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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방어훈련을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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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활동했습니다 ②
부설 쉼터 열림터의 생존자 치유 프로그램

자기방어훈련을 마치고!

그네_“진정한 생존자”

지난 7월 1일 열림터에 입소하면서 시작한 자기방어훈련은 “이제는!”이란 말을 계속 외치며 무기력한 나의 몸을 깨어나게 했다. 다부진 몸매, 지적인 힘과 몸에 배어있는 어떤 자신감이 매력적인 최하란 선생님과 온순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지성이 넘치는 류운 선생님은 작은 외침 속에 엄청난 힘이 있었다.

프로이드는 ‘공격성이 성적인 충동으로 대상을 얻기 위해 그 대상을 장악하고 굴복시키는 데 필요한 요소’라고 규정하고 ‘리비도에 공격적인 요소가 원초적인 단계로 되돌아가는 것을 퇴행’이라 보고 있다. 가해자는 퇴행적 공격성을 무기삼아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에게 다가온다. 이러한 퇴행은 나르시시즘적인 퇴행이기 때문에 대상에 대한 리비도의 자아가 환수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문제는 퇴행 속에서 자기 비난이 구조적으로 동일시되며, 또한 공격적인 퇴행을 현실적으로 부정하거나 강박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피해자들은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일생을 트라우마 속에서 고통 받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방어훈련 참가자들이 훈련하는 모습

가해자가 다가왔을 때의 간단한 손놀림과 빠른 발로 피하기. 상대에게 작은 반항적 소리 지르기는 삶에 기본이었다. 위기의 순간에서 벗어나기 위한 훈련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사건 당시 상황과 동일시되면서 몸의 힘이 없이 굳어져 버렸다. 1차사건 당시 가해자의 목조르기로 세상은 까만 밤처럼 보이지 않았고 소리도 지를 수 없었다. 흉기가 사용되었던 2차사건 때는 죽음의 상황이라 느껴져 차라리 체념하게 되었다.

나치의 강제수용소 생존자 빅터 프랭클은 죽음을 매일매일 목격하면서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 차라리 체념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끝이구나’ 라고.. 실제로 자기방어훈련 중 목조르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나 흉기든 상대를 대하는 방법 등 사건과 동일한 상황 설정일 때는 매번 몸의 경직을 경험했다.(흉기를 든 사람을 피하는 방법은.. 그 날 훈련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현재 난 외상후스트레스 장애가 있다) 나를 비롯해 함께 참가했던 성폭력피해자 10여명도 각자의 사건을 떠올리며 눈을 질끈 감고 외마디 외침들을 하고 자기방어훈련을 했었다. 참가자 누군가 터뜨려 울기라도 하면 함께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같은 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그 순간 함께였다. 서로서로를 이해하기에 그랬었다.

성폭력 속에 가해자의 행동들이 떠오르고 순간순간 위기를 느낄 때마다 세상을 바로 볼 수가 없었다. 이제 죽을 고비에서 살아남았으니 새로운 삶을 사는 생존자라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끝나지 않은, 곧 다시 올 거라는 위기, 몸으로 느끼는 아픔 속에 고통들은 철저하게 현실이었다. 대한민국에 살아가는 여자라면 누구나 몸으로 생물학적 남자라는 공격적인 동물성에서 자기를 방어하는 훈련을 해야 안전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이 공간에 있는 누군가 내게 다가온다면’과 같은 상황을 설정하고 자기방어훈련 내용을 떠올리며, 오늘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최하란 선생님!! 류운 선생님!! 당신들이 만든 ‘진정한 생존자’ 그네입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