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소의 겨울냥이들
오매_2층에서 서식하는 닝겐
상담소 1층 주차장 언저리는 언뜻 봐도 큰 캣타워입니다. 상담소와 뒷집 스쿨오브무브먼트 있는 건물 사이에 적당한 높이의 담장이 있고, 그에 이어 두 옆집과 상담소 사이를 띄어주는 담장이 하나 있고, 그 너머엔 그 두 옆집을 연결하는 담이 또 있고, 두 담 사이를 넝쿨지지대 아치가 연결하고 있고.. 옆집 할아버지가 고양이들을 싫어하신다던데 이 설계는 그 반대를 말하고 있네요. 언제나 담 사이를 유유히 걷거나 앉아서 아웅다웅하고, 담에서 가볍게 뛰면 주차되어 있는 흰색 차 본넷에 착지해 식빵을 구우며 햇볕도 받습니다. 여름에 애기였던 치즈고양이 둘은 이제 1층 회의실 안으로 들어와 눕진 않네요.
활동가 몇몇이 추렴해서 주차장 한 귀퉁이에 두기 시작한 급식소는 지금도 여전합니다. 다만 가을과 겨울 사이에 세 분의 존경스런 귀인을 만났어요. 그녀들을 소개하려고요.
단단님은 2017 성폭력생존자 말하기대회 이끔이이신데요, 사전인터뷰 때 상담소 급식소를 봤지요. 밤마다 새벽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매일 다니는 ‘캣맘’ 활동을 하면서 오랫동안 피해생존자로 살아온 마음을 가장 밑바닥 시선에서 위로 받기도 하고, 처음으로 나도 누군가에게는 불편을 주는 존재구나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해요. 길고양이를 동네고양이라고, 캣맘 캣대디를 ‘고양이활동가’라고 부르는 걸 소개해주셨어요. 겨울엔 물이 얼면 마시지 못하니, 오며가며 더운 물을 부어 달라는 메시지는 활동가들 모두 더운 물그릇을 들고 오가게 했습니다.
한해보내기 클럽안젤라를 했던 날 새벽, 뒷풀이를 하던 이들이 만난 분은 합정동 일대를 담당하시는 캣맘. 상담소 급식소에도 새벽에 물과 사료를 한 번 더 주셨던 거죠. 화들짝 문을 열고 주차장으로 나가 인사드리니 “제가 더 고맙죠” 라고 하시며, 가방을 고쳐 메고 다음 급식소를 향해 가셨습니다. 날이 추워진 어느 날 물그릇이 스티로폼 용기로 더 놓여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가을과 겨울날들에 조용히 급식소를 변신시킨 이가 있는데요, 바로 열림터 생활인 H. 열림터 사무실에 오갈 때 보아둔 급식소에 하교길에 용돈 모아 산 사료를 부어주고, 다음날엔 물그릇 하나 더, 그 다음엔 비닐과 천으로 만든 집이, 그 다음엔 상자와 안 입는 외투로 만든 집이.. 드디어 마지막 집을 동네 냥이들이 맘에 들어 합니다. 들어와 자고 쉬고, 이 겨울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