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로 본 한국과 일본의 성폭력 생존자의 권리
김정화_나눔터기자단
2016년 9월 한국성폭력상담소 개소 25주년 기념 한·일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세미나의 주제는 성폭력 피해 배상을 위한 민사소송의 전망이었습니다. 평소 성폭력에 대해 항상 형법적인 관점만을 생각했던지라 민법적 관점으로 접근한다는 것에 대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또한, 일본의 법 제도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세미나에 참석한다는 것이 매우 설랬습니다.
세미나는 일본 리츠메이칸대 법학전문대학원과 한국성폭력상담소가 공동주최하였습니다. 일본 리츠메이칸대 법학전문대학원의 마쯔모토 가쯔미 교수는 아동기 성폭력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과 시효에 대해, 객원교수이자 변호사인 요시다 요코 변호사는 일본 성폭력 관련 법 개정 논의의 쟁점에 관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일본의 상황을 들으면서 한국보다 앞선 부분도 있고 뒤처진 부분도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특히 요시다 요코 변호사가 설명해주신 일본 형법의 강간죄 규정은 여성의 정조만을 보호법익으로 본다는 점 등은 과거 한국의 형법과 유사했습니다. 또한, 그 법률에 내재된 사회의 인식도 문제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법률 하나가 가지는 사회적 파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경우 몇 년 사이에 성폭력과 관련된 형사법이 획기적으로 진전했으나 민사상 배상제도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이미경 소장은 성폭력 2차 피해에 대한 국가손해배상 소송과 피해자 권리를 발제하였고 법무법인 나우리의 이명숙 변호사는 성폭력 피해보상을 위한 민사소송의 쟁점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미경 소장은 실제 성폭력 2차 피해에 대한 사례를 들려주었는데, 담당 공무원으로 인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유출되고, 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가해자와 대면하거나, 현장 재연을 함께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어서 2차 피해 문제에 대응하는 운동으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과정과 그 의미를 짚어주기도 했습니다. 이명숙 변호사는 2차 피해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집어주었습니다. 국선변호사제도의 충실화 필요, 민사소송의 장기화로 인한 피해자들의 고통, 낮은 손해배상액 등 그 이야기를 들으며 이는 직접 법을 만들고 운영하고 집행하는 현장에 있는 분들이 꼭 들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발제가 끝나고 토론 시간에 성폭력 피해자를 직접 마주하고 그들의 회복을 돕는 전문상담사인 탁틴내일연구소의 김미랑 소장과 한국성폭력위기센터의 조중신 소장이 세미나의 소감과 상담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에만 국한되어 있던 제 시각이 넓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누는 현실 상황과 한 줄의 법조문 사이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보았습니다. 과거보단 현재가 더 나아진 부분이 분명 있으나 아직도 과거의 문제점이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이번 세미나와 같이 앞으로의 미래를 바꿔가려는 움직임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러한 움직임에 저도 작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