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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우리의 편이리라_세월호 2주기 추모문화제 원영의 이야기
  • 원영_1인시민활동가/쓰잘떼기종합상사 치마사장/양심적주부거부자
만나고 싶었습니다 ③

진실은 우리의 편이리라.
세월호 2주기 추모문화제 원영의 이야기

본 상담소에서도 참여했던 세월호 2주기 추모문화제에서는 별이 된 세월호의 희생자 304명을 기리며
304명이 함께 “잊지않을께 0416”를 부르고,
304명이 함께 “봄을찾기” 기타를 치고,
304명이 함께 진실의 북소리를 울렸습니다. 문화제의 총 연출을 맡은 원영님이
직접 추모문화제의 준비 과정과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원영_1인시민활동가/쓰잘떼기종합상사 치마사장/양심적주부거부자

안산에서 나는, 그동안과 많이 다르게,
다른 직함 대신 '애기엄마'로 내 자신을 소개하곤 했다.
결혼 5년 만에 어렵게 찾아온 아기를 품에 안고, 눈물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2014년 4월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계속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세월호 2주기 추모문화제, '봄을열다'

말이 통하지 않는 답답한 지금의 상황……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고, 진실을 밝혀 내라고, 소리 치고 싶었다. 언어가 아닌 소리로,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답답한 심정을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304명이 두드리는 웅장한 북소리가, 304명이 내는 하나의 목소리가, 304명이 튕기는 경쾌한 기타소리가, 아이들이 있는 그 곳까지 닿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며, 난생처음 대규모 무대를 준비하게 된 것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어깨동무하고 앉아 있는 사람들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잊어도 우리는 기억할게요 울지마요 시간이 흐르고 모두가 잊어도 우리는 기억할게요 아프지 마요
‘잊지 않을게요 0416’ 노래가사 중

엉뚱할 수도 있었던 작은 상상 하나가 커다란 무대로 실현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런 조건 없이 함께 해준 고마운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귀하게 얻은 안식년 여행을 떠났던 임영신 선배는 일정을 조정하여 돌아와 곳곳에 전화에 메일 쓰며, 10명이었던 신청자를 270명까지 늘려내고, 304합창을 책임지며, 전체적인 기획의 맥을 잡아주었다. 오래도록 자신만의 스타일로 노래를 짓고 불러온 신촌서당의 ‘봄을찾기’ 피터 김용진님은 304 기타를 제안하고,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세월호 노래를 만들기 위해 몇 날 몇 일 밤을 지새웠다.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끊임없이 상의하며 더 좋은 합창 무대를 준비한 두 음악가 솔가와 이란은 고단함을 감내하며 304합창의 노래인 '잊지않을게 0416'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고, 전국을 다니며 노래지도와 무대를 책임져 주었다. 친근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 풍물마당 터주의 대표 함주명님은 S.O.S 모르스 부호 소리를 북 장단으로 표현해 내기 위해 애를 썼고, 직접 안산 곳곳을 돌며 북을 빌리고 사람을 빌렸다. 걍~산다고 말하지만 절대 그냥 살지 않는 문화기획 전문가 신촌서당의 걍산은 더 많은 사람들이 행사에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블로그를 처음 개설하여 획기적인 홍보 방법에 대해 골똘히 연구하기도 했다. 안산민예총의 정은진 국장님은 4월이 되면 시름시름 몸이 아프고 힘든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안산에서 이런 저런 문화 행사를 도맡아 진행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초짜 연출가를 보좌하느라 진땀을 뺐다. 방송을 만드는 PD이자, 카페바인의 사장님인 세계최고 오지랖퍼 지언 사장님은 하루를 48시간처럼 쓰면서 (계획된 방송 스케줄을 날리면서도) 웃으며 행사 당일의 중계와 동영상 제작을 도맡아 주었다.

한 달간 긴장감에 밤잠을 설치며 준비한 2016년 4월 16일 2주기 추모행사에는 주룩 주룩 내리는 빗속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걷고 진실을 향해 외치고, 노래하고, 기타 치며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고 서로 다짐 하였다. 사람들이 잊으면 어떡하나, 그래서 진실에 다가서지 못하면 어떡하나, 노심초사 하며 행사를 함께 준비해온 유가족 분들이 행사가 끝난 후, 초코파이 카스타드 등 맛있는 간식과 노란 손수건, 노란 리본을 곱게 포장하여 감사의 인사를 전해 주었다. 그리고 함께 무대에 오르고, 북을 치고, 노래하고, 기타를 쳤던 많은 분들이 “이런 기회를 만들어 줘서 고맙다”며 다음 기회에 또 불러달라는 문자를 내게 보내왔다. 그리고 요즘엔 2주기 행사 때 찍은 사진에 캘리그라피를 더하여 기념엽서를 만드는 중이다.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과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잊지 않기 위해서, 그날의 감동을 기억하기 위해서…

안산에 연고도 없이 어느 날부터 준비회의에 나타나, 304명 희생자를 기리는 북소리로, 304명의 합창소리로, 304명의 기타연주로 사람들이 잊지 않을 수 있게 해보자는 어찌 보면 엉뚱한 제안을, 가장 따뜻하게 받아준 것은 유가족 분들이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여성들이 함께 웃으며 서 있는 단체 사진
필자 원영(맨 왼쪽)이 밝게 웃으며 브이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혼자 기타를 들고 방안에서, 때로는 500명의 전교생이 합창곡을 연습하여, 때로는 어르신들이 한숨 소리를 섞어서, 때로는 뮤지션이 새롭게 편곡하여, 때로는 동호회 모임에서 기타나 우쿨렐레나 악기를 연습하여, 때로는 친한 친구들끼리 국화를 들고 애기엄마와 함께 동영상을 찍어 힘을 보태어 주었다.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유가족들이 원하는 진실규명,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으니, 진실은 우리 편 이리라.

2014년부터 2년간은 활동을 줄이고 육아에 전념하겠다, 마음먹고 있었을 때 갑작스레 세월호 사건이 터졌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나는, 청소년들과의 만남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살아있었다면, 어쩌면 안산에서 프로그램으로 만났을지 모를, 그 아이들을 떠올리며,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마음 다해 추모해 보려 한다. 그리고 2년 전 화성의 <꿈다락> 프로그램 시간에 자신들의 답답한 심경을 가사로 써 내려간 아이들의 작은 날개 짓이 4.16 유가족 합창단 함께한 304명의 합창 프로젝트가 되어 무대 위에서 펼쳐졌듯이, 진심을 담은 작은 행동 하나가 서로를 감동시키는 희망의 경험과 기억이 되어 돌아오길! 간절히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