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가해자 교육 연구 소모임 <decoding> 후기
동동_나눔터 기자단 Meka 2기
지난 6월 조금 특별한 회원 소모임이 탄생했습니다. 바로 성폭력 가해자 교육 연구 소모임인 ‘decoding’입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일뿐 아니라 성폭력 가해자로부터 성찰과 반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페미니즘에 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가해자에 대한 교육을 의뢰하는 사례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여성주의 관점 아래 성폭력 가해자 교육을 전문으로 진행할 수 있는 기관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역시 뚜렷이 정해진 교육 매뉴얼이나 커리큘럼 없이 교육자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 교육 역시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추구하는 반성폭력운동의 길에서 몹시 중요합니다. 성폭력이 흔한 가부장제 사회에서 정작 바뀌어야 할 이들은 피해자들이 아니라 가해자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상담소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격려해왔고, 이분들의 삶이 바뀌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피해자가 바뀔 수 있다면 가해자도 당연히 바뀔 수 있고 그 자체로 의미 있는 변화일 것입니다. ‘decoding’은 이러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소모임 ‘decoding’은 지난 5월부터 11월까지 열렸습니다. 5월에는 사전 모임으로 만나 저마다 자신에게 가해자 교육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야기했습니다. 소모임의 코디네이터인 파이 외에 가해자 교육을 경험한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다들 막연한 두려움을 털어놓았습니다. 성폭력 가해자가 교육으로 바뀔 수 있을지 확신하지도 못했습니다. “‘실수’나 ‘잘못’을 해명하는 자리가 아니고 ‘교육’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까?”, “말로는 바뀔 수 있다지만 막상 내 앞에 앉아 교육받을 소위 ‘가해자’가 얼마나 말귀를 알아들을까?”, “몇 차례 교육만으로 사람을 바꿔낼 수 있을까?” 숱한 망설임과 두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변화의 가능성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습니다.
6월에는 R.W. 코넬의 연구 저서 『남성성/들』을 읽고 다양한 남성성이 어떤 모습으로 사회 속에서 드러나는지 알아보았습니다. 7월과 8월에는 성폭력 가해자 교육에 관련된 국/내외 연구 자료나 단행본을 함께 읽으면서 법, 정책, 사회문화적 담론이 성폭력 가해자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9월의 모임은 기존의 사법 패러다임을 비판하며 피해자와 가해자, 공동체의 관계를 새롭게 모형화하고 있는 ‘회복적 정의’를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다시금 살펴보고 비판을 해보는 자리였습니다. 11월 마지막 모임에는 실제 교육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할 수 있는 조건과 가능성 등을 짚어보고 해외의 교육 사례를 살펴보면서 저마다 교육 자료를 마련하여 나눠 가졌습니다.
‘decoding’은 상담소의 자원활동가와 상근활동가, 그리고 교육/상담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험과 지식을 갖춘 회원들로 구성했습니다. 그래서인지 5월부터 열린 다섯 차례의 모임에서 좀더 깊이있는 논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성폭력에 대한 고민이 한 단계 발전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뿐만 아니라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는 신념으로 저 자신을 다잡은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지원을 하는 성폭력 상담소에서 가해자 교육을 고민한다는 것은 가해자들의 잘못을 함께 책임질 길을 찾는다는 뜻에서 급진적이지만 윤리적입니다. 개별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지원을 넘어 포괄적 사회 변화를 꾀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의 활동에 앞으로도 열심히 동참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