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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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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활동했습니다 ③
NO 경직! 라운드테이블 : 성교육 간담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동아冬芽_나눔터기자단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모 초코과자 cf의 배경음악, 듣기만 해도 두 사람이 천천히 눈을 마주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절로 상상되는 이 노래는 현재 한국 사회의 성교육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노래가 아닐까. 딱히 가르치지 않아도 어느 순간에 알아서 착착, 제대로 된 성관념과 지식을 갖추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굳이 양육자가 되어보지 않더라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근래에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수많은 성범죄들과 수면 아래서 조용히 곪아가는 상처와 혼란들은 무책임한 성교육의 결과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2016년 8월 23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는 성교육의 주체이자 당사자인 청소년, 양육자(학부모), 교사, 성교육 전문가, 그리고 ‘우리’가 모여 제대로 된 성교육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간담회는 패널 여섯 명의 발표와 전체 토론 및 질의응답으로 진행되었다. 여성주의저널 일다에 칼럼 <초딩아들, 영어보다 성교육>을 연재한 김서화님은 초등학교 시기에 이루어지는 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육자로서 아이와 성에 관해 대화하기를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육 키워드를 ‘피해’에서 ‘가해’로 옮겨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였다. 키워드를 피해에 두면 힘이 없는 쪽이 움츠러들지만 가해에 두면 힘이 있는 쪽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은 하루에도 몇 번씩 상대적 강자와 약자의 위계를 오가는 모두에게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NO 경직! 라운드테이블 : 성교육 간담회 현장

대부분의 부모-자식 간 성교육의 ‘성’이 단지 “침대 위의 일”로 한정된다는 김서화님의 지적은 한국여성의전화 재재 인권정책국장의 발표에서도 이어졌다. 재재님은 ‘성’을 규정하는 것은 그 자체가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밝히며 일련의 제도적 흐름 속에서 ‘성’은 ‘폭력과 위험으로서의 성’이며 성교육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한 교육 즉, (성)폭력예방교육으로 주요하게 구성됨을 지적했다. 이러한 협소하고 왜곡된 담론은 성을 둘러싼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사회적 규범과 남성중심의 성문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높임으로써 사회 구성원의 성적 감수성과 실천역량을 강화하고자 한 여성주의 반성폭력 운동 단체들의 노력을 방해한다.

제도화된 성교육,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 말하는 성/폭력의 ‘문제적’ 흐름들과 앞으로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치리 활동가의 발언으로 이어졌다. 치리님은 성교육 시간만 되면 “고장 난 라디오”마냥 똑같이 반복된 이야기들을 비판했다. 지나치게 생물학적이고, 섹스에 죄책감을 부여하며, 사춘기 남성들의 성욕을 강조하여 여학생들을 위축시킬뿐더러 위의 모든 과정들에 ‘순수’라는 가치를 연결시키는 “무책임하고 예의 없는” 성교육에 대한 치리의 비판은 모두를 씁쓸하게 했다.

청량고등학교 최규영 보건교사는 2016년 대한민국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하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지적해냈다. 성교육이 독립된 교과가 아니라 시수확보 등이 어렵다는 점, 현재 성교육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보건교사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에 더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교육부의 학교성교육표준안이 가진 한계 등을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된 성교육이 어려운 주요 원인들로 꼽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규영님은 성교육이 성적과 상관없이 학생들 대다수가 간절히 원하는 교육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계속해서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뒤이어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박현이 부장은 여러 현장 사례들을 분석하여 바람직한 성교육 대안을 제안했다. 포르노는 10대들의 성 의식 뿐만 아니라 언어 속에도 깊이 침투해 왜곡된 성 관념과 정보를 고착화하고 있으며 성찰 없는 무분별한 성적 대상화로 인한 또래 간 성폭력이 확산되고 있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남학생의 경우 ‘연애와 성’에 대한 관심이 ‘스킨십 진도’와 ‘성기 중심적 섹스’에 과도하게 몰려있는 모습을 보이고, 관계에 대한 소통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무엇보다 이미 성적 주체로 자신을 규정한 10대의 연애를 통제하기 보다는 교육자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의 류민희 변호사는 아동, 청소년의 권리로서의 성교육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성교육은 헌법적으로 볼 때 행복추구권, 성평등, 교육권과 보건권에 기반하여 그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고 이에 대한 국가적 의무가 도출 가능하다. 이에 더해 국제법적으로 한국은 아동, 청소년, 여성의 교육과 보건의 권리를 보장하는 각종 인권조약을 유보 없이 승인한 국가이며 이를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류민희 변호사는 국제 기준의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 Education)과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권리로서의 성교육을 강조하였다.

발표자들의 발언이 모두 마무리 된 후 이루어진 질의응답 및 토론 시간에는 성교육에 관한 여러 주체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학교 밖 십대, 지적장애인, 군인, 교사 등 대상별 특성을 고려한 성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논의를 통해 성교육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성폭력예방교육’이라는 표현이 제대로 된 표현인가에 의문을 제기하며 성폭력이라는 표현이 주는 거부감과 공포심이 크기에 ‘성인권존중교육’ 등의 대체어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는데, 성폭력예방교육이라고 명명하는 순간 이야기가 협소해지며 일면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에 대해 모두 공감했다. 물론 한편으로는 일상에 스며있는 것들을 ‘폭력’으로 알아채고 명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두 시간 반 동안 이루어진 간담회는 진지하면서도 밝은 분위기로 마무리되었다. 간담회에 모인 모두는 제대로 된 성교육의 주체로서의 책임을 무겁게 느끼면서도 개선에 대한 희망을 나누며 힘을 얻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것은 없거나 부정확하다.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제대로 들어야 하며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제대로 말해야 한다. 화자이자 청자로서 우리 모두는 이에 관해 책임과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