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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치탈출의 마지막 티켓
  • 상어 | 본 상담소 회원, 몸치탈출 회원
기획특집 | 운동하는 여성들

몸치탈출의 마지막 티켓

상어 | 본 상담소 회원, 몸치탈출 회원

여성퀴어댄스팀 큐캔디의 몸치탈출 댄스교실이 열렸다고 들었다. 그리고 오픈 10여 분만에 매진되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언니네트워크 후원파티에서 마지막 수강권이 운명같이 경매에 올라왔다. 평생 몸치로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슬슬 새로운 운동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이 강했다. 그래서 정말 마지막 티켓을 손에 쥐었다.

춤,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기

중학교 때 춤을 잘 추고 싶은 마음에 힙합댄스학원을 한 달 간 다닌 적이 있다. 매 수업마다 머리가 하얘질 정도로 정신이 없었던 것만 기억난다. 왼손과 오른발을 같이 움직이는 것이 어려웠고, 쉬지 않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 몸치 중의 몸치라는 것을 확인하고, 힙합댄스 초급반으로 나와 춤의 관계는 끝이 났다.

그리고 15년쯤 흘러서 신청한 댄스교실은 순수하게 ‘움직이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안 움직여 버릇한 몸을 써보려고 해도 무엇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몸치탈출 댄스교실은 일상에서 해보지 못한 움직임을 정해진 순서대로 가르쳐줄 것이라고 기대됐다. 그러니 춤이라는 것이 더 마음 편하게 다가왔다.

또, 보이그룹팀이니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인들에게 춤을 배운다고 이야기하니 다들 무슨 춤이냐고 물었다. 보이그룹 엑소(EXO)의 ‘으르렁’이라고 대답할 때, 커밍아웃한 지인과 커밍아웃하지 않은 지인의 첫 반응은 매우 달랐다. 커밍아웃하지 않은 지인들은 매번 왜냐고 묻는다 (왜 보이그룹의, ‘으르렁’이냐고). 여성퀴어댄스팀의 댄스교실에서 퀴어들과 함께 춤을 배우면서는 여성스러워져야 한다는 압박 없이 움직일 수 있어 편안했다.

몸치탈출

6주 과정의 몸치탈출 댄스교실이 끝나고 마지막 뒤풀이를 하면서, 우리는 수업이 끝났음을 매우 아쉬워했다. 바쁜 직장인/학생에게 일주일에 한번, 늦은 시간에 진행되는 2~3시간의 강도 높은 운동은 놓치기 싫을 만큼 적절했다. ‘이 댄스강습모임을 한 번 더 해볼까’ 라는 즉흥적인 제안으로 우리는 매우 빠르게 모임을 결성했다. 몸치탈출 댄스교실 수강자들이 만든 모임이니 이름은 ‘몸치탈출’로 계승하기로 했다. 강사는 큐캔디에서 공식적으로 초빙하고, 10여 명 정도의 소규모 댄스강습모임을 만들었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에어로빅 모임” 같은 곳을 지향하기로 했다. 열심히 운동을 하고, 그 칼로리만큼 맥주와 안주를 섭취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모임이 되기로 했다. 운동에 중점을 두지만 몸무게는 신경 쓰지 않고, 재미에 중점을 두지만 몸치탈출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함께 즐거웠다’는 것이 이 모임이 지속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우리는 수업을 하면서도 시도 때도 없이 호응을 쏟아낸다. 동작을 배울 때에도, 가끔은 스트레칭을 할 때도 누군가 능숙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 온갖 찬사와 탄성이 터져 나온다. 웃음도 쉽게 터져 나오고 농담도 쉽게 나온다. 중고등학교 때 이렇게 웃으면 대부분 남자였던 체육 선생님에게 혼났던 기억이 있다. “진지”하지 않다고. 하지만 웃느라 진도를 나가지 못하거나, 할 연습을 끝내지 못했던 적은 없다. 웃음과 즐거움은 운동에 집중하지 않는 모습이 아니라, 운동을 지속하게 하고 더 힘을 주는 원동력이었다.

운동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한다. 오늘 하루 빠지고 싶다가도 같이 하는 사람들 만나서 웃고 맥주 한 잔 하는 마지막이 좋아서 나오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고 피곤해서 얼른 집에 가려다가도, 한 사람이 ‘으르렁’을 틀어놓으면 음악소리에 나도 모르게 가방을 내려두고 합류하여 춤을 추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20분이고 30분이고 머무르게 되는 개미지옥 같은 곳에서 함께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어_ momchiout@gmail.com

[ 취재후기 ] 몸치탈출 연습실에 가다

합정역 모처에 있는 몸치탈출의 연습실을 찾아간 것은
제법 쌀쌀해지기 시작한 11월 말.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 멤버들과 쑥스러운 인사를 하고
춤 연습을 참관하는 특혜(특별한 혜택)를 누렸다.
운동량이 많아서 선택했다는 후속연습곡 ‘늑대와 미녀’를 촘촘히 배우느라
시간은 벌써 11시. 격하게 서로 호응해주며 화기애애했던 연습은 우선 일단락되었다.
나눔터 담당자의 마음도 들썩들썩.
라이브콘서트를 방불케 한 강사님의 열강과,
‘같이 나눌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는 강사님의 말씀이 인상 깊었고,
‘그냥 와봤는데 (춤을) 추고 있더라’, ‘모르는 사람끼리 날것의 몸짓들을 공유하다보니
이제는 친해져서 오게 된’다는 회원들의 설명이 유쾌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좀처럼 연습은 끝나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들었다가도 음악소리에 동작을 맞춰보게 되고,
일주일 내내 근육통과 함께 음악소리가 귓가에 자동재생 된다’고….
적은 인원이지만 관심사가 통하는 이들끼리,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함께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큐캔디의 무지개행동 후원파티에 특별게스트로 공연하시는 모습도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