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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설계를 해준 황두진 소장님
  • 이미경 (본 상담소 소장), 란 (본 상담소 사무국장)
특집 : 상담소 새집을 마련하기까지

사회변화를 위한 진보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상담소를 상상하며 설계했습니다!

인터뷰이 _ 황두진 ((주)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
인터뷰·정리 _ 이미경 (본 상담소 소장), 란 (본 상담소 사무국장)

황두진 소장님
멋진 설계를 해준 황두진 소장님

Q. 어떻게 상담소와 인연을 맺게 되셨어요?

A. 생각해보면 우연만은 아닌 자연스러운 과정이 있었어요. 상담소는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작년에 부설연구소 울림의 권인숙 소장님으로부터 상담소가 이사 갈 집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 합정동 현 위치가 접근성도 좋을 뿐만 아니라, 대지 57평의 공간이 그리 좁지만도 않아요. 무엇보다 상담소가 서초동·양재동·합정동으로 부평초처럼 떠돌 것이 아니라 공간의 역사를 갖고 한 자리에 뿌리내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 터에 새 집을 지을 것을 제안했던 게 인연이 되었네요. 돌아보면 15년 전에 <디자인 문화비평>이라는 잡지에 “건축공간과 성차별”이란 주제로 글을 쓰면서 그동안 제가 무감각하게 지나왔던 젠더문제를 접했었어요. 설계하면서 예전에 쓴 글에서 논의했던 내용들이 도움이 되었고, 역으로 상담소가 제게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에 대해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Q. 그동안 한옥을 비롯한 많은 건축물을 설계해오셨는데, 이번에 상담소 설계의 컨셉은 무엇인지요?

A. NGO건물은 효율위주로 잘 지은 건물보다 사회변화를 위한 진보성과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우리 설계팀이 상담소 역사와 활동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것에 중점을 두었지요. 활동가들이 원하는 공간에 대해 수없이 듣고,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상당히 길게 가졌습니다. 그리고 아쉽지만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고 선택을 했지요. 사실 한정된 자원에서 건물을 지으면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지 선택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이나 단체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거거든요. 외부설계 컨셉은 주택가에서 튀지 않는 자연스러움과 단체 사옥으로의 쿨함 사이의 능선을 타고가기랄까요? 내부는 피해자 분들이 건물에 들어와 상담실로 가는 동선부터 안전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배치에 신경을 썼지요. 사무공간도 좁지만 최대한 효율성을 살리고, 다공벽을 설치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베란다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4층 한쪽에 설치한 옥상마당은 활동가들이 잠시나마 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Q. 작년부터 약 2년 동안 새 상담소 건축에 함께하셨는데요, 설계하시면서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A. 상담소는 이렇다 할 사건, 사고가 없이 진행된 것이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네요. 어려웠던 점은 지자체별로 건축법의 적용기준이 달라서 층계의 넓이나 연구소 위치 등을 바꿔야 했던 점과 엘리베이터 설치를 뒤늦게 결정해서 그 공간을 위한 설계변경을 한 것 정도랄까요? 사실 장애인의 접근권 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을 위해서도 엘리베이터를 놓은 것은 참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준공일이 일주일 늦은 것 빼고는 전체적으로 공사도 순리적으로 잘 진행되었지요.

Q. 마지막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 회원 분들께 나누고 싶은 말씀은요?

A. 가장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건물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으면서 그 집 특유의 맛과 멋, 향기가 베여 와인처럼 숙성해가지요. 최소 5년 정도 지나면 새 집이

상담소 활동가들과 함께한 기념 사진

그동안 함께 한 사람들의 경험과 추억으로 자기색깔을 내게 되는데, 앞으로 상담소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상담소 활동가들은 새 집을 갖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셔도 된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노력해 오셨으니까요. 그리고 상담소가 알게 모르게 지역사회의 자양분을 흡수해서 성장해왔다는 점에서 주변 환경과의 교감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상담소를 설계한 사람으로서 전과 달리 농담 하나도 인권감수성에 어긋나는지를 조심하는 사람이 된 것이 상담소가 제게 준 선물입니다(웃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