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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거친 눈빛과 불안한 마음과 개소25주년 후원의 낮과 밤
  • 척_본 상담소 인턴활동가
이렇게 활동했습니다 ④
한국성폭력상담소 개소25주년 기념 후원의 밤

내 거친 눈빛과 불안한 마음과
개소25주년 후원의 낮과 밤

본 상담소 개소 25주년 기념 후원의 밤에는
상담소를 아끼고 언제나 따뜻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주시는 회원님들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뜨거웠던 여름 내내 이 자리를 준비했던
두 인턴(영지님과 척님)의 고생담 한 번 들어보실래요?

척_본 상담소 인턴활동가

지난 8월 27일에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개소 25주년 기념 후원의 낮과 밤>이 있었다. 상담소의 두 인턴에겐 첫 번째 후원의 밤이었다. 우리에게 떨어진 임무는 후원회원님께 홍보전화 돌리기! 란 활동가에게 명단을 받고 두 명의 운명공동체는 눈빛으로 말했다. ‘이게 뭐죠..?’ ‘진심이신 걸까요..?’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 그녀는 진심이었다.

두 인턴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일단 전화 앞에 앉는다. 몇 번의 신호음이 가고 전화거절을 당했다. ‘어휴, 다행이다. 사실 마음의 준비가 안 됐었어.’ 그러나 마침내(결국엔.......) 02국번에 자비로우신 후원회원님과의 전화연결에 성공했다.

놀랐지만, 프로답게 대본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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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인데요, 저희가 이번에 개소 25주년을 맞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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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회원님이 대본에 없는 질문을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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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공지진. 긴 침묵...............
후원의 밤 행사장 전경

그러나 각자 한 300명 정도에게 전화를 돌리고 나서 우리는 전화걸기의 왕으로 거듭났다. 물론 후원의 밤 포맷 한정이지만. 점점 기계 같아졌던 두 인턴의 전화를 친절하게 받아주신 모든 후원회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후원의 낮과 밤이 코앞으로 다가오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나의 인턴운명공동체가 상담소를 떠난 후 내가 상담소의 꿔다 놓은 보릿자루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었으며, 동시에 후원의 낮과 밤에 오시는 분들에게 드릴 기념품을 준비하는 날이기도 했다. 세상에… 상담소의 보릿자루는 드디어 적성을 찾았다. 사탕과 초콜릿은 대본에 없는 말을 거는 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겨우겨우 적성을 찾았는데 호시탐탐 내 단순업무를 노리시던 선민 활동가에게 내 소중한 단순업무를 나눠드려야 했던 것만은 천추의 한으로 남았다.

두 인턴의 거친 눈빛과 불안한 마음들을 먹고 자란 개소 25주년 후원의 날이 밝았다. 막상 이날의 기억은 별로 없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후원의 밤 서빙 모습 2016 개소 25주년 한국성폭력상담소 후원의 밤 현수막

처음에 영혼 충만하던 우리의 서빙은 시간이 지나자 그저 ‘딩동-’에 대한 반사적 행위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우리는 호프집의 준비된 알바노동자로 거듭나게 되었는데, 포스사용법을 몰라 주문마다 직원에게 부탁했던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려 메뉴를 이동시키는 고급기술까지 연마했다.

물론 반가운 얼굴들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오랫동안 휴학해서 소식을 알기 어려웠던 친구들이 나타났고, ‘퀴어셀프디펜스’에서 방어를 가장한 몸싸움을 했던 분들도 만났다. 매일 보던 동네친구들도 이날만은 반가웠다. 그러나 그들이 너무 자주 그리고 많이 먹음으로써 나의 반가움은 곧 파멸로 치달았다.

“야. 아니, 회원님 뭘 더 먹어.. 진정해”
“더 먹으면 외않되,,?ㅎ”
후원의 밤에 참석한 회원들

거친 눈빛으로 친구들의 거듭된 주문을 받고 저들이 이번엔 또 뭘 먹을까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마음 졸이고 있으니 어느새 후원의 낮과 밤이 끝나가고 있었다. 밤 열시가 되어 회원 분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뒷정리를 하니 상담소의 25년간의 역사가 정말 역사로 다가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상담소와 인연을 맺고 있었다니. 그리고 그렇게나 많이 드시다니 정말 역사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나눔터의 왕 감이 활동가는 아마 이런 궁시렁거림으로 점철된 후기를 기대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아무쪼록 오셨던 분들 모두가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즐겁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셨길 바라며 상담소의 26주년 후원의 낮과 밤엔 기필코 후원회원으로 참여할 결심을 하며 후기를 마친다.

후원의 밤 행사장 계단에서
후원의 밤 참석 회원들 후원의 밤 참석 회원들
후원의 밤 행사장 풍경
후원의 밤 참석 회원들 후원의 밤 참석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