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시민행동 상황실에서 온 편지
집회덕후Jr.가 되어 돌아온_감이
성문화운동팀 앎과 신아에게,
상담소 활동가들 모두 잘 지내나요? 앎, 신아 두 사람도 별일 없죠? (아련) 저는 상황실에서 잘 지내요. 맛있는 것도 잘 챙겨먹고 있어요. 이제 이 곳도 며칠 후면 마무리가 되고, 저도 다시 제 자리로 출근하게 되겠네요. 시원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섭섭하기도 한 이 마음, 왜 일까요? 이 물음에 답을 하려면 한 달 전으로 돌아가야겠네요.
올해 초 전국 언론사의 정치부/사회부/여성부 관련 기자들은 우리 상담소에 한 번 이상씩은 전화했을 거라고 얘기할 정도로 우리 상담소 전화는 매일 불이 났지요. 처음에 미투시민행동에서 만드는 상황실로 파견 가겠다고 자원해서 손을 들었던 이유는 정말 단순했어요. 제 머릿속에 있던 ‘상황실’의 이미지는 쉼 없이 울리는 전화들이 줄지은 책상마다 놓여있는 것이었거든요. ‘우리한테 오는 전화들을 상황실로 연결하면 되겠구나’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가서 그 전화들 받으면 되겠구나.’ 그러나 그게 막연한 생각이었다는 건 바로 첫 회의에서 알 수 있었어요.
3월 15일 미투시민행동 출범 기자회견을 하고 난 다음 날, 첫 회의에 가보니 사무실 장소(위치)를 결정하는 것부터 사무실 세팅뿐 아니라, 연말까지 미투시민행동의 활동들을 큰 틀부터 세세하게까지 기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어마어마한 곳이었어요. 전화만 받으면 될거라 단순하게 생각했던 제 자신이 원망스러웠던 순간이었지요. 감사하게도 한국여성재단에서 1층의 박영숙홀을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해주셔서 월요일(3/19)부터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죠.
이곳에서 저는 홍보팀 업무를 맡았어요. [일일브리핑]은 제 업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요. 매일 아침마다 정책팀이 작성해서 보내주는 <오늘의 입장>과 시시각각 전국에서 준비되고 있는 미투관련 행사들을 알리는 <미투캘린더>, 언론에서 다루고 있는 미투와 관련한 새로운 소식과 관점들을 모은 <관련뉴스클리핑>을 넣어 일일브리핑을 만들어 언론사 기자들에게 발송하고 각종 SNS에 올리는 일이에요. 참! 여기서 쓰는 뉴스레터 발송 사이트가 정말 편리하고 구성도 좋아요. 뉴스레터 보내느라 매달 고생하는 우리 팀에 정말 유용할 사이트더라고요! 참고합시다!
그리고 미투시민행동에서 준비하는 행사들의 보도자료를 만들어서 언론에 배포하는 일도 하고 있어요. 첫 회의에서 매주 집회를 준비해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막막했던 기억이 나네요. (눈물) 박근혜 퇴진을 외치던 광화문 광장의 집회대오가 떠오르면서, 그 힘든 집회 준비를 어떻게 매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하지만 상황실의 다른 활동가들은 걱정보다는 설렘이 더 커보이더라고요. 미투 운동과 함께하는 시민들을 직접 만나서 함께 구호를 외치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불끈 솟는 것 같았어요.
<2018분 동안의 이어말하기>를 1박 2일(3/22-23)동안 진행한 데 이어 <성차별·성폭력 끝장문화제>까지 하면서 저는 어느덧 상황실 활동가들의 현실인식에 동의하게 되었어요. 33시간 38분 동안 마이크 앞에 서서 당당하게 자신의 경험을 말한 193명과 그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기 위해 청계광장으로 혹은 온라인 생중계로 함께한 수 천명의 사람들을 보면서, 너무나도 추웠던 청계광장이 순간순간의 감동으로 채워졌거든요. 그리고 “미투가 바꿀 세상 우리가 만들자!”라고 모두가 한 목소리로 외칠 때도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감동적이었어요. 4월 7일 연남동 경의선 숲길에서 열렸던 두 번째 <성차별·성폭력 끝장집회>에서도 그 감동이 계속되면서 집회에 대한 회의감도 점점 옅어졌고, 오히려 다음 집회를 더 기다리게 되어버렸어요. 집회마다 느끼게 된 것은, ‘그래 우리가 해냈다!’라는 것과 ‘이 변화들을 우리가 직접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었어요.
한 달이라는 시간을 계획하고 만들어진 상황실에서의 경험은 기존에 우리가 해온 연대활동과는 또 다른 경험이었답니다. #미투 운동은 가히 젠더혁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 변혁의 시기 한 가운데에서 상황실은 여성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어요. 바로 그 공간에서 상담소의 활동가로서 저는 다른 단체 활동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답니다. 매일매일 새로 터지는 이슈에 각자가 생각하는 문제의식과 대응방식은 닮아있기도 하고 또 확연히 다르기도 해요. 각 단체의 성격이 드러나는 순간마다, ‘바로 이런 차이들이 다양한 여성운동의 모습들로 다채롭게 엮어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상황실을 마무리하면서, 이 곳에서의 경험은 앞으로 제 활동에 큰 자양분이 될 것 같아요. 다른 활동가들에게도 강하게 추천합니다!
미투에 동참하는 모든 생존자들과 위드유로 함께하는 시민들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우리가 내는 용기로! 미투로! 세상은 바뀔 것이고, 그 변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고 믿어요.
덧, 상황실 활동가들에게 보내는 한마디 “한 달 동안 함께 고생한 정, 재정, 느티, 달개비, 장수, 영순, 예린 당신들은 정말 멋진 활동가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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