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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의 학교_최하란 대표를 만나다
  • 동아冬芽_나눔터기자단
만나고 싶었습니다 ①

움직임의 학교
최하란 대표를 만나다

인터뷰이_최하란_School of Movement
인터뷰·정리_동아冬芽_나눔터기자단

2016년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본 상담소 이안젤라홀에서 넌(non)진상 프로젝트 <진상퇴치비법수행 갸갸갸> 첫 번째 자기방어훈련이 스쿨오브무브먼트의 최하란 선생님과 함께 진행되었습니다.
합정동 이웃인 최하란 선생님과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인터뷰 요청을 드렸고, 최하란 선생님도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나눔터기자단인 동아와 성문화운동팀 잇을이 함께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동아 안녕하세요 최하란 선생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선생님께서 하고 계신 일과 스쿨오브무브먼트에 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

최하란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스쿨 오브 무브먼트(School of Movement)를 운영하는 거예요. 스쿨 오브 무브먼트는 한국말로 하면 ‘움직임의 학교’잖아요. 저는 예전부터 운동하는 것, 단지 운동뿐만 아니라 활동하는 것.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는데 헬스 머신 안에 들어가서 운동을 한다는 것은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은 다 몸의 생김새, 움직일 수 있는 범위 등이 다른데 다 같은 기계 안에 들어가서 운동을 하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 말고 보다 핵심에 가까운 운동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다가 처음엔 요가를 했고 그 뒤에 케틀벨이라는 도구를 배우게 되었지요. 그것들을 바탕으로 2010년에 운동을 하는 곳을 만들기로 결심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 사람들이 ‘운동’이라고 하면 살을 뺀다든가, 땀을 굉장히 많이 흘리고 심장을 터질 것처럼 뛰게 해서 고통과 노~력!을 요하는 것으로만 개념이 되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인터뷰 후 함께 사진을 찍은 세 사람
(왼쪽부터) 본 상담소 성문화운동팀 잇을, 나눔터 기자단 동아 그리고 (맨 오른쪽) 최하란 대표가 인터뷰 후 환하게 웃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소위 운동의 룰이나 스포츠를 배우지 않아도 처음에 다들 움직이니까. 그 기본적인 움직임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움직임의 학교’라는 이름도 짓게 된 것이고요.

동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처음에 많은 도구들 가운데 케틀벨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최하란 일단은 작은 케틀벨 하나 가지고 많은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 우리가 헬스를 한다고 하면 기구들을 많이 두어야 하잖아요. 케틀벨은 영어권 국가에서 붐이 일었을 때에 ‘hand held gym’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어요. 손으로 잡으면 그 하나에 모든 피트니스 클럽이 들어있다는 거죠. 그러다보니 장소 차지가 덜해요. 한국은 특히나 큰 집에 사는 사람이 흔하지 않은데 케틀벨은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도 할 수 있거든요. 또 저걸 사용해서 하는 운동들이 군더더기 없이 우리 몸의 중심을 잡아주죠. 현대인들은 의자에 많이 앉아 있다 보니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의 오리지널 디자인에서 벗어나 중심이 흔들리게 되거든요. 그런 이유들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어요.

동아 ‘오리지널 디자인’에서 벗어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여성에게서 특히 더 나타나는 경향도 있을 것 같아요. 사회나 문화가 여성의 몸을 억압하는 사례는 전족이나 코르셋 등 많았잖아요. 많은 분들을 관찰하셨을 테니까 현대 여성들의 몸에서 나타나는 억압의 흔적, 오리지널 디자인에서 벗어나는 결과에 대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셀프디펜스 수업 장면
셀프디펜스 수업 중인 최하란 대표의 모습

