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보내기 Club Angela
동동_나눔터 기자단 Meka 2기
처음 이안젤라홀을 춤추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진 것은 한국성폭력상담소가 해마다 진행하는 ‘자기방어훈련’ 프로그램에서였다. ‘자기방어훈련’은 호신술을 익혀서 폭력에 맞설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오랫동안 움직임을 제한하도록 억제된 몸을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나아가 삶의 방향을 주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학교 운동장은 ‘힘이 있는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하게 몸을 움직여보고 또 큰 소리로 외치며 함께 팀워크를 맞춰보면서 자신을 공격하는 물리적 폭력에 몸으로 대응하는 법과 반격을 위한 근력을 기를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운동장에서 익히는 마음가짐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몸을 그대로 드러내고 ‘시선주고받기’에 익숙한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과 몸가짐이 뚜렷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들은 드넓은 운동장에서 자신의 또래들과 함께 서로 몸을 움직여 힘 싸움을 하고 경쟁을 벌이며 다가올 미래를 미리 경험한다.
그러나 운동장의 지분이 아주 조금, 혹은 아예 허용되지 않는 이들은 이런 기회를 얻지 못한다. ‘자기방어훈련’은 시간을 다시 되돌리지는 못하지만 좀처럼 나와는 관계가 없어 보이던 그 몸과 마음의 설정을 관계있게끔 하려는 과감한 시도이다.
운동장에서 클럽으로 가보자. 클럽은 미디어에서 흔히 묘사하는 섹슈얼한 이미지와 달리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스트레스를 푸는 곳이다. 댄스 학원을 등록해서 배우거나 동아리에 가입하지 않는 한 춤을 추고 싶다면 클럽 말고는 갈 곳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자유롭게 클럽에서 춤출 수 있어야 한다. 클럽도 춤을 추면서 몸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며 소통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운동장과 비슷한 기능을 가진 공간이다. 그런데 클럽이 소위 ‘고추밭’이라서 못가겠다는 불평이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나온다.
넓은 공간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춤을 추는 곳이다보니 흥겨움과 무례함이 미묘하게 섞일 수밖에 없지만 남성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은근히 섹슈얼한 분위기와, 그 분위기를 업고 자행되는 성희롱은 감당하기 어렵다. 이러한 무례함을 겪다보면 클럽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으며, 가더라도 행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클럽의 남성중심적인 공간성은 이 때문에 더욱 커진다. ‘Club Angela’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작은 행동이다.
클럽 안젤라‘Club Angela’는 자유로이 다른 사람들 앞에 몸을 드러내고 즐겁고 신나게 춤을 추며 몸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잠깐의 ‘클럽’이 되어 주었다. 가운데는 홀을 비워 모두 일어나 춤을 추도록 했고 한쪽에는 앉아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를 마련했다. 위층에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페미니즘 타로를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했다.
미리 클럽에 어울리는 음악을 준비했고 혹시 행사를 진행하면서 불편한 일이 생길까봐 규칙을 만들어 함께 읽었다. 춤을 좋아하는 사람도, 춤에 친숙하지 않은 사람도 누구나 마음껏 소리를 지르며 춤을 추고 놀았다. 이안젤라홀을 거창하게 ‘대안 클럽’이나 ‘대안 문화’로 내세우려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모두가 자유롭게 춤을 추며 즐거운 시간을 가져보기를 바랐을 뿐이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이 앞으로도 이어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