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상근활동가 워크숍 스케치
노는 게 제일 좋은_신아
작년 6월 상담소 활동가들은, 청풍호가 보이는 근사한 숙소에서 1박 2일을 보냈습니다. 숙소를 떠나며 ‘하루 정도 더 머물고 싶다’고 이야기 했었는데요. 그 아쉬운 마음이 이어져 올해는 작년과 같은 장소로, 2박 3일간 워크숍을 다녀왔습니다. (확실히 2박 3일은 충분했습니다) 작년 감탄을 자아냈던 숙소, 청풍호가 보이는 마당의 풍경, 밤에 불을 피우며 이야기 나누던 시간이 모두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새로운 곳보다 익숙한 곳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활동가들의 마음이 반영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휴식과 놀이
이것은 저의 추측만은 아닙니다. 워크숍 참여자 평가 설문지를 보면, ‘휴식, 잠, 식사’에 대한 기대 정도와 충족도가 모두 높았습니다. 다른 항목을 보면, ‘여행, 놀이’도 기대 정도보다 훨씬 높게 충족된 한편, ‘교류, 친해지기, 대화’는 가장 높았던 기대만큼 충족되지는 않았습니다. 활동가들은 2박 3일간 여러 방식으로 쉬고 놀았는데요. 숙소에서는 마당의 커다란 나무 아래에 앉아 경치를 즐긴다거나, 게임을 한다거나, 안락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다거나, 해먹에 누워 있거나, 침대에서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피아노를 쳤습니다. 밤엔 바비큐 장에서 술을 마시거나 장작불 앞에 앉아 멍때리거나 (‘멍때리다’를 영어로 ‘Space Out’이라고 한다는군요) 넓은 거실에서 스트레칭과 요가를 하기도 했고요. 숙소에서만이 아니라 제천의 의림지에 가서는 산책하거나, 농구게임을 하거나, 오리배를 타거나, 사방치기를 하며 옛 실력을 발휘하기도 했어요. 미처 적지 못한 것도 있을 것입니다. 아마 상담소 활동가들은 쉴 땐 말이 없고 놀 땐 몸으로 노는 타입이 아닐지, 그래서 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가설을 제기해봅니다.
이그나이트
숙소에 도착해서 첫 번째로 했던 프로그램은 자유주제로 하는 ‘이그나이트’였습니다. 이그나이트는 스무 개의 피피티 슬라이드를 각 15초 자동넘김으로 설정해두고 여러 명이 돌아가며 하는 발표를 말합니다. 그렇게 되면 한 명당 5분 동안 발표를 하는 것이지요. 이그나이트의 미션은 “모든 이가 말하게 하다”라고 합니다. 발표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몇몇 활동가들은 투덜거리거나 도착해서 다급히 발표를 준비하기도 했는데요, 막상 이그나이트 발표가 진행되자 호기심 어린 눈으로 즐겁게 발표를 듣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서로의 몰랐던 부분을 알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고, 똑같은 발표 형식에 똑같은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발표자의 개성이 반영된 발표가 만들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태국 요리의 날
이번 워크숍에서 먹었던 음식 중 단연 돋보였던 식사는 둘째 날 숙소에서 아점으로 먹었던 태국 요리입니다. 커리 정도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목련의 하얀 똠양꿍, 돼지고기바질볶음, 태국식김치, 그린커리에 오매의 망고찰밥과 선민의 요거트가 더해져 메뉴가 여섯 가지나 되는 호화로운 식사였습니다. 하얀 똠양꿍은 심심하게 매워서 해장국을 연상시켰고요, 코코넛 향이 나는 그린커리는 밥과 살짝 섞어서 계속 먹고 싶은 맛이었습니다. 망고찰밥은 파란색 꽃물에 밥을 지어 연유를 넣고 망고와 함께 먹는 디저트인데, 밥과 망고의 단맛이 좋았습니다. 김치가 필요하거나 음식이 매워서 잘 먹지 못하는 활동가들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그 날의 그린커리를 잊지 못하고 한 번 더 해줄 수 없는지 요청하는 중입니다. 상담소 활동가들은 서로의 식사를 챙기고, 취향과 선택을 존중하면서 각자가 잘하는 요리를 나눠 먹습니다. 전에 제주 강정마을에 갔을 때 ‘평화’라는 말이 ‘밥을 고르게 나눠 먹는 것’이라고 배웠던 기억이 납니다. 고루 나눠 먹도록 준비하고 배려해주는 활동가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문학과 영화의 밤
또 하나 소개하고 싶은 활동이 있습니다. 첫 번째 날과 두 번째 날 밤에 진행되었던 프로그램 ‘문학의 밤’과 ‘무비나이트’입니다. 파이는 각 활동가들에게 어울리는 시를 골라 시집으로 미리 준비해왔는데요, 실로 선물 받은 사람과 잘 어울리는 시였습니다. 활동가들이 무엇을 느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감동과 위로가 있었길 바랍니다. 두 번째 날 밤에 거실에 모여 보았던 영화 <와일드>와 <땐뽀걸즈>도 재미있었습니다.
산, 나무, 호수, 맑은 하늘과 공기 속에서 쉼과 놀이가 있는 2박 3일이었습니다. 바쁘게 달리고 있는 활동가들이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는 시간이 아니었나 합니다. 이제, 내년 워크숍을 기다리며 일해야겠죠!