최하란 저는 세계의 많은 여성들을 만나봤었는데요 그들과 비교해서 한국에서 특별하게 나타나는 모습들이 있었어요. 일단 첫 번째로는 한국이라는 사회가 여성에게 활발히 움직일 것을 ‘권하는’ 사회는 분명 아니란 거죠. 미취학 아동들을 보면 누구나 신나게 달려요. 그냥 뛰는 게 놀이거든요. 하지만 학교 갈 나이 즈음 되면 ‘너는 왜 그렇게 여자아이가, (뛰느냐)’ 그런게 생기게 되는 거죠. 그러면 여자아이들은 활발히 움직이는 게 그다지 좋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을 조금씩 학습하게 되죠. 성역할에 관한 것이지요. 그게 가장 크고, 다음으로는 미적 기준에 관한 거예요. 우리나라는 여성들에게 엄청나게 마른 몸을 요구해요. 그러다보니 또 힐을 많이 신게 되고 그럼 몸의 구조가 틀어져버려요. 일단 발이 변형되고, 현대판 전족이죠, 그러면 무릎이 나빠지고 허리가 나빠지고 목도 나빠지죠. 가슴에 대한 부분도 그래요. 가슴이 큰 것이 예쁘다고 요구하면서도 막상 가슴이 큰 사람들로 하여금 수치심을 느끼도록 하죠. 특히 청소년기 때요. 그러다보니 저희 센터에도 어깨가 굽은 분들이 많아요. 감추려고 하기 때문에. 골반 큰 것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분 많고요. 그러니까 보면 여성의 몸을 조각조각 나누어 억압한다는 생각이 들죠. 남성의 몸에 대해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거든요.

동아 몸만 놓고 보자면요, 남성의 경우 여성에 비해 힘이 세고 이건 생물학적인 건데, 훈련을 통해 자기 방어가 정말 가능할까 하는 마음도 들어요.

최하란 평균적인 생물학적 차이는 인정해야겠죠. 하지만 자기방어 측면에서 보자면 심리적인 것이 크게 작용해요. 왜냐하면 공격자는 나쁜 행동을 하는 거거든요. 우리가 자기 방어 상황에서 공격자와 방어자를 나눌 때에 공격자는 방어자보다 훨씬 더 먼저 계획해요. 그는 자신의 공격이 성공하기를 바라고 그래서 육체적으로, 사회적으로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상대를 고른다는 것이지요. 날 공격했다면 내가 약하다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그 때 내가 준비가 되어 있으면 그 사람의 그런 상상을 깨줄 수 있고 그럼 그 사람한테는 순간적으로 혼란이 와요. 우리가 바라는 건 그거거든요. 그때 급소를 노릴 수 있어요. 급소란 작은 힘으로도 큰 파괴력을 내는 곳이잖아요. 전 자기방어에 ‘이긴다’는 표현을 쓰지 않아요. 상황을 해결하고 떠난다는 표현을 쓰지요. 그러기 위해선 정신적 준비가 필요하고 그것은 훈련을 통해 가능해요. 물론 육체적 준비도 가능해요. 남자들은 어릴 때부터 서로 투닥투닥 하잖아요. 축구를 하거나 농구를 하거나. 근데 여성들은 나쁜 일을 겪기 전까진 그런 몸 접촉을 할 경우가 별로 없어요. 그럼 몸이 닿았을 때 충격을 받게 되거든요. 수업에서 그런 경험을 시키면, 아 아플 수 있구나, 하지만 이 정도는 괜찮은 거구나, 알아요. 그런 훈련도 되는 것이죠. 전 제가 그렇게 준비하고 행동하는 건 다른 피해자들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이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는구나. 큰일 날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거죠. 예를 들어 내가 동아를 만만하게 봤는데 동아한테 큰 코를 다치잖아요? 그럼 그 경험은 많은 사람들을 만만하게 못 보도록 만들거든요.

동아 몸의 힘과 마음의 힘에 대해서도 더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최하란 서로 관련이 있다는 것. 몸에 힘이 있을 때 마음에도 힘이 생길 수 있고, 마음이 좋지 않으면 몸을 갉아 먹게 되고. 그래서 통합적으로 좋게 만드는 게 필요해요. 그런데 그 ‘좋게 만든다’는 것도 기준을 잘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지금의 한국 사회는 너무 노~력!을 요구하잖아요. 뭘 못하면 네 의지가 약해서야, 네가 노력을 안 해서야……. 그런데요, 윗몸일으키기를 이십 개 하는 사람이 백 개 하는 사람보다 몸의 힘이 약하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사람마다 죽어도 안 되는 게 있어요. 몸이든 마음이든 그 건강의 기준을 사회에 맡기지 마세요. 자기 기준을 찾아야죠.

동아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함께 어떤 활동들을 하고 싶으신지 말씀해주시겠어요?

최하란 기회가 있으면 얼마든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 해야죠.

몸과 움직임에 대해 깊고 건강한 생각들을 나누어주신 최하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동아冬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