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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폭력 운동의 맥락에서 본 군형법 92조의6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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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읽기

반성폭력 운동의 맥락에서 보는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본 상담소는 ‘군 관련 성소수자 인권침해·차별 신고 및 지원을 위한 네트워크(이하 ‘군인권네트워크’)’와 연대하여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운동에 힘쓰고 있습니다. 5월 24일, 총 10명의 의원이 모여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안을 발의했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응원해주세요.

앎_본 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2017년 1월, 제가 성문화운동팀 신입활동가로서 처음으로 간 기자회견은 <한국판 소도미법! 동성애 처벌법! 군형법 상 ‘추행’죄 폐지를 위한 1만 2204명 입법청원 제출 기자회견>이었습니다. 동성 간 성관계를 ‘추행’이라고 규정하면서 형사처벌하는 법, 군형법 제92조의6의 폐지를 요청하는 시민 1만 2천여명의 서명을 국회에 전달하는 날이었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은 군인 또는 준군인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법조항입니다. 법조항의 제목이 ‘추행’죄이기 때문에 많은 오해를 받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추행’은 성폭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군형법 제92조부터 제92조의 5까지 강간, 유사강간, 강제추행, 준강간 및 준강제추행, 성폭력 미수범에 대한 처벌을 별도로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관련 기자회견 현장

그러면 ‘추행’죄는 무엇을 위한 법일까요? 군형법 제92조의6에서 ‘추행’은 쉽게 풀어서 ‘추한 행위’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법조문은 항문성교를 ‘추행’의 대표적 예시로 들고 있으며, 헌법재판소의 판례에 따르면 ‘그 밖의 추행’은 동성 군인 사이의 성적 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사실상 법 자체가 동성 간 성적 행위는 ‘추행’이므로 합의 여부를 불문하고 형사처벌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군형법 제92조의6이 동성애 혐오를 기반으로 동성애자 군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법이라는 사실은 명백합니다. 이 법은 동성 간 합의한 성관계를 범죄화하고, 동성 간 성폭력의 피해자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자와 같이 ‘추행’죄로 처벌합니다. 게다가 동성 간 성폭력의 가해자는 성범죄가 아닌 ‘추행’죄로 축소 처벌하고 심지어 가해자가 이성애자일 경우에는 ‘성적 만족’이 없었다는 이유로 불처벌하기도 합니다. 이는 성폭력의 원인을 ‘성적 만족’과 ‘성욕 해소’로 보는 잘못된 통념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동성 간 성행위와 성폭력을 혼동하게 함으로써 동성애혐오를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군형법 제92조의6은 하루 속히 폐지되어야 합니다.

입법청원 제출 이후, 실제로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군형법 개정안을 발의해줄 국회의원 10명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군인권네트워크는 국회의원들에게 입법 발의를 요청하고 입법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한편, 어떻게 하면 대중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반대 세력의 혐오와 선동에 대응할 준비를 하면서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는 동안 지난 4월, 대통령 선거 기간에 성소수자 인권 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불거지고, 육군이 불법 수사를 통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군형법 제92조의6을 폐지해야 할 필요성은 점점 절실해졌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 운동 관련 사진

마침내 5월 24일, 정의당 김종대 의원을 대표발의로 하여, 정의당의 노회찬, 심상정, 윤소하, 이정미, 추혜선 의원, 더불어민주당의 권미혁, 진선미 의원, 그리고 무소속인 김종훈, 윤종오 의원 총 10명의 의원이 모여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안을 발의했습니다. 이 날은 육군보통군사법원이 동성애자 군인 A대위에게 유죄를 선고한 날이기도 해서 입법 발의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발의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금태섭, 박주민 의원도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에 함께하겠다고 선언하여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는 군대 내 젠더감수성을 높이고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일입니다. 군형법 개정안이 무사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부디 발의 의원들과 동참 의원들에게 지지와 독려를 아끼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