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료 활동가 중신님과 신아님을 만나다
인터뷰이_조중신 & 김신아 | 인터뷰_노경현, 홍수진(나눔터 기자단 Meka 2기)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 굉장히 기쁩니다! 먼저 가볍게 자기소개 부탁 드립니다.
조중신님(이하 ‘중신’) _ 안녕하세요. 91년도에 상담교육 1기를 수료했고, 현재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으로 있는 조중신입니다.
신아님(이하 ‘신아’) _ 안녕하세요, 신아입니다. 올해(2017년) 4월에 와서 9개월 째 울림에서 일하고 있고, 교육은 지난 8월에 수료했습니다.
상담원교육을 받고자 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중신 _ 저는 원래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소설 「상록수」의 채영신 같은 선생님이 되려고 도시 빈민들이 살고 있는 판자촌의 아주 가난한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현실과는 많이 다르더라구요. 아동학대, 성폭력 등 선택하지 않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들을 보며 너무 모른다는 자책감, 무력감으로 힘들었어요.
공부를 좀 더 하려고 일을 그만두었지만 살다보니 어느새 결혼도 하고, 아이들도 낳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사춘기 딸이 ‘엄만 공부도 많이 했으면서 왜 집안에만 있냐,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말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딸이 살아갈 2000년대는 다른 여성상이 필요할 것 같아서 좋은 모델이 되고 싶었어요. 마침 여성학 석사 과정을 밟았던 친구가 교육을 제안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신아 _ 다른 활동가들의 경우는 전문상담원 기본교육과 수료가 필수조건인데, 저는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어서 꼭 받아야 할 필요는 없었어요. 그래도 받고 싶었던 교육이고, 적극적으로 사건 지원을 하고 싶어서 교육담당자로서 참여했습니다.
저희는 아직 상담원교육을 받지 않아서 교육 내용이 어떤지 감이 잡히지 않아요. 신아님이 교육 받으면서 느꼈던 점들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신아 _ 성폭력이란 주제를 가지고 한 달 동안 날마다 공부하여 100시간을 채운다는 게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연구소에서 성폭력 역고소 피해자, 사이버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안내서를 만들었어요. 문제해결을 도와줄 지침이자 길잡이가 될 수 있는 내용이기에 만드는 동안 제게도 또 다른 공부가 되었습니다.
조중신 선생님께서 교육을 받으셨던 초창기에는 상담소의 분위기가 어떠했나요?
중신 _ 이런 건물은 없었고 방 하나 빌려서 시작했는데, 상근자는 서너 명밖에 없고 자원활동가들이 일을 다 했어요. (웃음) 동고동락하면서 완전히 몰두했죠. 똑똑한 여자들 만나서 너무 좋았고, 저를 많이 고양시켰고, 일을 같이 한다는 자부심도 있었습니다. 그때 정말 열심히 했던 게, 자원활동을 하루만 와도 되는데 계속 나왔어요. 무에서 유를 만들고,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았습니다.
상담원교육이 끝난 뒤에도 같은 기수분들끼리 모이는 모임이 있나요?
중신 _ 1기부터 6기까지 모여서 스터디도 같이 하고 원서 강독도 하고 했어요. 지금도 두 달에 한 번씩 만나요. 다들 곳곳에서 여전히 활동하고 있어요. 초창기의 첫사랑 같던 열정이 그립습니다.
신아 _ 저희는 정해진 모임은 없지만 같이 교육 받았던 분들을 여러 활동 현장에서 만날 때가 많아요. 상담소 관련한 행사에서도 자주 뵙는데 매우 반갑습니다.
조중신 선생님께선 상담원교육을 받으신지 벌써 26년이 넘으셨는데요. 그 교육을 바탕으로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중신 _ 자원활동을 3년간 하다가 95년부터 상담부장, 열림터 소장으로 있었습니다. 15년 정도 일하고 퇴직했는데, 이유는 박사과정도 밟고 싶고 에너지가 사라졌다고 여겨서 예요. 열림터의 일이 많아서 세 시간씩밖에 못 잤거든요. 이러다 순직하겠다, 싶더라구요. (웃음)
어려운 내담자들을 더 잘 지원하기 위해, 또 현장에서 힘들게 활동하는 동료들을 지키고 힘이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여성학이나 사회복지가 아닌 상담 공부를 하게 됐어요. 박사과정을 밟다가 2008년에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NGO 활동가들 중 몇몇은 국회도 갔지만, 저는 처음 시작했던 자원봉사자의 마음으로 성폭력 피해자 지원활동의 길만을 걸었던 것 같습니다.
신아님께선 혹시 상담원교육을 받으며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신아 _ 교육 과정에서 성소수자라고 밝힌 분이 있었어요. 수강생 사이에서 젠더퀴어 이해가 제대로 안 된 일이 있었는데, 아쉬운 지점이랄까, 몇몇 상황에서 불편하셨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끝나고 불편하지 않으셨느냐고 여쭤봤더니 그 분이 ‘물어봐줘서 좋다, 교육이 끝난 뒤에 이렇게 돌아볼 기회가 있는 것이 반갑다’, ‘이 공간에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배움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도 큰 배움을 얻은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아요. 100시간 동안 서로 다양한 동기를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공부를 했을 거예요. 모두가 자기 나름대로 큰 배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2018년이 얼마 남지 않은 때에 우리가 이렇게 만났는데요. 혹시 미리 세워둔 2018년 계획이 있나요?
중신 _ 위기센터 소장으로 일하느라 다 쓰지 못한 논문을 완성하려고 해요. 또 센터 안에 정책도 제안하고 문제제기도 하는 성폭력 문제연구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소장 일을 맡게 될 것 같아요.
신아 _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피해자들을 인터뷰 했는데 활동가나 활동 단체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해주셨어요. 활동가들이 지원할 때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한다, 누구도 자신의 사건을 끝까지 같이 가주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아서 아쉽다, 이런 말씀들을 해주셨어요.
변호사가 의견서 같은 것들을 법원에 제출하기 전에 자신이 오탈자까지 검토해서 준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내가 이런 것까지 받아야 하나, 싶겠지만 이건 내 인생이 걸린 것이기에 난 이렇게 한다
어떤 피해자분은 위와 같이 말씀하셨어요. 전 이런 말들을 들으며 나중에 지원을 할 때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는 전화 상담부터 시작하여 차근차근 좋은 지원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인터뷰를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중신 _ 오늘은 저에게 매우 뜻 깊은 날이었어요. 다음 주 월요일에 정년퇴임하는데, 일을 시작하게 된 상담소에 와서 인터뷰를 하게 되어 굉장히 기쁩니다.
신아 _ 2018년에는 건강하자, 파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