고 있는 동거인을 위해 싸기 시작한 도시락입니다. 준비하기 간편하고, 재료비가 적게 들며, 야채가 많은 도시락을 싸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습니다. 이날의 밥은 오이 1/2개와 올리브 5알, 적양배추채, 방울토마토로 만든 샐러드, 꿀을 넣어 전자렌지에 찐 단호박에 견과류를 약간 올린 것, 바질을 넣고 삶은 닭고기 약간으로 준비하였습니다. 재료는 주로 가까운 동네마트나 저렴한 시장에서 구매합니다.

이날의 메뉴는 마치 사진 찍을 일을 예비한 것처럼 훌륭한 비주얼을 자랑하지만, 이날을 위해 준비한 것이 아니었어요. 무리스러운 메뉴였습니다. 어쩐지 다음 날부터 더 많이 바빠져서 그 후론 거의 도시락을 싸지 못했답니다.”

활동가들이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는 모습

오후13:30.
모두 업무로 복귀할 시간입니다.
마음이 급한 활동가들은 서둘러 도시락을 먹고 진즉에 자리에 앉았군요.

밥 한 숟갈에 반성폭력을, 밥 한 숟갈에 여성인권을…
오늘도 든든히 먹고 씩씩한 반성폭력운동을 펼쳐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