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배제하지 않는 성평등정책 추진하라!
나눔터편집팀
여성가족부는 2015년 8월 4일, 대전광역시에 공문을 보내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대전광역시 성평등기본조례에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한국교회동성애대책위원회가 조례 제3조(성평등정책 시행계획 수립)와 제22조(성소수자 지원) 등에 담긴 성소수자 보호 및 지원 내용에 반발하여 여성가족부에 민원을 제기하자 여성가족부가 조례의 모법인 양성평등기본법이 ‘성소수자와 관련된 개념이나 정책을 포함하거나 이를 규정하지 않고 있’으므로 조례가 “양성평등기본법의 입법취지를 벗어났다”고 입장을 밝힌 것입니다.
여성가족부의 공문을 받자마자 대전광역시는 ‘성소수자’를 모두 삭제한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고, ‘성소수자 배제하는 대전시성평등기본조례 개악저지 운동본부’ 등의 적극적인 활동에도 불구하고 9월 18일, 조례 개정안이 원안 그대로 통과됐습니다. 관련전문가 자문, 관련단체와의 정책간담회 등을 거쳐 마련하고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던 조례가 시행 2개월여 만에 졸속으로 폐기된 것입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양성평등기본법은 “존엄과 인권의 존중을 바탕으로 성차별적 의식과 관행을 해소하고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참여와 대우를 받고 모든 영역에서 평등한 책임과 권리를 공유함으로써 실질적 양성평등 사회를 이루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한다”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하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권리와 책임, 참여 기회를 보장하기 위한 법”입니다. 여성가족부는 이 법 정책대상에 성소수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성가족부의 해석은 언어도단입니다. 한국사회에서 모든 국민은 여성 아니면 남성으로 성별이 등록되어 살아가며, 여성과 남성이 아닌 성별로 자신을 등록할 수 있게 하는 제도는 보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모든 사회제도와 정책 속에서 우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둘 가운데 하나의 성별로 통과됩니다. 그럼에도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기본법의 정책대상은 ‘여성과 남성’만 해당되고 ‘성소수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성소수자를 적극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양성평등’ 개념을 오용한 것입니다.
여성단체와 성소수자단체들이 여성가족부에 문제제기하며 면담을 요청했지만, 면담을 불과 하루도 채 앞두지 않고 여성가족부로부터 일방적으로 취소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날 “여성가족부의 대전시 성평등조례 개정 요구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한 1,033명의 목소리를 서면으로 전달했지만 면담을 거부한 합당한 이유도, 여성가족부의 정확한 입장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제대로 된 여성가족부 국정감사를 요구하며 방청했으나, 양성평등정책의 대상에 대해 질의되지 않았고, 여성가족부장관은 면담거부통보 사실이 언급되자 누가 면담을 요청했냐고 되묻는 등의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간접적으로, 교육과정에서 성소수자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여성가족부장관의 답변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성평등 실현은 성별 고정관념의 해소, 남성중심적인 사회구조 개선, 성별이나 성별표현 등을 이유로 한 괴롭힘과 차별, 폭력을 근절하는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여성/소수자의 다양한 경험과 위치가 고려되어야 하며, 결코 여성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조장하면서 성평등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여성가족부가 지금이라도 자신의 역할과 책무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양성평등정책에 여성성소수자의 경험을 어떻게 담아낼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성소수자 역시 국민의 일원으로써 성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하는 데 나서기를 촉구합니다.
우리는 여성성소수자이다. 여성이자 성소수자로서 인권을 보장할 책무를 국가에 요구할 수 있다. 우리는 성소수자들을 낙인찍고 차별하고 배제하고 혐오하도록 부추기는 성차별적 의식과 제도들에 맞설 것이다. 성차별에 맞서는 모든 행동들은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동과 한 편이 될 수 없으며, 성소수자에 대한 배제와 차별은 성평등이라 부를 수 없다. 성소수자의 인권 없이는 성평등도 없다.
여성성소수자 궐기선언 중에서 (2015.1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